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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 오는 11월 내한공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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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이끌고 올해 11월 내한하는 마리스 얀손스. 그는 자신이 수석지휘자(상임지휘자 역할)를 맡고 있는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에 대해 “정열적이면서 자연스럽게 살아있는 소리를 낼 줄 아는 전형적인 독일 교향악단”이라고 소개했다. [사진 빈체로]

자동응답기는 이탈리아어, 독일어, 영어로 이어졌다. 라트비아 출신의 세계적인 지휘자 마리스 얀손스(69)의 목소리는 자동응답기의 안내가 끝나고나서야 들을 수 있었다. 수화기로도 전달되는 친절함이 인상적이었다. 그는 오는 11월 20~21일 독일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을 이끌고 내한한다.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베토벤 교향곡 2, 3(영웅), 6(전원), 7번을 차례로 들려줄 예정이다.

 얀손스는 네델란드 로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이면서 바이에른 방송교향악단의 수석지휘자(상임지휘자 역할)를 겸하고 있다.

그는 “베토벤(1770~1827)에 빠져있다”고 했다. “나이가 들면서 베토벤이 살았던 드라마틱한 삶을 조금 더 깊게 이해할 수 있게 됐고, 그래선지 베토벤 음악에 더 관심을 가지게 됐다”는 것이다. 베토벤은 작곡가로서 꿈을 펼치기 시작한 30살부터 청력을 잃기 시작했지만 그 후 27년간 작곡을 이어가면서 교향곡 합창 등을 남겼다.

 -내한공연 레퍼토리의 4곡 모두 베토벤 교향곡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요즘 깊이 공부하고 있는 작곡가가 베토벤이고 아시아 투어에서 그의 교향곡을 연주한 적이 없었기 때문에 그렇게 골랐다. (첫 연주라서) 이번 공연은 녹음과 실황 녹화를 염두에 두고 준비하고 있다. 한국 관객들에게도 특별한 경험이 될 것으로 본다.”

 얀손스의 인생역정은 베토벤의 삶과 닮았다. 1979년 오슬로 필하모니 관현악단의 음악감독을 맡으면서 명성을 쌓아가던 그는 1996년 푸치니의 오페라 ‘라 보엠’을 지휘하던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다.

 -건강은 어떤가.

 “요즘 컨디션이 상당히 좋다. 의사가 체중이 늘지 않게 조심하라고 해서 살찌는 음식은 줄이려고 한다. 사실 지휘자는 아주 좋은 직업이다. 따로 운동을 하지 않아도 온몸으로 운동을 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무대에 올라 열정적으로 지휘하는 것 자체가 건강을 지키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심장 마비 이후 그는 심장 제세동기를 달고 무대에 섰다. 몸의 회복 속도가 일반인 보다 느려 해외 투어는 눈에 띄게 줄였지만 결국 재기에 성공해 2004년부터 로얄 콘세르트허바우 오케스트라의 상임지휘자로 일하고 있다. 콘세르트허바우는 2008년 영국 음악 잡지 ‘그라모폰’의 조사에서 베를린필과 빈필을 뛰어넘는 세계 1위 오케스트라로 선정되기도 했다. 그가 악단을 이끈지 4년 만이다.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를 만든 비결이 뭔가.

 “‘음(音)’ 하나에도 애정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소리에 대한 단원들의 애정과 집중이 필요하다. 단원 모두가 하나의 소리를 만들기 위해 연습을 반복해야 한다. 음악에는 하늘에서 주어진 재능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언제나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한국 음악가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한국 음악인들의 열정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뛰어나다. 그 열정이 한국 음악의 미래를 밝게 할 것이다. 굳이 얘기를 하자면 테크닉에만 집중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얀손스는 다시 태어난다면 오페라를 만들어 보고싶다고 했다. “무대가 만들어지는 과정은 보는 것만으로도 아름답고 거기에 배우들의 연기와 노래가 합쳐지는 예술이기에 욕심이 난다”고 했다. 그리곤 이렇게 덧붙였다. “이루지 못하는 꿈이라도 그 꿈을 가지고 있는 것만으로 행복할 수 있다. 지금 그 꿈을 이루지 못하면 다음 생에 그 꿈을 이루면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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