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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취재일기

청렴 올림픽에선 메달을 딸 수 있을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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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조현숙
정치국제부문 기자

“올림픽 메달로 세계 5위다. 그런데 국가청렴도는 43등이다. 매년 (조사를) 하는데 순위는 조금 내려갔고 점수는 거의 변함 없다.”

 양건 감사원장이 최근 한 사석에서 올림픽과 청렴도 수준을 비교하며 한 말이다. 국제투명성기구(TI)는 해마다 국가별 부패인식지수(CPI)를 발표한다. 10점 만점에 점수가 높을수록 부패가 적은 청렴한 국가란 뜻이다. 한국은 2000년 들어서도 4~5점대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순위는 2010년 39위에서 2011년 43위로 오히려 떨어졌다.

 양 원장은 “보통 20위권에 7점 정도면 청렴 선진국이라고 한다. 아시아에선 일본, 싱가포르, 홍콩 정도가 그 안에 들어간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만이 우리와 비슷하다가 최근 조금 (순위와 점수가) 올라갔다”고 했다. 그는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우리 정도의 경제 규모와 국력이라면 부패인식지수에서 세계 30위 안에 들어야 맞다고 했다. 올림픽 메달 수만큼이나 국력은 커졌지만 국가청렴도는 거꾸로 가는 상황이 안타깝다고도 했다.

 그렇다고 감사원이 열심히 뛴다고 갑자기 나아지는 것만도 아니다. 공무원의 ‘생계형’ 부정부패를 잡고 또 잡아내도 정치권 고공에서 터져나오는 권력 실세들의 대형 비리는 여전하다. 게다가 감사원의 부패 공무원 적발 건수가 많아지면 부패 자체가 만연돼 있는 걸로 비춰져 부패지수가 되레 나쁘게 나오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민권익위원회는 곧 부정 청탁 및 이해충돌 방지 법안을 입법예고한다. 청탁을 받은 공직자는 반드시 신고해야 하고, 금품을 주고 받으면 대가성이 있건 없건 처벌하는 법이다. 그러나 법 시행까지 넘어야 할 산이 많다.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행정부처와 정치권의 냉소가 문제다. 지난 4월 입법예고하려고 했던 일정이 지금까지 늦어진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한국은 1인당 국민소득(GNI) 2만 달러를 훌쩍 넘었다. 경제규모로는 세계 15위에 달한다. 연간 무역액이 1조 달러를 넘어서며 수출대국으로 자리잡았다. 이런 경제력에 힘입어 올림픽 금메달도 톱5에 올랐다. 하지만 거기까지다. 청렴도로 따진다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바닥이다. 지금의 청렴도로는 더 이상의 발전이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부패는 효율, 공정성, 투명성을 두루 해치기 때문이다.

 지금 대선 주자들은 저마다 측근비리 근절을 약속하고 나섰다. 이게 구색 맞추기 공약으로 끝나면 곤란하다. 그러려면 먼저 유권자층에서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 선진국으로 성장하려면 올림픽 메달 수만큼 청렴도도 높여야 한다는.

조현숙 정치국제부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