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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왕리에 살인 해파리 … 제주도선 30명 피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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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8세 여자 어린이가 해파리에 쏘여 숨진 사고가 발생한 인천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12일 오전 해양경찰관이 순찰을 돌고 있다. [연합뉴스]

10일 낮 인천시 중구 을왕리 해수욕장에서 물놀이를 하던 A양(8)이 갑자기 “악”하고 비명을 질렀다. A양의 손등과 두 다리에는 채찍에 맞은 것처럼 가느다란 상처가 어지럽게 휘감겨 있었다. 이내 마비 증세가 왔다. 해파리의 독침에 쏘인 것이다. 가족과 응급구조대에 의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았지만 4시간여 만에 숨졌다.

 12일에는 제주 서귀포시의 중문색달 해수욕장에서 5분여 사이에 해수욕객 30명이 해파리에 쏘이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날 오후 6시쯤 물놀이 중이던 한모(12·전북 전주시)군이 노무라입깃해파리로 추정되는 해파리에 쏘여 병원으로 옮겨진 것을 비롯, 잇따라 해수욕객들이 줄줄이 해파리에 쏘였으나 중상 환자는 없었다.

 해파리가 여름철 피서객들의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해파리에 쏘여 숨진 것은 A양이 국내 첫 사례다. 해파리의 독은 특히 어린이나 노약자에게 치명적이다. 건강한 어른이라도 응급처치를 제때 하지 않으면 사망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경고하고 있다.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5년간(2007~2011년) 해파리 독침에 쏘인 환자는 연 평균 360명으로 집계됐다.

 국내에서 발견되는 해파리는 약 20여 종으로 알려져 있다. 노무라입깃·유령·작은부레관해파리 등 7~8 종류가 대표적인 강독성 해파리다. 해파리에 쏘이면 즉시 물 밖으로 나와 상처 부위를 바닷물을 흘려 10분 이상 닦아줘야 한다. 알코올과 식초 등은 증세를 악화시킨다. 피부에 붙어 있는 독침을 맨손으로 떼어선 안 된다. 플라스틱 카드나 조개껍데기를 이용해 독침이 박힌 반대 방향으로 긁어내야 한다. 독성 해파리가 출현하면 이를 피서객에게 알리는 등의 제도 개선도 필요하다. 해파리 경계경보가 시행되고 있지만 이는 어업 피해 예방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지난 10일 A양이 해파리에 쏘인 뒤에도 인천해경과 소방 당국은 입욕 통제 등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인천=유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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