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흡연율 최저 서초구, 단속 건수는 1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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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지난 7일 오후 4시 서울 강남역 10번 출구 앞. 서초구 소속 흡연 단속요원 2명이 담배를 입에 문 채 역을 향해 걸어오던 20대 청년을 막아 세웠다. 이 청년은 “주변이 흡연 금지 구역인지 정말 몰랐다”고 항변했다. 하지만 단속요원들은 5만원짜리 범칙금 통지서를 제시했다. 이날만 15명째 적발하는 순간이었다.

 서울시내 각 구청이 올 상반기에 제정한 간접흡연 피해방지 조례에 따라 공원·중앙차로 버스정류장 등 1960곳에서 흡연 단속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구청별 실적이 천차만별이어서 단속 실효성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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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2일 자치구별 흡연 단속 현황에 따르면 올 7월 현재 단속 건수가 가장 많은 곳은 서초구로 2999건에 달했다. 서초구는 6월부터 단속을 시작했다. 서울시 전체 단속 건수(3556건)의 84.3%나 된다. 이어 도봉구(260건)와 관악구(81건)가 뒤를 이었다. 도봉구는 5월, 관악구는 3월부터 흡연 단속을 벌여왔다. 반면에 성동구를 비롯해 중랑·노원·구로·영등포·동작구 등 6개 구청은 단속건수가 ‘0’이었다.

 서울시 관계자는 “흡연율이 상대적으로 낮은 서초구가 단속 실적이 가장 좋고 흡연율이 높은 다른 구청들은 단속 건수가 적은 건 문제”라고 말했다.

 실제로 이날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2011년 지역건강통계’에 따르면 서초구의 흡연율은 17.8%로 서울시내에서 가장 낮다. 반면에 단속 실적이 전무한 성동구(24.1%)와 중랑구(24.8%), 노원구(24.9%), 구로구(23.3%)는 흡연율이 서울시 평균(23.0%)을 웃돌았다.

 이처럼 구청별로 흡연 단속 실적이 차이가 나는 이유는 ▶재정 상황 ▶단속 의지 등이 각기 다르기 때문이다. 서초구는 흡연 단속 전담요원이 18명으로 25개 자치구 중 가장 많다. 인근 강남구(2명)의 9배다. 서초구 관계자는 “흡연 단속에 대한 구청장의 의지가 강력해 전폭적인 재정지원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다른 구청들은 사정이 다르다. 10여 명이 넘는 단속요원을 두려면 매달 수천 만원의 예산이 필요해 쉽게 추진하기가 어렵다. 이 때문에 많은 자치구가 소수의 전담요원만을 두거나 아예 전담요원 없이 담당 공무원 1~2명이 단속을 담당하고 있다. 일부에서는 보건소 인력을 활용하고 있다. 특히 강북 지역 구청들의 형편이 더 열악하다.

 이 때문에 서울시내 전체에서 흡연 단속이 제대로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선 구청에 대한 서울시 지원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강북지역 구청 관계자는 “돈이 필요한 다른 시급한 현안이 많아 서초구처럼 흡연 단속에 많은 비용과 인원을 투입하기는 어렵다”며 “서울시가 실질적 지원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최종춘 서울시 건강증진과장은 “구청들의 어려움을 알고 있는 만큼 지원 방안을 위한 조례 보완 등 필요한 조치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유성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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