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치과·한의원보다 오래가네' 수명 1위 업종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경제 06면

여관을 일단 시작하면 평균 5.2년은 망하지 않고 유지된다. 3년 이상 생존하는 비율이 74.3%에 달한다. 반면 스포츠교육기관의 평균 2년간 생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업을 시작하고 3년까지 살아남는 비율도 24.8%에 불과했다.

 9일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발간한 ‘영세사업자의 실태’ 보고서는 2005년 이전에 진입한 영세사업체의 평균 생존기간을 분석했다. 영세사업체는 종사자 수 5인 미만인 사업체로 전체의 82.7%를 차지한다.

 2000~2009년 매년 평균 76만6000개의 사업체가 새로 생겼고, 75만2000개의 사업체가 문 닫았다. 전체 사업체 수(2009년 329만 개)의 4분의 1에 가까운 사업체가 매년 생기고 사라져간다. 영세사업체의 1년 생존율은 65~75%로, 새로 진입한 영세사업체 가운데 3분의 1이 1년 안에 문을 닫았다. 3년 생존율은 30~40%에 불과했다. 그중에서도 장수 업종과 단명 업종이 뚜렷이 갈렸다.

 장수 업종으로는 여관에 이어 치과의원이 평균 생존기간 4.9년(3년 생존율 71.3%)으로 뒤를 이었다. ▶기타 관광숙박시설 4.5년(66.9%) ▶한의원 4.5년(64.3%) ▶일반의원 4.5년(63.1%) ▶가정용 세탁업 4.5년(62.5%) ▶노래연습장 4.4년(65.1%) 등도 생존기간이 길었다. 생존기간이 긴 업종의 상위 5위는 숙박업과 의원이 차지했다.

 이재형 KDI 전문위원은 “생존율이 높고 평균 생존기간이 긴 업종은 대체로 전문성이 필요하거나 초기 투자비용이 비싸다는 특징이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스포츠교육기관에 이어 ▶셔츠·기타의복 소매업(2.1년, 3년 생존율 24.1%) ▶셔츠 외의 도매업(2.1년, 24.2%) ▶남성용 정장 소매업(2.2년, 25.8%) 등 순으로 생존기간이 짧았다. 주로 의류판매업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였다.

 KDI는 그러나 “영세사업체의 평균생존기간이 짧은 업종이라고 해서 업종의 성과가 반드시 나쁘지만은 않았다”며 “평균생존기간이 1~2년인 업종의 경우 영업이익률은 낮지만 사업체당 매출액이나 영업이익의 절대액수는 높았다”고 밝혔다.

 2000년 이후 많이 늘어난 업종은 외국어학원, 체인화 편의점, 마사지업, 기타 숙박업, 컴퓨터 및 사무용기기 수리업, 방문판매업 등이었다. 이들 업종은 2000~2009년 업체 수가 100% 이상 늘었다. 업체 수가 50% 이상 급감한 업종은 곡물 소매업, 빵·과자류 소매업, 서적 임대업, 곡물제분업, 음반·비디오물 대여업, 전자게임장 운영업 등으로 조사됐다.

 KDI는 “최근 영세사업자들의 어려움이 큰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고 있지만 통계분석으로 보면 산업 전체의 이윤율이 낮아지는 추세 속에서 영세사업체의 경영성과는 상대적으로 덜 악화됐다”고 분석했다. 또 “일각에서 우려하고 있는 영세사업자들의 급격한 몰락이 현실화할 가능성은 작다”고 판단했다.

 실제로 한국 전체 사업체의 평균영업이익률은 2000년 14.7%에서 2009년 9.9%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중규모 사업체(종사자수 10~99인)의 영업이익은 3억2000만원에서 2억4300만원으로, 소규모 사업체(종사자수 5~9인)는 9900만원에서 7700만원으로 줄었다. 반면 영세사업체의 영업이익은 3200만원에서 3000만원으로 근소하게 줄었다.

 KDI는 “영세사업자 중 재래시장, 전통상가 등 상대적으로 열악한 입지에 있는 사업자들은 어려움을 겪지만 백화점이나 쇼핑센터처럼 번화가 사업자들은 상대적으로 사업환경이 양호하다”면서 “최근의 영세사업자 문제는 사업 입지의 문제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