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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학선, 취재 거절하려던 엄마에게 "집이 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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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양학선의 부모 양관권(왼쪽)·기숙향씨가 7일 전북 고창군 남동마을의 비닐하우스 집 앞에서 지난해 세계선수권 우승 메달과 사진을 보여주며 즐거워하고 있다. [프리랜서=오종찬]

“금메달로 된 집을 지어주겠다고 했는데, 우리 학선이가 그 약속을 지켰네요.”

 런던 올림픽 대표선수로 출국하기 전 양학선(20·한국체대) 선수는 부모님께 두 가지 약속을 했다. 하나는 한국 체조 사상 첫 금메달을 목에 걸겠다는 다짐이었고, 또 하나는 비닐하우스에서 어렵게 살고 있는 부모님께 새 집을 지어주겠다는 약속이었다. 그는 보란 듯이 두 약속을 모두 지켰다. 7일 전북 고창군 공음면 석교리 남동마을의 비닐하우스에서 만난 양 선수의 어머니 기숙향(45)씨는 “손님을 맞을 공간이 없어 처음엔 취재를 거절하려 했는데 학선이가 ‘아들인 제가 자랑스러운 것이지, 집이 무슨 문제냐’고 말해줘 취재에 응하게 됐다”고 말했다.

 검은 차양막을 친 이 비닐하우스는 원래 고추를 따 말리던 건조시설이었다. 3일 전 설치했다는 에어컨이 가동 중이었지만 얼굴은 후끈거리고 땀은 줄줄 흘렀다. 하우스는 방, 거실 겸 창고, 부엌 등 세 칸으로 나눠 사용하고 있었다. 방에는 수십 개의 상장·메달이 두 벽면에 가득했다.

 양 선수 가족이 이곳에 둥지를 튼 것은 2011년 3월. 광주광역시에서 미장 일용직으로 일하던 아버지가 건축 현장에서 어깨 인대가 끊어지는 사고를 당했다. 더 이상 공사현장 일을 다니기 힘들어 “농사를 짓자”며 고창으로 들어왔다. 처음엔 마을 농가를 구입했지만 너무 낡고 허술했다. 새로 집을 지을 동안 잠시 머무를 계획으로 비닐하우스로 이사한 뒤 2년째 눌러 살고 있다. 현재는 9000㎡의 논밭에서 벼와 고추, 콩 농사를 짓는다.

 양 선수는 건강이 좋지 않은 아버지와 체구가 작고 몸이 약한 어머니를 챙기는 효자였다. 하루 4만원씩 지급받는 훈련수당을 모아 매달 80만~100만원씩 부모님께 생활비로 부쳤다. 돈만 보낸 게 아니라 매일 2, 3차례씩 전화로 안부를 물었다. 지난달 어머니에게 아이패드를 선물한 뒤론 카톡으로도 대화를 나눈다.

 모자는 시합 당일 다섯 시간 전에도 통화를 했다. 전화를 건 양 선수가 “시합을 하는 꿈을 꿨는데 몇 등 했는지 모르겠어요”라고 하자, 어머니는 “꿈은 내가 잘 꿨으니 다른 것은 생각하지 말고 오직 착지에만 신경 쓰라”며 아들을 다독였다. 어머니는 “학선이가 두 선수에게 메달을 나눠 주고, 금메달은 ‘내 거야’라며 주머니에 넣는 꿈을 꿨는데 아들이 혹시나 긴장을 늦추고 실수할까 봐 일부러 얘기를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아버지 양관권(55)씨는 “나와 아내가 일을 나가야 했기 때문에 늘 집을 비웠다. 학선이가 ‘집에 혼자 있기 싫다’며 초등학교 3학년 때부터 형을 따라다니다 체조선수가 됐다. 고기 한 번 제대로 먹이지 못해 안쓰러웠는데 국민들에게 큰 기쁨을 줘 고맙고 대견하다”고 말했다.

 효자 양 선수의 소망은 현실이 되고 있다. 금메달 획득에 따른 대한체육회의 포상금 6000만원에 포스코건설 부회장이기도 한 정동화(61) 대한체조협회장이 약속한 포상금 1억원을 받게 된다. 삼라건설을 모태로 창업한 SM그룹(회장 우오현)은 내년 말 완공 예정인 광주광역시의 106㎡(32평)형 아파트 한 채를 기증한다고 7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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