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노트북을 열며

구태는 따르고 혁신은 버리고

중앙일보

입력 2012.08.08 00:03

업데이트 2012.08.08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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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김정욱
정치국제부문 차장

19대 첫 임시국회가 3일 종료됐다. 곡절 끝에 7월 5일 국회가 개원한 지 한 달 만이다. 이제 대부분의 회의는 국회 TV나 국회 홈페이지의 의사중계시스템을 통해 지켜볼 수 있다. 그럼에도 본회의장의 기자석을 찾은 것은 TV나 컴퓨터 화면에 나타나지 않는 무언가를 느끼고 싶어서였다. 이제 갓 일을 시작한 19대 의원들은 어떤 마음가짐으로 그들의 소중한 직분에 임할까. 그 태도가 현장에서는 보였다.

 지켜본 소감을 이야기하자면 낙담할 정도로 실망스러웠다. 첫째, 과거 국회에 비해 본회의장은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총리와 장관의 답변 중, 상대 당 의원의 질의 중 의석에서 비아냥거리는 소리가 더 많아졌고 더 커졌다. 같은 당 의원의 질의가 끝나면 “잘했어”라는 어색한 격려를 넘어 박수를 치는 의원들까지 등장했다. 국회 사무처 간부들은 크게 당황했다. 우리나라 대통령이나 외국 국가원수의 연설이 아니고선 박수를 치지 않는 게 그동안의 국회 관행이었다. 또 의원들은 회의 중 단정한 복장을 유지했다. 노타이는 허용됐지만 윗옷을 벗는 일은 없었다. 국회의원의 엄중한 책무에 대한 경건함의 표시라는 암묵적 동의가 그 바탕에 있었다. 그런데 한 의원이 본회의장에서 윗옷을 벗어 자신의 의자에 걸쳐 놓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발견한 의장단은 황급히 쪽지를 보내 그에게 옷을 입혔다. 한 상임위에선 다른 당 소속 위원장에게 “야 이 XX야”라는 욕설까지 나왔다.

 둘째, 총리나 장관의 답변을 끊으며 시간이 없다고 재촉하거나, 아예 답변을 듣지 않은 채 윽박지르는 모습은 과거 국회와 조금도 변함이 없었다. 김황식 총리의 답변은 “그 내용은…”, “의원님께서 말씀하시는…”, “그런데…” 등 유독 “…”으로 끝나는 경우가 많았다. 질의에 나선 의원이 총리의 말을 끊고 자신의 말을 이어갔기 때문이다. 국회 회의록은 부끄러운 모습을 숨김없이 보여준다. 정부 측의 무성의한 답변을 옹호할 생각은 조금도 없다. 그러나 의원들의 이 같은 질의 행태는 별개의 문제임이 분명하다.

 셋째, 19대 첫 국회였는데도 빈자리가 많았다. 7월 18일 첫 정치분야 대정부질문을 시작할 때 의원 300명 중 186명이 회의장에 있었다. 끝날 때엔 97명만 자리를 지켰다. 다음 날 외교안보분야 질문 땐 더 줄어들었다. 참석자는 개의 때 113명, 산회 때 94명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3명의 국회의장단이 포함된 숫자였다. 전체 의석의 3분의 2에 달하는 200명은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었나.

 더 놀라운 것은 이런 모습에 앞장선 의원들의 상당수가 초선 의원들이었다는 점이다. 이들은 기존의 국회 문화에 하루빨리 익숙해지는 경쟁이라도 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이 구태이건, 악습이건 아랑곳하지 않고.

 때마침 국회 운영위의 좌석 배치가 위원장을 중심으로 반원 형태의 토론형에서 ‘ㄷ’자 형태의 대립형으로 되돌아갔다. 2005년 8월 이후 7년 만이다. 의원 수가 늘어나 공간 활용상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이지만, 구태는 따르고 혁신은 버리는 19대 국회 첫 모습의 상징처럼 느껴져 안타까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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