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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방사람들 먹고 사는 건 일류, 문화생활은 삼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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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대아고속해운 황인찬 회장이 지난달 25일 서울 청담동의 재즈클럽 ‘원스 인 어 블루문’에서 열린 칠포 국제재즈페스티벌 제작발표회 무대에 섰다. 그는 “칠포 재즈페스티벌을 세계적인 축제로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사진 칠포국제재즈페스티벌]

“사는 것도 먹는 것도 서울이나 지방이나 별 차이가 없는데 딱 하나 차이가 있다. 일류 공연이 없다는 거다. 지방에 살면 3류 문화 생활을 하고 살아야 한다. 그래서 재즈 페스티벌을 만들게 됐다.”

 대아고속해운 황인찬(60) 회장의 설명이다. 그가 6년째 ‘칠포 국제재즈페스티벌’ 조직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유다. 업무 때문에 여행을 자주 다닌다는 황 회장은 “선진국에 가보면 수도와 지방의 문화 생활 수준에서 큰 차이가 없는데 한국은 유독 그 차이가 심하다”고 덧붙였다. 올해로 6회를 맞은 칠포 국제재즈페스티벌은 이달 17일부터 사흘간 경북 포항시 칠포 해수욕장에서 열린다. 입장료는 무료다.

 - 입장료가 무료인데 예산은 어디에서 나오나.

 “지난해까지 이어오는 동안 (사비로) 예산 10억원을 충당했다. 올해는 총예산이 4억원 정도인데 포항시와 경상북도에서 2억원을 지원해줬다.”

 - 해수욕장이라는 열린 공간에서 재즈페스티벌을 여는 이유가 뭔가.

 “포항에 있는 아파트나 서울에 있는 아파트나 가격만 차이가 있지 (인테리어나 구조 등은) 비슷하다. 포항에서도 서울에서도 된장찌개는 6000원이면 먹는다. 하지만 문화 생활은 다르다. 포항 시민들의 소득 수준은 대한민국 평균 이상인 3만 달러 수준인데 일류 가수들을 쉽게 만나지 못한다.”

 올해 재즈페스티벌 무대에는 네덜란드 출신의 여성 재즈 보컬리스트 로라 피지, 가수 유열 등이 선다. 트럼페터 이주한이 주축이 된 재즈 그룹 윈터플레이, 가수 김장훈, JK 김동욱 등도 이번 페스티벌을 빛낸다.

 - 트로트도 클래식도 아닌 재즈를 선택한 이유는.

 “오페라는 돈이 많이 들어가고 무대도 작품마다 따로 만들어야 한다. 클래식은 서울시향을 능가할 수가 없겠더라. 하지만 재즈는 가능하다. 세계적인 재즈 음악가들을 불러오면 단기간에 페스티벌을 본궤도에 올려놓을 수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칠포 국제재즈페스티벌은 바닷바람을 맞으면서 재즈를 즐길 수 있어 재즈 마니아들 사이에서 입소문이 났다. 지난해에는 5000여 명이 재즈를 듣기 위해 칠포 해수욕장을 찾았다.

 - 입장료를 받지 않는 이유가 있나.

 “관광객들이 페스티벌에 와서 식당에서 밥도 먹고 주유소에서 기름도 넣으면서 지역 경제에 도움을 달라는 뜻에서 입장료를 받지 않고 있다. 페스티벌이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 경제 활성화와 맞물려서 가지 않으면 안 된다.”

 황 회장은 칠포 국제재즈페스티벌을 자라섬 국제재즈페스티벌, 서울 재즈페스티벌과 함께 국내 3대 재즈페스티벌 반열에 올려놓는 것이 목표라고 했다. “올해는 3일 동안 행사를 진행하지만 매년 행사 일정을 하루씩 늘려 10회를 맞는 2016년에는 10일 동안 장기 공연을 여는 페스티벌을 만드는 것이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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