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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4시간 5주 공부한 40대 주부 세무사사무소 5곳서 면접 보자 연락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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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2면

“행복해요. 내 일이 생겼으니까요.”

 평범한 주부였다가 당당히 전문직 취업에 성공한 이민주(46·사진)씨의 말이다. 이씨는 지난 4월부터 ㈔한국전문자원봉사센터에서 세무회계 일을 하고 있다. 그가 다시 일을 할 수 있었던 건 서초구청이 제공한 세무회계교육 덕분이다.

 이씨는 19살 때부터 생명보험회사에서 사무직원으로 일했다. 결혼 후에도 직장일은 계속했다. 첫째인 딸아이가 초등학교 3학년에 올라가고 둘째인 아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할 무렵이었다. 더 이상 아이들을 남의 손에 맡기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마침 회사에서 희망퇴직자 신청을 받았다. 미련 없이 20년 사회생활을 접었다.

 퇴직 후 남편·자녀 뒷바라지하다 보니 7년이 흘렀다.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딸이 미국 유학을 보내달라고 졸랐다. 성화에 못 이겨 지난해 1월 비행기를 태워 보냈다. 아들도 같은 해 12월 미국 영어캠프에 보냈다. 두 자녀 모두 없는 2개월, 그에게 오랜만에 자신을 돌아보는 여유가 생겼다.

 ‘내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리저리 일자리를 알아봤다. 서초구청 홈페이지에 올려진 ‘제1기 세무회계교육생 모집’ 공고가 시선을 끌었다. 오랫동안 사무직에 경험이 있어 해 볼 만한 데다 마침 3년 전 집을 팔 때 양도소득세 때문에 마음 고생했던 일이 떠올랐다. 이 기회에 세법을 제대로 알고 싶다는 의욕이 불타 올랐다. 곧바로 신청서를 냈다.

 50명을 뽑는데 247명이 신청, 경쟁률이 4.9대 1이나 됐다. 하늘이 도왔는지 교육생 명단에 이름이 올랐다. 하지만 40대라는 나이에 교육은 쉽지 않았다. 수강생 중엔 20, 30대 젊은층이 많았다. 일주일에 4번 하루 4시간 수업으로 5주 과정이었다. 빡빡한 일정에 부가가치세, 근로기준법, 계정 등을 배우며 튀어나오는 전문용어를 이해하는 데 애를 먹었다.

 혼자 공부하긴 역부족이었다. 다른 교육생 4명과 수업 전 국립중앙도서관에 모여 2시간 동안 스터디 모임을 했다. 수업이 없는 날에도 두꺼운 교재 2권과 씨름했다. 힘들었지만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이 즐거웠다.

 수료와 동시에 세무사사무소 5곳에서 면접을 보러 오라고 연락이 왔다. 그 중 한 군데를 일주일 다니던 중 지인이 현재 직장을 소개해 줬다. 자녀를 키우는 입장이어서 업무시간이 유리해 회사를 옮겼다.

 그는 “배운 내용을 일에 바로 쓸 수 있다는 점이 보람 있다”며 “두 달 노력치고는 나에게 정말 큰 보너스”라고 말했다.

 이 교육은 서초구청과 서울지방세무사회가 지난해 10월 협약을 맺고 시작했다. 지역 일자리 창출을 위해서다. 3기까지 배출했다. 수료자 중 취업희망자의 취업률이 평균 92%(1, 2기 기준)에 달한다. 세무회계 이론과 전산 프로그램 작업 같은 실무 교육이 함께 이뤄진다. 강사는 현재 사무소를 운영하는 세무사회 소속 세무사들이다.

 4기 교육생은 17일까지 모집한다. 교육은 9월에 시작할 예정이다. 신청은 연령·학력·지역에 상관없이 가능하다. 수강을 원하면 서초구청 홈페이지를 방문해 신청서를 내려받아 이메일(semu6577@korea.kr)로 보내면 된다.

 이영관 서초구청 세무2과 세입관리팀장은 “인력난을 겪는 세무사사무소에겐 교육을 받은 직원을, 취업희망자들에겐 직장을 연결시켜 줘 서로 윈윈(Win-Win)할 수 있다”며 “앞으로도 교육이 원활히 진행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글=조한대 기자
사진=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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