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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대국·약소국 흥망사 쓰고 싶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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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중국 후난성의 저우창 서기, 내몽고의 후춘화 서기와 교류한 지 오래됐어요. 한번은 화장품 얘기가 나왔는데 원료, 공정, 전 세계 추세, 심지어 한국 브랜드까지 다 알아요. 또 LCD패널 공장 유치 얘기를 하면서는 LCD를 그렇게 잘 알고. 충격을 받았죠. 어떻게 이렇게 박식할까. 나중에 중국 고위 지도자들에겐 별도 학습과정이 있다는 걸 알게 됐죠.”

 1년 남짓 칭화대 방문학자로 중국에 머물러온 이광재(47·사진) 전 의원의 말이다. 그는 최근 『중국에게 묻다』(학고재, 김태만·장바오윈 공저)를 펴냈다. 중국 최고지도부의 집체학습 강사 등 분야별 현지 전문가 17명에 대한 인터뷰를 담았다.

 책에 거듭 등장하는 그의 질문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종이 등 4대 발명품을 만든 중국이 산업화에서는 서구에 뒤진 이유다. 또 하나는 북한의 광물자원 개발과 주변국의 협력 가능성이다. “왜 어떤 나라는 부강해지고 어떤 나라는 약소국이 되는지, 제가 평생에 걸쳐 책으로 쓰고 싶은 주제에요. 일종의 흥망사죠. 지금까지 23개국 역사에 대한 자료를 모았는데, 나라별로 일치하는 부분이 많아요. 중국 학자들도 강대국이 되는 비결로 역시 리더십, 훌륭한 인재, 인재를 배출하는 교육, 기술혁신 등을 말합니다.” 그는 여기에 ‘평화’를 더한다. “남북 간의 평화적 질서가, 한반도 번영과 성장의 동력”이라고 말했다.

 17, 18대 국회의원을 지낸 그는 박연차게이트에 연루돼 지난해 초 강원도지사직을 잃었다. “잠이 안 와서 매일 혼자 산에 갔어요. 이도 몇 개 새로 해 넣었어요. 자기도 모르게 이를 꽉 물면 금이 가는 모양이에요. 이렇게 가면 내가 무너지겠다, 공부를 하자, 했죠.”

 그는 중국에 이어 ‘러시아에게 묻다’ ‘일본에게 묻다’도 준비 중이다. “8월에 중국으로 돌아갔다 러시아로 갑니다. 푸틴 대통령에게 조언하는 학자 20여 명을 인터뷰할 겁니다. 북한을 연결하는 가스관에 대해서도 얘기를 듣고.”

이번 대선에서 도우려는 후보가 있는지 묻자 고개를 저었다. 대신 “복지, 보육과 교육, 경제민주화, 평화 등 여야 후보의 담론이 거의 같다”면서 “반가운 일이지만, 과연 증세를 안 하고 복지를 이룰 수 있는지, 재원은 어떻게 마련할 건지, 구체적으로 용기있게 말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원로에게 묻다’ 혹은 ‘보수에게 묻다’도 구상 중이다. 3년 전 장시간 만난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 외에 남덕우 전 총리, 송복 연세대 명예교수,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 이헌재 전 부총리 등을 인터뷰하고픈 원로로 꼽았다. “조순 선생님이 서울시장 출마하셨을 때 제가 기획단에서 일했습니다. 그때 인간적인 열등감을 느꼈어요. 영어에, 일본어에, 한학까지…. 선생님을 보면서 느낀 게 많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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