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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질 의심되면 7~8년간 개발하던 신제품도 버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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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1년에 네 개. 프랑스 화장품 브랜드 시슬리가 내놓는 신제품의 평균 개수다. 보통 글로벌 브랜드가 출시하는 연 30~40개의 10분의 1 수준이다. 시슬리의 아시아·태평양 총괄본부장 니컬러스 체스니어(41·사진)는 이렇게 소수 제품만 출시하는 이유를 “특별히 신제품 개수를 제한하는 것이 아니지만, 품질에 조금이라도 의심이 들면 출시를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24일 서울 장충동 반얀트리 클럽앤스파에서 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다. 그는 시슬리의 올해 세 번째 신제품인 모공 관리 화장품 ‘글로벌 퍼펙트 포어 미니마이저’를 알리기 위해 방한했다.

 체스니어는 “신제품을 많이 내놓지 않는 것은 시슬리가 ‘가족회사’라는 점과도 연관이 있다”고 덧붙였다. 시슬리는 1976년 위베르 도르나노(86)가 설립했다. 1946년 화장품 브랜드 ‘올랑’을 설립해 운영하다 식물성 원료 화장품인 시슬리를 따로 세운 것. 현재는 아들 필립 도르나노(48)가 경영권을 물려받았지만, 창업자는 지금까지 제품 개발에 관여하고 있다. 제품 개발자가 개발 진행 상황을 수시로 창업자에게 보고한다는 것이다. 체스니어는 “7~8년 개발하던 신제품도 마땅치 않을 것 같다는 창업자의 결정으로 중단된 적이 있고, 2년 동안 신제품이 하나도 안 나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제품 개발 비용을 무한정 쓸 수 있는 것이 시슬리의 독특한 방식”이라고 했다.

 화장품 브랜드들이 연령대별로 다른 상품을 내놓는 것과 달리 시슬리는 소비자를 세분화하지 않는 것으로도 이름났다. 이에 대해 체스니어는 “최고급 원료를 쓰면 성별·나이에 상관없이 좋은 작용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나온 제품 이름에 ‘글로벌’이 들어간 것 또한 모든 연령·성별이 쓸 수 있다는 뜻이다.

 특수한 식물성 원료를 골라 오랜 기간 개발하기 때문에 제품은 비싸다. 신제품 ‘글로벌 퍼펙트…’만 해도 30mL에 21만원이다. 체스니어는 “‘시슬리는 비싸다’는 인식이 많아 요즘 같은 불황에 걱정이 되는 것은 사실”이라며 “하지만 최고급 전략은 바꾸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문제는 값이 아니라 제값을 하느냐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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