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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두고 전세 가장 많은 동네, 대치동 아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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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주부 유모(38)씨는 9년 전 집을 샀지만 경기도 과천에서 전세로 산다. 자녀 교육환경과 남편의 출퇴근 시간을 감안해서다. 그는 “내가 소유한 집을 팔아 주거 여건이 좋은 지역 아파트를 사기 어렵다는 점도 전세로 사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이렇게 자기 집이 있는데도 전·월세로 사는 가구가 크게 늘었다. 최막중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가 26일 한국개발연구원(KDI) ‘부동산 시장 동향’에 실은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기준으로 자기 집을 두고 전·월세로 사는 가구 수는 114만235가구에 이른다. 2005년(66만7692가구)에 비해 70.7% 늘어난 규모다.

 전체 가구에서 이런 집이 차지하는 비율은 5년 새 4.3%에서 6.8%로 높아졌다. 특히 수도권에선 이 비율이 9.3%에 이른다. 수도권 세입자 가구만 놓고 보면 거의 열에 두 집(17.6%)꼴로 소유와 거주가 따로 노는 양상을 보였다.

 소유 따로, 거주 따로 형태의 가구가 특히 많은 곳은 수도권 신도시였다. 용인 수지(34.6%)와 과천(34.4%)이 대표적이다. 성남 분당(29.5%), 안양 동안(평촌, 27.5%), 고양 일산서(27%)도 집 있는 세입자가 많은 지역이었다. 서울에선 서초구(31.2%), 강남구(26.4%)와 목동이 속한 양천구(24%)가 이 비율이 높았다. 자녀 교육을 위해 대치동에는 전세 사는 사람이 많다는 뜻인 속칭 ‘대전동’이 빈말이 아닌 셈이다.

 최 교수 분석에 따르면 초·중·고 학생을 둔 가구에서 이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이 그렇지 않은 가구에 비해 2.9배 높았다. 이직·취업도 영향을 주는 것으로 분석됐다. 최 교수는 “교육·고용 중심지에 대한 주택 소비 수요는 높은데, 이런 지역에 집을 사려면 기존 집을 팔아서는 비용을 댈 수 없기 때문에 빚어지는 현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종합적으로 보면 주택 소비와 투자(집값 상승) 목적을 동시에 충족시키기 위한 행동이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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