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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갯속 세계경제, R&D로 미래 밝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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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면

유럽발 재정위기가 확산되면서 국내외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도 커져 미래 경기 전망 역시 점점 불투명해지고 있다. 하지만 경기침체의 늪이 아무리 깊어도 기업의 성장 본능마저 꺾을 수는 없는 법. 경기 침체 속에서도 기업들은 미래 성장 기반을 확보하기 위한 연구개발(R&D)과 투자를 멈추지 않고 있다. 정부도 3년 전 ‘17개 신성장동력’ 분야를 선정해 R&D에 필요한 인력과 재원을 지원하고 있다. 지식경제부에 따르면 신성장동력으로 선정한 이들 분야에서는 3년 만에 이미 80%가 본격적인 사업화 단계에 들어섰고, 이에 따라 총 62조원의 투자가 이뤄진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 용인의 현대·기아차 환경기술연구소에서 한 연구원이 수소연료전지차의 핵심 부품을 시험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수소차를 비롯해 하이브리드카 같은 친환경차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 중 LED와 AMOLED 같은 차세대 디스플레이 시장은 계속 커지고 있다. LED의 경우 LED TV 시장의 폭발적 성장세에 힘입어 기업들의 매출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기업들의 원천기술 투자도 계속돼 LED소자의 경우 2009년 세계 4위였던 생산 순위가 2010년 2위로 올라섰다. 삼성전자는 LED를 미래 먹거리 중 하나로 정하고, 투자를 확대해 단일 기업으로서 세계 1위 자리를 굳힌다는 목표를 세워놓고 있다. 2020년까지 LED의 조명엔진 등에 대한 R&D에만 총 8조6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게 삼성전자의 게획이다. LED분야에서 향후 8년간 17조8000억원 매출을 올리고 1만7000여 명 고용을 창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스마트폰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는 이미 국내 기업들이 세계 1위를 차지했다. 스마트폰의 경우 국내 기업들은 2009년 LTE폰 최초 상용화에 성공하는 등 탁월한 기술력을 토대로 2011년 2분기 이후 시장점유율 1위 자리를 지켜오고 있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각광받는 OLED 분야에서는 지난해 국내 업체들이 세계 시장의 89%를 점유했을 정도다.

2차전지와 신재생에너지 분야에 대한 투자도 지속되고 있다. 2차전지의 대표적 기업인 LG화학은 2010년 9월 GM에, 2011년 11월에는 르노에 각각 차량용 배터리를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또 삼성SDI바 보쉬와 합작한 SB리모티브는 BMW에 배터리를 공급하기로 했다. 세계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만들 전기차의 ‘심장’을 국내 회사들이 만드는 것이다.

전기차용 배터리 분야에서 세계 1위 기업으로 위상을 다진 LG화학은 에너지저장시스템(ESS·Energy Storage System)시장에도 본격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ESS는 발전소에서 공급받는 전력을 비축했다가 전력이 필요한 시점에 필요한 곳으로 전송함으로써 에너지 효율을 극대화할 수 있는 스마트 그리드 분야의 핵심 장치다. LG화학과 더불어 포스코와 한국전력 역시 현재 제주도에서 스마트 그리드 시험 사업을 하고 있다. 낮 동안 태양광 발전설비를 이용해 만들어진 전기나 심야의 값싼 전기를 저장했다가 활용하는 시스템부터 전기차의 충전 시스템 등을 시험하고 있다.

1 삼성모바일디스플레이의 55인치 대형 OLED TV. 2 LG화학의 가정용 전력저장장치 ‘RESU’. 3 순수 국내기술로 개발·제작한 차세대 고속열차 ‘HEMU-430X’.시속 430㎞까지 낼 수 있다.

태양광 분야는 최근 글로벌 경제위기로 다소 위축돼 있다. 하지만 태양광 시장은 2007년 1억4000만 달러 정도였던 국내 기업의 수출액이 2010년 37억4000만 달러로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이미 성장성을 입증한 바 있다. 이에 한화그룹은 폴리실리콘-잉곳-웨이퍼-태양전지(셀)-모듈-태양광발전으로 이어지는 태양광 사업의 모든 분야에 대한 수직계열화를 갖추고 글로벌 시장을 공략 중이다. 특히 태양전지 핵심소재인 폴리실리콘을 자체 생산할 수 있게 돼 2014년 이후 한화그룹 내부의 태양광 사업용 폴리실리콘 수요 대부분을 자체 해결할 수 있게 됐다. 한화는 또 미국 실리콘밸리에 태양광 연구개발을 전담할 한화솔라아메리카(Hanwha Solar America)를 설립해 차세대 태양전지 등 태양광 분야를 선도할 원천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현대·기아차는 전기차, 수소연료전지차를 비롯해 하이브리드차,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 등 다양한 친환경차 개발에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기아차는 지난해 말 전기차 ‘레이 EV’ 양산체제를 구축했다. 레이 EV는 올해 2500대를 생산해 정부와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공급하고 내년부터는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판매한다.

포스코는 지난 3월 세계 철강업체 중 처음으로 전기자동차용 철강차체(PBC-EV, POSCO Body Concept-Electric Vehicle)개발에 성공했다. PBC-EV는 충돌 안전기준을 충족시킬 정도의 강도를 갖췄으면서도 무게는 기존 차량용 차체보다 25% 이상 가볍다. 또 제조부터 폐기까지의 모든 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량도 50%가량 줄일 수 있는 친환경 소재다.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 개척 발걸음에도 가속도를 붙이고 있다. SK그룹은 아시아-중동-유럽을 잇는 터키와 동남아 경제 중심지인 태국을 주축으로 글로벌 신시장을 개척 중이다. 터키에서는 SK가 보유한 첨단 통신기술 등을 활용해 에너지 인프라 등 다양한 분야의 신사업 등에 투자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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