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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취업 성공시대 ④ 최광민 삼성SDS 선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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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거동이 불편해 전동 휠체어에 의지해야 하는 삼성SDS 최광민 선임. 그는 장애인 특별채용이 아닌, 삼성그룹 대졸 일반 공채에 응시해 당당히 합격했다. [조문규 기자]

얼핏 전동 휠체어에 의지한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떠올랐다. 입으로 조종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게임기 조이스틱 같은 조종기기가 달린 전동 휠체어를 이리저리 운전하며 다니는 모습이 꼭 그렇게 보였다. 서울 삼성동 삼성SDS 융합솔루션플랫폼연구소에서 일하는 최광민(28) 선임의 첫인상이었다.

그는 몸이 자유롭지 못하다. 혼자서는 걷지 못한다. 휠체어 바퀴조차 굴릴 수 없다. 누군가 밀어주지 않으면 휠체어는 무용지물이었다. 말을 할 때도 의지와 달리 몸이 틀려 대화를 하고 나면 온몸이 땀으로 젖곤 한다.

 “몇 발자국 움직이는 데도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했습니다. 오죽하면 화장실 가는 것도 참았겠습니까. 움직이는 것 자체가 남에게 부담이 된다고 생각했으니까요.”

 학창 시절, 그는 공부에 매달렸다. “머리로 하는 것만큼은 남들에게 뒤지고 싶지 않아서”였다고 했다.

부모는 아들을 매일 학교까지 업어 등교시키며 뒷바라지를 했다. 어려서부터 장난감처럼 가지고 놀던 컴퓨터를 좀 더 공부하기로 마음먹은 건 고교 때다. 온라인 세상에선 신체 장애가 문제가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서울 관악고를 졸업한 그는 한양대 컴퓨터학과에 진학했다.

한양대엔 최 선임 외에도 다양한 장애를 가진 학생들이 있었다. 대학 측은 이들이 수강신청을 한 수업을 1층 강의실에 배정했다. 건물을 오르내리기 힘들다는 점을 고려한 것이다. 이런 환경과 스스로의 노력 끝에 최 선임은 4.5점 만점에 4.1점이란 학점으로 대학을 졸업했다.

 대학 졸업을 앞두고 교수들과 가족·지인은 대학원 진학을 권했다. “경쟁이 치열해 일반인도 낙오되기 십상인 기업보다 학계가 낫지 않겠느냐”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는 학문적인 연구보다 많은 사람이 쓰는 실용적인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싶었다. 그러려면 기업에 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주위의 만류에도 그는 기업 공채를 준비했다.

 그리고 삼성그룹에 도전했다. 그것도 장애인 특별채용이 아닌 일반 채용을 택했다. 필기시험인 삼성직무적성검사(SSAT)를 볼 때 도우미의 도움을 받아 답안지에 정답을 채워넣었을 뿐, 면접이나 토론 같은 다른 전형은 다른 지원자와 똑같이 치렀다. 삼성SDS 측은 “타자를 치거나 움직이는 데 다른 사람보다 시간이 더 걸렸지만 그 외의 점에선 일반인 경쟁자에 비해 뒤지는 면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장애인에게 필요한 건 지하철 요금 할인이 아니라 교육의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한다. 교육을 받았기에 그는 “혼자 걸을 수도 없는 몸으로 일반인과 경쟁하는 무모한 도전을 했고, 결국 성취해 냈다”는 것이다. 최 선임은 현재 삼성SDS에서 클라우드 서비스 관련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최 선임은 “행복하게 살고 싶다”고 했다. 그가 꼽은 행복의 조건은 두 가지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 최씨는 “장애인도 배워야 하고 일도 할 수 있다는 인식은 자리를 잡았다”면서도 “사람들은 여전히 장애인도 사랑하고 결혼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하지 못하는 것 같다”고 했다.

 “다들 힘들 거라고 했는데 대기업에 취직해 일하고 있잖아요.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가정을 꾸리는 것도 할 수 있을 거라고 믿습니다.”

 최 선임은 “상황을 받아들이면 오히려 극복할 수 있는 힘이 생긴다”며 웃어 보였다.

최광민 선임  2007년 한양대 컴퓨터학과를 졸업하고 삼성SDS에 입사했다. 지금은 클라우드 서비스를 위한 기반 프로그램을 설계하고 분석하는 일을 주로 한다. 그의 꿈은 세계시장에서 팔리는 소프트웨어를 만드는 것. 그는 “하드웨어는 국산을 써도 소프트웨어는 다 외산을 쓴다”며 “소프트웨어도 국산이 낫다는 말을 듣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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