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전문가칼럼] 민간 노인장기요양 시설 운영난 국가가 공익성 차원 지원 나서야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11면

요즘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와 관련된 뉴스가 핫이슈다. 시사 프로그램에서 일부 장기요양기관의 운영 실태에 대해 보도하고,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요양보호사의 인권과 처우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등 이런저런 이야기를 방송과 신문을 통해 접하면서 마음이 무거워졌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시행된 지(2008년 7월 시행)도 벌써 4년이 흘렀다. 제도 시행 초기에 비해 국민의 인식이 많은 부분 긍정적으로 변한 것도 사실이다. 현재 여러 통계자료를 보면 40~50대 사람들은 노후를 자녀에게 의지하지 않고, 요양시설에서 생활하고 싶어 한다. 사회 환경의 변화에 따라 세대 간의 인식이 그만큼 달라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저출산과 고령화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환경 변화에 대응하고 문제점을 예방하기 위해 도입된 제도가 바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다.

이 제도는 크게 두 축을 기반으로 하고 있다. 한쪽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시설과 종사자이며 다른 한쪽은 서비스를 제공받는 어르신과 보호자이다. 이 두 축은 서로 건강한 긴장관계를 유지하면서 상생해야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그러다 보니 서비스를 제공하는 종사자는 종사자대로 인권과 처우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국가인권위원회에서도 지난 1일 요양보호사가 저임금·장시간 노동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 놓여있다고 판단, 정부 부처를 대상으로 요양보호사 노동인권 관련 정책 개선을 권고했다.

또 시설은 시설대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시설 충족률이 전국 평균 130%를 넘어서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노동법 등 관련 법규와 장기요양시설의 운영지침이 일부 상충하다 보니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는 업주들은 예비 범법자로 내몰리고 있다.

게다가 외부 시선 또한 곱지 않다. 장기요양기관 중 일부 개인 시설들이 어르신을 1명 당 2500만원의 권리금을 받고 거래하고, 부당청구 등 불법 운영을 자행하면서 서비스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추적 60분’이 보도하면서 이 직종의 대다수를 그런 시각으로 바라보는 건 아닌가 싶어 위축되기도 한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다른 한 축인 서비스를 제공받는 어르신과 보호자의 제도에 대한 선호도와 만족도가 높다는 점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서 시행한 만족도 조사결과를 보면 만족도가 2009년 74.7%에서 2010년 86.2%, 2011년 86.9%로 서비스 이용에 대한 만족도는 높아지고 있다. 이렇게 서비스 이용에 대한 만족도가 지속적으로 향상되고 있다는 점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는 시설이나 종사자들의 헌신적인 노력과 희생이 아닌가 생각된다.

그런데 왜 이런 두 축에 대해 상반되는 상황이 나타나고 있는 것일까? 사회복지 영역에 속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공공성과 공익성의 확보가 중요하며, 1차적 책임과 역할은 국가가 가진다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시설 현황에 따르면 현재 장기요양기관을 운영하는 주체는 법인시설보다 민간(개인)시설이 차지하는 비율이 입소시설의 경우 약 71%, 재가시설(방문요양) 약 89% 정도로 높다. 공공성과 공익성 확보를 통해 시행돼야 하는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민간의 참여 비중이 지나치게 높다 보니 투자한 비용과 이윤을 추구할 수밖에 없는 개인시설의 특성상 시설 운영자의 마인드에 의해 서비스의 질과 종사자의 처우가 결정된다고 볼 수 있다.

앞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안정적으로 정착되고 서비스의 질 또한 안정화되기 위해서는 국가가 1차적인 책임의식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 또한 현실성 있는 장기요양수가체계와 운영지침 등을 통해 장기요양기관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옥석을 가려내야 할 것이다. 국가나 민간이 함께 적극적인 노력을 통해 장기요양서비스를 받고 있는 어르신은 행복하고 보호자는 안심할 수 있으며, 종사자는 즐겁게 일하고, 기관 운영자도 어려움이 덜어지는 모든 국민을 위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되길 바란다.

서영주 호서노인전문요양원 원장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