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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관 교수의 조선 리더십 충청도 기행 ⑭ 이순신의 창조적 완벽주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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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면

1. 통영 충렬사에서 문화관광해설사로부터 설명을 듣는 관광객들. 2. 제승당에서 바라본 한산도 앞바다 풍경. 3. 한산도 제승당 경내의 수루 [사진= 이영관 교수]

조선왕조를 빛낸 위인들이 충청도 땅에서 이룬 업적과 그들의 유적들은 리더를 꿈꾸는 현대인들에게 소중한 교훈이 될 수 있다. 위인들의 발자취를 답사하다 보면 세계시장에서 통용될 수 있는 한국형 리더십의 본질을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영관 교수의 조선 리더십 충청도 기행’ 시리즈는 고불 맹사성, 추사 김정희, 우암 송시열, 이순신 장군, 세종대왕 순으로 그들의 리더십을 소개한다.

조선 연합 함대의 승리는 이순신의 완벽을 추구하는 리더십에서 그 실마리를 풀어볼 수 있다. 그는 치밀하고 냉정했으며 아군의 전력에 적합한 맞춤형 전략을 구사했다.

적군의 대응태세를 정확히 파악했고 아군에 유리한 해역으로 적을 유인해 전투에 임했으며 적이 예측할 수 없는 변화무쌍한 전략과 전술을 구사했다. 남해안의 지형적 특성과 조류의 흐름을 정확히 파악하고 전술에 활용하는 것은 기본이었다.

조선 수군의 전투선이 왜군의 전투선보다 견고했고 화력이 강했던 점도 빼놓을 수 없다. 조선의 판옥선은 소나무로 제작돼 충격에 강했지만 왜의 전투선은 삼나무로 만들어 충격에 약했다. 돌진하는 판옥선에 부딪히면 쉽게 부서지는 약점을 지니고 있었다.

거북선 또한 선체가 단단해 충돌파괴력이 강했고 그 외관만으로도 적의 사기를 꺾어놓기에 충분했다. 판옥선과 거북선에는 유효사거리가 900m 이상인 포를 장착했는데 왜의 전투선은 포의 탑재가 쉽지 않아 탑재된 포의 수가 조선의 판옥선에 비해 적었다.

왜의 전투선 사정거리 밖에서 불을 뿜어대는 조선 함대는 강력한 파괴력을 지니고 있었다. 판옥선은 또 밑바닥이 평평한 배의 특성상 제자리에서 회전이 가능했는데 이는 좌현과 우현의 포를 번갈아 쏘면서 재장전이 가능했다. 개전 초기 왜군은 게릴라전술로 치고 빠지는 조선 수군을 보며 겁쟁이라 여겼지만 연전연승하는 이순신을 보면서 그의 치밀함과 다양한 전술 구사능력에 전의를 상실해 갈 수밖에 없었다.

이순신 장군은
1545년 서울에서 태어났으며, 충청도 아산에서 젊은 시절을 보내며 무예를 연마했다. 32세 때 식년 무과에 급제했고, 임진왜란을 승리로 이끈 리더십으로 우리 민족을 대표하는 영웅이 됐다.

이순신은 고문을 당하고 풀려나 백의종군하면서도 선조와 대신들을 원망하기보다 왜란으로부터 조선을 구해야 한다는 신념을 잃지 않았다. 『난중일기』를 봐도 임금에 대한 원망이나 부패한 관료들을 질타하는 내용은 없다.

모함을 받아 옥살이를 하게 되면 자신에게 피해를 준 사람들을 원망하기 마련이다. 속세를 떠나 초야에 묻혀 살거나 보복할 기회를 엿보기 십상이다. 그러나 이순신은 옥에서 풀려나자마자 동료 군인들이 고생하고 있는 전쟁터로 향했다.

그는 전쟁 중에도 사람의 생명을 중시해 적군을 무찌르는 것 못지않게 백성을 보호하는 일에도 신경을 썼다. 왜군이 패배해 육지로 숨어들면 적선을 불질러버리거나 노획해 전과를 올리기보다는 도망친 적들이 마을 주민들을 괴롭히고 살인하는 것을 막는데 주력했다. 때로는 몇 척의 적선을 남겨두어 적군이 도망치도록 조치하기도 했다.

여러 고난과 역경에도 나라에 대한 충성을 다한 이순신의 예를 보면 훌륭한 리더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자신의 마음을 다스리는 데에 통달해야 한다는 선현들의 가르침을 되새겨보게 된다. 이순신은 무인이기 이전에 자신의 마음을 냉철하게 통제할 수 있는 심학(心學)의 달인이었다. 또한 자신이 원하는 정보가 무엇인지 정확히 알고 어디서 얻어야 하는지를 파악하는 정보의 달인이고 완벽한 승리를 위한 창조적인 전략을 만들어 내는 달인이었다.

무엇보다 그가 영웅이 될 수 있었던 승리의 원동력은 기존의 전술을 답습했던 것이 아니라 적이 예측하기 어려운 창조적 전법을 구사했기 때문이다. 매우 창조적인 완벽주의자. 어쩌면 선진국의 문턱에 접어든 한국사회가 가장 원하는 상이 아닌가 싶다.

글=장찬우 기자
사진=이영관 교수

이영관 교수는 1964년 충남 아산 출생. 한양대학교 관광학과와 같은 대학원에서 기업윤리를 연구해 박사학위를 받았다. 코넬대학교 호텔스쿨 교환교수, 국제관광학회 회장, 한국여행작가협회 감사 등을 역임했으며, 현재는 순천향대학교 관광경영학과 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주요저서로 『조선의 리더십을 탐하라』 『스펙트럼 리더십』 『한국의 아름다운 마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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