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가 700만 명이 넘었다고 한다. 그중 다수가 식당업이다. 인구 110여 명당 식당이 하나란다. 경제활동 인구로 보면 50여 명당 하나꼴이 된다. 이 시간에도 식당 ‘문을 여는’ 사람은 있다. 적은 자본으로 비교적 쉽게 시장 진입이 가능하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만큼 망하는 경우도 잦다. 개업 후 1년을 넘기는 경우가 드물다. 문을 닫으면 그 자리에 새 식당이 들어선다. 실내장식과 간판업만 호황이라는 뼈 있는 농담이 나돈다.
그런데도 개업을 준비하는 예비업자는 줄을 섰다. 취직을 포기한 청년 창업에다 베이비붐 세대의 대규모 퇴직까지 겹쳤다. 게다가 경기 하강국면이다. 앞으로 몇 년 내 외식산업의 끔찍한 상황을 예견하는 이가 많다. 기존 식당도 성공이 아니라 망하지 않기 위해 버틴다. 이 바닥에서 십수 년 동안 식당을 해온 필자도 남의 일이 아니다. 그런데 기왕 시작하는 식당, 망하지 않게 제대로 하는 데는 그다지 관심이 없는 것 같다. 식당을 여는 데만 바쁘지 무얼 어떻게 팔아야 하는지 준비가 잘 안 돼 있다.
나는 겁 없이 뛰어드는 창업자를 보면 깜짝 놀란다. 프렌차이즈 설명회에 한두 번 참석하고 덜컥 계약한다. 복덕방 말만 듣고, 큰 고민 없이 식당 자리를 얻기도 한다. 내가 아는 한 친구는 식당을 열려는 지역의 유동인구를 계산하려고 골목에 낚시의자를 갖다 놓고 일주일을 앉아 있었다. 유동인구를 연령과 성별로 분류한 자료를 토대로 메뉴를 짰다. 여성이 많다는 걸 감안해 간판 모양도 여성 취향으로 바꿨다. 인근 지역 사무실 직원의 평균 연봉을 조사해 음식 가격을 매겼다. 맛있다는 식당의 비결을 캐기 위해 6개월 동안 집요하게 가서 사먹었다. 개업 후에는 새벽마다 시장 세 곳을 돌아 가장 싸고 싱싱한 재료를 사들였다. 싸고 맛있고 푸짐하다는 식당의 기본 3박자를 갖췄다. 그런데도 겨우 먹고사는 정도라고 탄식한다.
영업이 부진한 업주에게는 뭔가 이유가 있다. 대개는 이렇게 말한다. “음식은 괜찮은데 목이 안 좋아서….” 틀린 말이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식당의 상당수는 뜻밖에도 정작 음식이 시원찮다. 식당의 핵심은 음식이라는 걸 놓치고 있는 것이다.
아마추어리즘도 문제다. “이 장사를 처음 해봐서…, 부족해도 잘 봐주세요”라며 동정을 구한다. 그러나 손님은 냉정하다. 프로다운 음식을 원한다. 사람은 원래 자기 입에 들어오는 음식에 대해 보수적이다. 진화의 과정에서 그렇게 프로그래밍되었다. 인터넷 쇼핑몰에서 잘못 산 5만원짜리 원피스는 후회하더라도 곧 잊는다. 그렇지만 만원짜리 음식이 문제가 있으면 오래도록 기억한다.
사람마다 표준적인 자기 입맛이 있어서 섣불리 새로운 맛에 잘 도전하지 않는다. 옷은 아방가르드로 최신 패션을 입지만, 음식은 할머니 된장찌개를 좋아하는 게 사람의 심리다. 이런 사람의 입맛을 만족시키는 건 생각보다 어렵다. 과연 나는 식당을 하기 위해 얼마나 준비했나, 그걸 먼저 묻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박찬일 음식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