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느리게 사는 삶 배워가세요 … 구들·옹기 강의 연 상주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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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유민구들흙건축 관계자들이 교육생들과 한옥 구들 놓기 실습을 하고 있다. [사진 유민구들흙건축]

경북 상주시 공검면 유민구들흙건축 유종(51) 대표는 요즘 전통 구들을 가르치는 일로 바쁘다. 50대 베이비부머의 퇴직으로 귀농 바람이 불면서 전통 전원주택에 관심이 쏠린 덕분이다. 7∼8년 동안 벌써 200여 명을 가르쳤다. 특히 서울·경기 등 수도권에서 내려온 사람들이 구들을 선호한다고 한다. 유 대표는 “전통 구들을 놓으면 달구어진 돌에서 원적외선이 나와 몸에 좋은 것은 물론 나무를 때니 연료비가 거의 들지 않는다”고 장점을 설명했다.

 구들로 사용하는 돌은 현무암·편마암을 많이 쓰며 황토 흙도 중간 중간 배치된다. 그는 “구들을 놓으면 바닥이 골고루 따뜻해야 한다”며 “거기다 한번 불을 지피면 온기가 3∼4일은 가야 잘 놓은 것”이라고 개념을 덧붙인다. 즉 땔감은 적게, 온도는 높게, 축열은 오래 가야 한다는 것이다.

 올해로 23년째 전통 구들을 놓고 있는 유씨는 오는 27일부터 3일간 시민들을 상대로 무료 강좌에 나선다. 교육비를 안 받는 대신 연말에 수료자들과 함께 시골집·고택을 찾아가 구들을 고쳐 주는 봉사를 벌일 계획이다.

 상주시 이안면 정대희(54) 옹기장 후보자는 8월부터 시민과 학생들을 상대로 ‘옹기 학당’을 연다. 정씨는 6대째 옹기를 굽는 장인이다. 전국의 옹기장 12명 중 한 명이다. 정씨의 아들과 손자도 기능을 전수받고 있다. 그는 “손으로 만드는 옹기는 수요가 갈수록 늘어난다”며 “옹기는 찬 기운이 나오는 도자기와 달리 그릇에서 뜨거운 기운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 뜨거운 기운 때문에 된장·간장 등 발효식품을 담는 용기로 제격이라는 것이다. 또 옹기는 표면이 뚫려 있지 않으면서 흙집과 같이 숨을 쉰다. 조상들은 수천년 전부터 그런 이치를 터득해 옹기를 만들어왔다고 설명한다. 그래서 지금도 그릇이 아무리 좋아도 장독만큼은 옹기를 못 따라간다고 자신한다. 정씨는 이곳에서 천천히 가는 삶도 함께 가르칠 계획이다.

 상주 슬로시티 주민협의회(위원장 정하록)는 23일부터 향토 자원인 전통구들·옹기 등 8개 분야에서 ‘달팽이 학당’을 운영한다. 국제슬로시티로 지정된 상주시가 시민들에게 느리게 사는 삶을 확산시키기 위해서다. 달팽이는 슬로시티를 상징하는 동물이다.

 슬로시티 주민협의회가 주관하는 달팽이 학당은 느린 삶을 몸소 실천하고 있는 지역의 장인을 활용했다. 프로그램은 ▶전통구들 학당 ▶옹기 학당 ▶도예 학당 ▶슬로푸드 학당 ▶천연염색 학당 ▶천연비누 학당 ▶민요 학당 등으로 만들어졌다.

 주민협의회 정하록 위원장은 “달팽이 학당은 단순 체험으로 그치지 않고 교육을 마치면 지역에서 다시 봉사하는 선순환 구조로 슬로시티를 확산시키겠다”고 말했다.

참가를 희망하는 시민은 상주시청 홈페이지(www.sangju.go.kr)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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