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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부동산시장 돌아선다” … 글로벌 증시 화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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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8면

미국 등 주요국 부동산시장이 살아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붕괴는 2008년 세계 금융위기의 주범이었다. 그런 곳에서 상승의 싹이 움트고 있다. 부동산시장의 반등이 경기 회복을 이끌고, 이것이 주식시장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상무부에 따르면 6월 미국의 주택착공 건수는 76만 건으로 전달에 비해 6.9% 증가했다. 2008년 10월 이후 3년8개월 만에 최대치다. 지난해 6월에 비해서는 23.6% 증가했다. 전날 전미주택건설협회(NAHB)가 발표한 7월 NAHB·웰스파고 주택시장지수 역시 전월보다 6포인트 오른 35를 기록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로 촉발된 금융위기 이전인 2007년 3월 이후 가장 높은 수치다. 한 달 상승폭으로는 최근 10여 년 만에 가장 크다.

 데이비드 크로웨 NAH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통신과의 인터뷰에서 “절대치 자체로 보면 아직 주택경기가 취약한 상태이지만 최근의 상승폭은 주택시장이 경기 회복을 이끌 수 있는 수준으로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두 가지 지표의 상승세를 놓고 “주택시장이 전환점을 돌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지난 분기 성장률이 7%대로 하락한 중국의 부동산시장도 기지개를 켜고 있다. 중국 국가통계국은 18일 “6월 신규주택 가격이 전달보다 오른 도시는 전체 70곳 가운데 25곳으로 집계됐다”고 발표했다. 지난해 7월 이후 가장 많은 수치다. 특히 경제특구가 몰려 있는 항저우(杭州)의 집값은 5월보다 0.6% 올랐다. 베이징(北京)과 상하이(上海)는 각각 0.3%, 0.2% 상승했다. 또한 시가총액 기준으로 중국 최대 부동산개발업체인 완커의 6월 주택계약 판매량은 5월보다 24% 늘었다. 다른 개발업체인 롱포그룹의 판매 역시 36% 증가했다. ‘부동산시장 상승→경기 회복→증시 반등’에 대한 기대감으로, 이날 마감한 미국과 유럽 주요국 증시가 모두 1% 안팎 상승했다.

 벤 버냉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은 18일 하원 금융서비스위원회에 출석해 “완만한 개선 조짐이 나타나는 곳이 바로 주택시장”이라고 말했다. 안철민 프랭클린템플턴자산운용 부장은 “본사에서 실시한 글로벌 투자심리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2009~2011년 미국 시장(S&P500지수 기준)이 실제로는 올랐는데도 절반 이상의 투자자가 이 기간 시장이 하락 또는 보합세였다고 답했다”며 “유럽 재정위기, 중국 성장률 쇼크 등 부정적 소식에 묻혀 호재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섣부른 기대는 무리라는 주장도 있다. 먼저 중국 부동산시장의 회복이 오히려 중국 정부의 양적완화 정책 시행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는 해석이다. 프랑스 대형 은행인 소시에테제네랄(SG)의 야오웨이(姚偉) 이코노미스트는 “(집값 반등으로) 부동산정책을 완화하기가 더 어려워졌다”며 “하반기 추가로 금리를 내리기보다는 공공투자에 더 기댈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경우 주택 착공은 늘었지만 향후 주택 건설 움직임의 선행지표 역할을 하는 건축허가 건수는 줄었다. 5월 8.4% 늘었던 건축허가 건수는 6월 75만5000건으로, 전달보다 3.7% 줄었다. SG의 브라이언 존스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이 회생 신호를 보이고 있지만 미국인은 여전히 주택 구입을 망설이고 있다”고 말했다.

 주택시장 개선이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예전만 못하다는 것도 고려할 점이다. 미국의 금융연구그룹 하이프리퀀시이코노믹스(HFE)의 짐 오설리번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FT와의 인터뷰에서 “주택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2.3%로 정점을 이뤘던 2005년(6.3%)보다 떨어졌다”며 “주택 착공 규모가 24% 늘어난다 해도 GDP 성장률에는 크게 기여하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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