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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 할지 소방관 할지 아이들 하고 싶은 대로 놔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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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오늘 몇 개 했어?’가 아니라 ‘오늘 뭐가 제일 재미있었어?’라고 물어봐 주세요.”

 어린이들이 다양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테마파크로 꾸며놓은 키자니아 진현숙(53·사진) 대표의 당부다. 그는 “우리나라 부모들은 테마파크조차 교육시켜야 한다는 의무감에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것 같다”며 “키자니아에 오면 아이들이 자연스레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방관해 달라”고 권했다.

직업 체험을 마치고 테마파크를 나설 때 아이들에게 ‘오늘 몇 개 체험했는지’부터 물어보는 부모들을 겨냥한 것이다. 진 대표는 “우리나라 엄마들의 눈높이가 높아 공간 구성과 체험 내용에 더 세심한 배려를 할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키자니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키자니아를 방문한 서울과 수도권 거주 고객의 35%가 교육열이 높은 서울 서초·강남·송파구에 산다.

 서울 잠실동 롯데월드 쇼핑몰에 입점한 키자니아는 만3세부터 16세 이하 어린이들이 제조업·서비스업·유통업·금융·교육 분야의 90여 개 직업을 체험할 수 있도록 꾸며놓은 테마파크다.

주변에서 익숙한 경찰이나 소방관, 치과의사와 같은 직업은 물론 쇼호스트나 패션 모델 직업도 체험할 수 있다. 키자니아와 제휴를 맺은 50여 개 대기업과 관공서가 실제 업무와 유사한 직업체험프로그램을 구축할 수 있게 도움을 준다. 멕시코시티에 본사를 둔 키자니아는 2010년 8번째로 우리나라에 문을 열었다.

 진 대표는 MBC 라디오 PD 출신이다. 가수 유희열과 윤도현, 김C를 라디오 DJ로 발탁한 사람이 그다. 그는 “PD로 일했던 게 키자니아의 체험프로그램을 풍부하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그는 사무실에 따로 준비해 둔 운동화를 신고 매일 한두 시간씩 테마파크를 둘러본다. 그는 “고객들이 재밌게 놀다 갈 수 있도록 끊임없이 아이디어를 생각하는 게 일이다”며 앞으로 스마트폰으로 키자니아 내에서 촬영한 사진을 즉석에서 인화할 수 있는 서비스를 도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진 대표는 지난달 칠레의 수도 산티아고에 새로 문을 연 키자니아를 다녀온 소감도 전했다. 그는 “산티아고 키자니아에 현대자동차가 입점해 자동차 디자이너라는 직업 체험 시설을 운영하고 있었다”며 “더 많은 국내 기업들이 키자니아 입점과 같은 간접 마케팅을 통해 자연스럽게 브랜드 인지도를 높일 수 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위문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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