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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국종 닮은 의사, 진짜 있겠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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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드라마 ‘골든 타임’(MBC)에서 인술을 펼치는 의사 최인혁으로 나오는 배우 이성민. “수술 장면을 하나 찍으면 정말로 수술을 끝낸 것 같다. 응급실이 배경이라 연기도 느긋하게 할 수가 없다”고 했다. [사진 MBC]

골든 타임. 중증외상환자의 생존이 결정되는 황금 같은 시간이다. 9일 첫 방영한 ‘골든 타임’(MBC)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의학드라마다. ‘피 튀기는’ 응급실이 배경이다. 수많은 생명이 희비를 가르는 이곳에, 의사 최인혁이 있다. 어떻게든 사람을 살려내면 될 뿐, ‘하얀거탑’ 같은 권력다툼에는 무관심한 그는 24시간 일에 매달려 있다. 병원에서 숙식을 해결하는 그를 두고 동료들은 이렇게 표현한다. “사생활도 없는 얼굴이잖아요.”

 이 ‘완벽한 의사’에 시청자는 열광했다. 배우 이성민(44)도 새삼 주목받기 시작했다. 정치싸움에 능한 의사(드라마 ‘브레인’), 누구보다도 선한 왕(드라마 ‘더킹 투하츠’) 등 악인과 선인을 자유롭게 오가며 서서히 입지를 굳힌 그는 연극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배우다. 부산에서의 촬영이 하루도 쉴 틈 없이 빡빡하게 진행된다는 그를 전화로 만났다.

 -최인혁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그런 의사만 있다면, 돈 없고 힘이 없어도 생명을 구할 수 있을 거라는 안도감과 대리만족 때문인 것 같다.”

 -현실에는 없을 것 같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도움말을 얻기 위해 여러 의사들을 만나며 그런 편견이 깨졌다. 특히 외상외과, 응급실 의사들은 고생을 너무 많이 한다.”

 -여타 의학드라마와 구분된다면.

 “‘정해진 시간 안에 응급처치를 해야 한다’는 사명 때문에 긴박감이 살아있다. 수술장면을 촬영할 때 장면을 끊어 찍지 않고, 메스를 대는 순간부터 봉합하는 장면까지 한 번에 찍고 있다. 긴장감을 살리기 위해서다. 시청자에게도 위급한 상황이 그대로 전해질 수 있도록.”

 ‘골든타임’이 주목받은 이유는 중증외상센터 문제를 내세워 우리 의료현실의 문제점을 꼬집은 데 있다. 치명적인 외상을 입은 응급환자를 전문 치료하는 중증외상센터는 국내에 거의 없다. 드라마에도 이 문제가 담겼다. 병원, 정부 모두 눈앞의 이익만 계산한다. 의사 최인혁만이, 이 센터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우리 의료현실의 치부가 드러난다.

 “사실 이번에 ‘중증외상센터’라는 말을 처음 들었다. 드라마에도 석해균 선장 얘기가 나온다. 그 때문에 이 센터의 중요성이 일반인에게 알려졌기 때문이다. ‘골든타임’을 통해 다시 한 번 중요성을 환기하고 싶다. 연기를 하면서도 부담이 많이 되고 사명감도 생겼다.”

 -인혁의 경상도 사투리가 매력적이다.

 “감독님이 지방(부산) 병원을 배경으로 한 건, ‘우리(응급실)가 속해 있는 곳이 주류가 아니었으면 좋겠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인혁에게도 사투리의 옷을 입혔다. 비주류의 현장에서 비주류의 의사가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을 그려야 했다. 고향이 경북 봉화라 사투리 연기는 편하다.”

 - 40대 남자배우들의 활약이 크다.

 “그 동안 40대 배우들이 주도적으로 할 수 있는 극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이제는 드라마를 보는 사람들이 좀 더 성숙하고 다양한 이야기를 원한다. 그 안에서 평범한 중년의 일상을 재연해 주는 40대 배우에게 애정을 주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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