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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왕봉이 날 좋아해 609번 올랐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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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4월 14일 지리산 천왕봉에 600번째 오른 김상원씨.

남한에서 한라산(해발 1950m) 다음으로 높은 지리산의 최고봉인 천왕봉(天王峰)은 경남 함양군과 산청군 경계에 있다. 높이가 해발 1915m로 알려져 있으나 4년 전 함양군이 측정한 결과 1916.77m로 나타났다고 김상원(74)씨는 말했다. 김씨는 천왕봉 아래 제석봉도 1806m가 아니라 1808m로 확인되는 등 지층의 융기로 산들이 다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전남대 교직원과 호남대 고문을 지낸 김씨는 지리산, 특히 천왕봉 마니아다. 거의 매주 토요일 오전 5시쯤이면 광주광역시 서구 치평동 집에서 승용차를 타고 나선다. 함양군 백무동(해발 약 500m)에 도착하면 오전 6시30분 무렵. 하동바위·소지봉·제석봉을 거쳐 천왕봉에 오르면 오전 9시40분쯤이 된다. 간식으로 싸 간 과일을 먹는 등 30분 가량 정상에 머물다 하산, 백무동에서 차를 몰고 광주 집에 돌아오면 오후 3시 전후다.

 그는 “보통 은 산에 오르면서 대개 대여섯 번씩 쉬는데, 난 두 번씩만 쉬기 때문에 3시간 남짓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1970년 산악회에 들어가 산에 다니다 75년 천왕봉에 처음으로 발을 디뎠고, 이후 지난 7일까지 609번이나 올랐다. 반야봉은 139회, 노고단은 286회 오르는 등 지리산 봉우리들을 모두 등반했다. 전남 구례 화엄사에서 경남 산청 중산리까지 또 그 역으로, 지리산 종주도 수도 없이 했다. 산행 동무는 광주에 사는 의사 강형석(81)·김명원(80)씨와 전남대 교수를 지낸 문영식(70)씨가 주로 했다.

 김씨는 “ 특별한 일이 없으면, 한 주에 한 번씩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지리산에 갔다. 갈 때마다 운치와 느낌이 새롭다”고 했다. 그는 “천왕봉에 다녀오면 1주일 동안 몸이 가볍고 기분이 좋다”며 “산행 하는 동안 맑은 공기와 좋은 물을 마시고 잡생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다른 사람들은 산이 좋아서 산에 간다고 하지만, 나는 산이 나를 좋아하기 때문에 산에 간다”고도 말했다.

 전국 유명 산은 거의 다 가 봤고, 일본 후지산(3776m)과 말레이시아 키나바루산(4100m) 등 외국 산도 많이 다녀왔다.

 광주에 있는 무등산(해발 1187m) 또한 동네 뒷산처럼 다니며 공부도 많이 했다. 김씨는 정상부의 천왕봉·인왕봉·지왕봉을 천황봉(天皇峰)·인황봉(人皇峰)·지황봉(智皇峰)으로 고쳐 불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삼황오제(三皇五帝) 중 삼황을 天皇(천황)·人皇(인황)·智皇(지황)이라고 신라 때 김인문(문무왕의 동생)의 저서에서 기록하고 있다”며 “무등산 국립공원 지정과 주상절리대(서석대·입석대)의 유네스코 문화유산 등재 전에 지명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실제 계룡산이나 속리산은 정상부 3개 봉을 천황봉·인황봉·지황봉이라 부르고 있다. 천왕봉의 천왕(天王)은 불교에서 욕계와 색계에 있다는 하늘의 왕을 통틀어 이르는 말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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