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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에 통증·골절 일으키는 희귀암 다발골수종 환자 생존기간 늘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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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면

벨케이드

김영식(65·경기도 수원)씨는 몇 해 전부터 허리때문에 고민이다. 단순히 나이가 들어 관절염이겠거니 했다. 최근에 빈혈이 심해진데다 뼈도 쉽게 부러져 병원에 찾았다. 혈액검사를 했는데 이름도 낯선 다발골수종으로 진단받았다. 김씨는 “살짝 부딪쳐도 뼈가 쉽게 부러진 이유가 모두 이 병때문이었다”고 말했다.

◆65세 이상 고령층 환자 급증=혈액암이라고 하면 백혈병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혈액암도 많다. 다발골수종도 그 중 하나다. 이 병은 백혈구의 한 종류인 형질세포(Plasma Cell)가 비정상적으로 증식하면서 발병하는 혈액암이다. 우리 몸에서 항체를 만드는 대신 종양단백질인 골수종세포(M단백)을 만들어내고 적혈구·백혈구·혈소판 생산을 방해한다. 증상이 계속되면 정상 면역체계를 파괴하고, 주위 뼈와 신경·근육까지 망가뜨린다. 문제는 최근 65세 이상 고령층을 중심으로 다발골수종이 급격히 늘고 있다는 점이다. 2011년 발표된 한국중앙암등록본부 자료에 따르면 다발골수종은 2009년 기준으로 1020건이 발생했다. 전체 암 발생 중 0.53% 정도인 희귀암이다.

서울대병원 혈액종양내과 윤성수 교수는 “급격한 고령화·산업화로 방사능·다이옥신 같은 발암물질에 많이 노출돼 다발골수종 발병률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한다. 지난 20년 동안 전체 암 발생이 약 5배 정도 증가한 것과 비교해 다발골수종 발생률은 무려 30배나 늘었다. 상대적으로 높은 증가율이 높다”고 말했다. 발병 연령대도 높아지고 있다. 다발골수종 환자의 평균연령은 1980년 58세에서 2010년 67세로 증가 양상을 보이고 있다. 다만 미국 다발골수종 환자 평균 연령 70세, 일본 71세와 비교하면 아직은 낮다.

다발골수종은 혈액암의 일종이지만 뼈에 이상이 잘 생기는 독특한 암이기도 하다. 뼈에 잘 침범해 통증이나 압박골절이 잘 일어난다. 이런 이유로 발병 초기에 단순한 관절염으로 오인하기도 한다. 정형외과에서 단순 허리 통증으로 진단해 진통제를 처방하기도 한다. 하지만 병이 진행되면 암세포로 인해 정상 혈액세포가 만들어지지 않아 빈혈이 오거나 멍이 잘 든다.

◆세포분열 회복차이 이용해 생존 기간 늘려=다발골수종치료는 주로 항암치료가 기본이다. 치료가 까다로워 평균 2년 정도 생존한다. 다행히 최근 새로운 표적항암제가 개발돼 생존기간이 6~7년 길어졌다. 얀센에서 개발한 다발골수종 표적항암제 벨케이드가 주인공이다. 이 약은 세포 안에 있는 프로테아좀이라는 단백질분해 효소를 가역적으로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없앤다. 모든 세포는 특정 단백 농도를 조절해 항상성을 유지한다. 이때 벨케이드는 프로테아좀이 활성화되는 것을 막아 세포 항상성이 유지되는 것을 깨뜨린다. 문제는 암세포다. 세포 항상성이 깨진 암세포는 곧바로 스스로 죽는 사멸과정에 들어가지만, 정상세포는 일정시간이 지나면 세포분열 능력을 회복한다. 세포분열 회복능력의 차이를 이용해 암세포를 공격하는 방식이다.

임상시험 결과도 주목할 만하다. 지난해 미국혈액학회(ASH)에서 발표한 결과에 따르면 벨케이드 복용군(멜파란·프레드니솔론 표준요법+벨케이드)은 표준요법 치료군(멜파란·프레드니솔론 표준요법)과 비교해 전체 생존기간이 13.3개월 길다. 자가줄기세포 이식이 적절하지 않은 다발골수종환자 682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임상결과다. 구체적으로 벨케이드 복용군의 평균 생존기간은 56.4개월이었고, 표준요법 치료군 생존기간은 43.1개월이다.

사망위험도 31% 가량 낮췄다. 윤 교수는 “2000년도 중반에 들어서면서 벨케이드 같은 표적항암제가 나오면서 치료성적이 획기적으로 좋아졌다. 일부 환자는 조심스럽지만 완치를 기대할 수 있을 정도로 치료효과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권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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