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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민주화 비판 발언 … 난타당한 박재완 장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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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박재완

▶문재인=“정치권에서의 경제민주화 논의가 지나치다고 봅니까? 다시 한번 말씀해 보세요.”

▶박재완=“여당, 야당, 진보당 등에서 각자 다양한 제안이 나와있는데, 그 제안 중 일부는 지나친 점이 있다고 봅니다.”

 12일 열린 국회 첫 기획재정위원회(기재위)에서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과 여야 의원들이 경제민주화를 놓고 맞붙었다.

 민주통합당의 주공격수는 유력 대선 주자인 문재인 상임고문이었다. 여야가 모두 ‘경제민주화’를 주요한 대선 공약으로 삼으면서 기재위엔 새누리당 박근혜 전 비상대책위원장과 문 고문 등 대선 주자들이 포진하게 됐다. 그러나 박 전 위원장은 이날 정두언 의원 체포동의안 부결사태로 모든 일정을 취소하는 바람에 두 사람의 상임위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문 고문은 “경제민주화는 재벌개혁에서 시작해야 한다”고 운을 뗐다. 그는 “1%도 안 되는 소유지분으로 계열사를 거느리는 초법적 경영을 개선하기 위해 출자총액제한제 도입, 순환출자 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 장관은 이에 대해 “(재벌개혁은) 균형 있고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날이 국회 데뷔전인 문 고문은 “장관의 발언을 보면 부정적이고 방어적인 자세다. 정부가 앞장서서 경제민주화를 위한 방향으로 노력해 주실 것을 당부한다”면서 질의를 마무리했다.

 재정위 간사를 맡은 민주통합당 김현미 의원은 “경제민주화가 지나치면 북한식으로 우물 안 개구리처럼 될 수 있다”는 박 장관의 지난 9일 발언을 도마 위에 올렸다. 김 의원은 “경제민주화는 헌법 119조 2항에 나와 있는 내용인데 장관이 어떻게 북한식이라고 할 수 있나. 국민과 정치권에 대한 모욕”이라고 말했다.

박 장관은 “경제민주화가 북한식이라고 말한 적 없다”며 “외교와 통상으로 먹고사는 나라로서 ‘글로벌 스탠더드’와 너무 동떨어진 제도를 갖게 되면 외국 정부로부터 항의받게 되어 ‘갈라파고스(남아메리카 대륙에서 1000㎞나 떨어져 있어 자연사 박물관으로 불리는 에콰도르령 제도)’처럼 될 수는 없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이에 같은 당 안민석 의원이 “말하지 않은 것을 하나도 아니고 여러 언론이 썼다면 장관이 정식으로 정정보도 요청을 하라”고 공세를 펼치자 박 장관은 “그렇게까지 할 사안은 아니다. 오해의 소지를 마련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고 물러섰다.

 새누리당 나성린 의원도 “장관께서 (경제민주화를) 북한식이라고 한 비유는 적절치 않았다. 여야가 공히 추진하고 있는 경제민주화에 대해 인사말씀에서 한 번 언급해 줬으면 좋지 않았겠나 싶다”고 꼬집었다. 박 장관은 인사말과 현안보고 때 ‘경제민주화’라는 단어를 한 번도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친족경영처럼 한국에서만 나타나는 몇 가지 문제에 대해서는 세계표준과 동떨어지더라도 몇 가지 제도를 도입할 수 있을 것”이라며 “그런 측면에서 ‘일감 몰아주기 규제’ 등을 동반성장 기치로 추진했다”고 설명했다.

류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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