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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님, 길 잃으면 단추만 누르세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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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충남경찰은 치매노인에게 GPS 단말기를 무료 보급해 가출사고 시 신속히 대응할 수 있는 실종 안심서비스를 시작했다. 노인이 길을 잃었을 때 본인이나 주변 사람들이 노인의 목에 걸린 위치추적기(큰 사진) 단추를 누르기만하면 해당 노인의 위치정보가 보호자의 휴대전화 단말기에 나타난다. 보호자가 노인을 찾을 때도 GPS 단말기 소지자의 위치정보를 스마트폰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6일 오후 8시쯤 충남 보령시 동대동 임모(57·농업)씨 집. 외출했다 집에 돌아온 임씨는 함께 살고 있는 어머니(98)가 집을 나간 사실을 알았다. 그의 어머니는 2년 전부터 치매를 앓고 있다. 1주일에 한두 차례 집을 나간 뒤 서너 시간 동안 연락이 안 되곤 했다. 그때마다 임씨는 안절부절못했다. 파출소에 신고도 하고 주민들에게 도움도 요청했다. 그러나 이날은 달랐다. 어머니가 지난 2일부터 위성항법장치(GPS) 기술을 활용한 위치추적 단말기를 소지하고 있었기 때문. 그는 자신의 휴대전화에서 어머니 번호를 눌렀다. 그러자 휴대전화 화면에 어머니의 위치 정보가 떴다. ‘마을회관 반경 200m’라는 내용이었다. 위치추적 단말기는 휴대전화 기능(수신 전용)을 겸하며 목걸이 형태로 몸에 지닐 수 있다. 임씨는 “위치추적 단말기 덕분에 든든하다”고 말했다.

 임씨 어머니가 위치추적 단말기를 갖게 된 것은 충남경찰의 ‘노인 치안’에 대한 관심 덕분이다. 충남지역 65세 이상 노인 인구 비율은 15.5%로 전국 평균(11.3%)보다 훨씬 높다. 게다가 2010년 충남의 65세 이상 노인 자살률은 인구 10만 명당 123.2명으로 전국 최고(전국 평균 81.9명)였다. 치매노인 실종 사건도 지난해 222건이 발생했다. 정용선 충남경찰청장은 “노인 안전 확보가 지역 치안의 최대 현안으로 부상했다”고 말했다.

10일 당진경찰서 생활안전계 이영택 경사가 치매노인의 위치를 스마트폰으로 확인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충남경찰은 올해 1월부터 ▶치매노인 실종 예방과 조기발견 시스템 구축(따뜻한 치안활동) ▶노인상대 범죄 단속과 예방 ▶노인 교통사고 예방 등의 시책을 추진하고 있다. 치매노인 실종 안심서비스는 이달부터 시작됐다. 치매노인에게 GPS와 연결된 단말기를 무료로 제공, 위치를 신속하게 파악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경찰은 우선 천안·공주·보령·아산·서산·논산·당진 등 7개 지역 520명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시작했다. 기초생활수급자 등 저소득층이 대상이다. 시스템 운용에 필요한 예산 6000만원 중 절반은 충남도가 부담하고, 나머지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기금으로 충당했다. 경찰은 단말기를 장착한 노인의 위치 파악과 실종 시 수색 등의 업무를 담당한다. 충남경찰청 여성청소년계 김상기 계장은 “올해 초부터 충남도에 노인 치안문제의 심각성을 알려 지원을 이끌어냈다”고 말했다.

 충남 경찰은 이와 함께 가짜 건강식품·의료기기 등 노인상대 사기범을 단속했다. 올해 들어 지금까지 137명을 검거, 이 가운데 15명을 구속했다. 이들로부터 피해를 본 충남지역 노인들은 8744명(40억6900만원)이나 됐다. 충남경찰청은 올해 2월 대전대 한의대, 한국한의학연구원, 충남한의사회 등과 노인 대상 무료 의료서비스 제공 협약을 맺었다. 대전대 한의대 의료진 등은 지금까지 6360명의 충남지역 노인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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