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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가지 가사 CD 넉 장에 담았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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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준아

우리 음악인 12가사(歌詞)를 한데 모은 작품이 나왔다. 국립국악원 정악단 지도단원 이준아(52)씨가 낸 12가사 전바탕집 ‘조이(Joy)’다. CD 넉 장에 상사별곡·춘면곡·죽지사·매화가·양양가·권주가·어부사·처사가·길군악·황계사·백구사·수양산가 열두 곡을 모두 녹음했다. 11일 이씨를 만났다.

 일반인에는 좀 생소하지만 우리 노래 가운데 가곡·가사·시조를 통틀어 정가(正歌)라 부른다. ‘바른 소리’ ‘젊잖은 소리’란 뜻이다. 그 중 가사는 가사체로 된 긴 노랫말을 느리게 노래하는 음악이다. 워낙 느리게 흘러가 주의를 집중해야만 노랫말을 들을 수 있다. 임과 이별한 상황에서 애간장이 끓듯 슬프게 읊는 ‘상사별곡’, ‘어이없다 이년아 말 들어 보아라’ 같은 걸쭉한 노랫말을 저음으로 구수하게 풀어가는 ‘길군악’, 쩌렁쩌렁하게 부르는 ‘어부사’와 ‘죽지사’ 등등.

 이씨는 1997년 국내 최초로 12가사 완창 발표회를 열기도 했다.

 “CD 넉 장짜리 12가사 완창집은 처음이에요. 그 전에 나온 완창집은 반복 구문을 생략해 CD 석 장에 담은 것들이었죠.”

이씨는 할아버지 덕분에 일곱 살 때 시조를 처음 접했다. 가사는 열다섯 살에 중요무형문화재 이양교 선생에게 처음 배웠다. 84년 국립국악원에 정가단원으로 입단했고, 2008년엔 이양교 선생을 돕는 전수교육조교가 됐다.

 “정가 안에서도 시조를 즐기는 인구는 전국에 많아요. 정가인들은 가곡에 치중하죠. 그래서 가사는 그 동안 거의 묻혀 있었어요.”

이씨는 “12가사는 주제, 가락이 모두 달라요. 나이가 들수록 깊은 맛을 느낄 수 있지요”라고 했다. “사극 드라마에 정가를 쓰면 어떨까요. ‘국악은 고루하다’고 생각하던 사람들이 듣고선 ‘참 아름답고 청아하다. 이 노래는 뭘까’하고 자연스레 관심이 높아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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