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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스님 "산에서 혼자 살 자신 없다" 발언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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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혜민 스님이 10일 오후 저소득층 아동을 돕는 강연 행사인 ‘위대한 토크’의 강사로 나섰다. 호암아트홀을 가득 메운 600여 청중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했다. [김도훈 기자]

“가끔 제게 그런 말씀을 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계속 정진하셔서 법정 스님처럼 큰 스님 되세요’라고요.”

 혜민(39) 스님이 수수께끼 같은 말을 던지자 청중은 숨을 죽인다. 스님의 말은 곧 이어진다. “그럼 저는 이렇게 답하죠. ‘감사합니다. 근데 저는 법정이 아닌 혜민 스님이 되고 싶어요.’”

 정작 청중이 허를 찔린 건 다음 대목에서다. “법정 스님을 존경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전 그분처럼 산 속에 오두막 짓고 농사지으며 혼자 살 자신이 없거든요. 저는 도시가 좋아요.” 젠 체 하지 않는 솔직함에 공감한 것일까. 와락, 청중의 웃음보가 터진다.

 트위터 팔로워 24만 명, 세 달째 베스트셀러 종합 1위를 지키고 있는 에세이집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쌤앤파커스), 전국을 돌며 인기 바람몰이 중인 ‘마음치유 명상 콘서트’… 삶에 지친 영혼을 어루만지는 시대의 ‘위안 멘토’로 떠오른 혜민 스님의 강연 현장이다.

 10일 오후 서울 순화동 호암아트홀. 혜민 스님이 ‘위(We)대한 토크’의 강사로 나섰다. 명사는 무료 강연으로 ‘재능’을 기부하고, 참가자는 수강료 1만원씩을 내면 이 돈을 모아 저소득층 아동을 돕는 연중 행사다. 행사의 취지에 공감한 스님은 바쁜 일정을 쪼개 선뜻 출연을 결정했다. 행사를 기획한 ‘위스타트(We Start) 운동본부’의 나눔대사 직도 수락했다. 본부의 각종 사업을 알리는 일에도 앞장선다.

 강연은 2시간 동안 이어졌다. 시간이 지날수록 왜 스님이 요즘 ‘대세’인지가 또렷해졌다. 그는 거창한 깨달음을 말하지 않았다. 어린 시절 집안이 가난해 출입문이 둘 달린 화장실을 네 가구가 함께 썼던 사연을 털어놓았다. 콤플렉스를 고백한 거였다. 나의 아픔을 먼저 드러내고, ‘넌 어떠니, 이제 괜찮아’라는 식으로 접근하자 사람들은 마음을 열었다. 법정 스님 얘기도 자신만의 고유의 빛깔, 자기만의 스타일을 찾으라고 강조하는 대목에서 나왔다. 나의 가치를 남이 판단하도록 내버려두지 말고 주체적으로 살아보라는 얘기였다.

 청중은 특히 명상 순서가 감동적인 듯했다. 눈을 감고 심호흡을 한 후 오른손으로 심장 부근을 문지르며 “난 지금 이대로의 나를 사랑합니다. 나만 아는 아픔이 치유되기를…” 같은 문장을 반복하는 단순한 형식이었는데도 눈물을 흘리는 사람이 여럿이었다.

 스님이 강사로 나선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위스타트 운동본부의 전화통은 불이 났다. 모집인원 650명이 금세 찼다. 호암아트홀 좌석을 다 채우고 모자라 통로 계단에 깔판을 대고 앉는 사람도 있었다.

 스님은 “한 아이가 잘 성장하려면 가족은 물론 아이가 다니는 학교, 마을 전체가 잘 돼야 한다”며 “여러분도 위스타트 운동에 동참하기 바란다”고 했다.

 위대한 토크는 운동본부와 한국인간개발연구원이 공동 주최하고 JTBC·매일유업·NH농협이 후원한다. 이날 강연에는 가수 이한철, 아카펠라 그룹 다이아, 탤런트 장서희씨 등이 역시 무료로 찬조 출연해 흥을 돋웠다.

“산 속보다 도시가 좋아” 혜민 스님 솔직 토크에 … #강연 기부 ‘위대한 토크’ 호암아트홀 650명 꽉 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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