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롤모델 데이트 ②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

중앙일보

입력

이국종(오른쪽) 교수가 모니터를 보며 임수빈양에게 수술과정을 설명하고 있다.

“환자의 경과 상태를 하나하나 주시하며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의사의 덕목입니다.”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가 임수빈(서울 서운중 2)양을 자신이 근무하는 중증외상센터로 이끌었다. 의사가 꿈인 임양과 이 교수는 의사가 되기 위한 길러야 할 자질에 대해 대화를 나눴다.

-의사에게 요구되는 역량과 자질은 무엇인가요.

“성실함이죠. 이 단어는 많은 것을 함축해요. 새벽까지 환자를 돌보고 잠깐 눈을 붙였는데 응급상황이 생겨 깰 때면 온 몸이 찢어지는 느낌이 들 정도에요. 그 만큼 육체적으로 힘들죠. 하지만 생명을 살려야 하는 의사들은 자기를 먼저 생각해서는 안돼요.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면 채우려고 노력해야 해요. 그래야 환자에게 더 많은 것을 줄 수 있어요. 의사라면 평생 동안 성실해야 합니다.”

-교수님의 롤모델은 누군가요.

“롤모델은 멀리 있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같이 일하는 동료들이 내 롤모델이에요. 수련의·간호사 등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에서 배울 점들이 많아요. 누구한테나 배울게 있다는 생각이 중요하죠. 사람은 장점과 단점이 있어요. 단점을 보지 않고 장점만 생각한다면 누구나 내 스승이고 롤모델이에요. 학창시절에는 남들에게서 좋은 점만 배우는 것이 중요해요. 개인적으로 이순신 장군을 존경하는 데 그 분은 자신이 후대에 이렇게 유명해 질줄 몰랐을 겁니다. 자기가 맡은 일에 한눈 팔지않고 최선을 다한 결과라고 생각해요.”

-의사로서 보람을 느낄 때는 언제인가요.

“기적적으로 좋아지는 환자분을 볼 때에요. 중증외상센터의 환자들은 의학적으로 살아있다는 것이 기적인 사람들이죠. 사선에서 싸우는 환자들이 의료진의 노력으로 차츰 병세가 호전되는 모습이 가장 큰 보람이에요. 임양과 같은 어린 나이의 환자들도 있어요. 이들을 살려야 이들이 각 분야에 나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기회가 더 많아질 거라는 생각해요.”

-의사가 되겠다는 결심을 하신 이유는 뭔가요.

“의사가 되면 많은 일을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국내에 의사가 10만명이나 되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외과 중 중중환자를 담당하는 전문의는 극소수에요. 대수술이 많고 환자상태도 심각해 힘든 분야라 사명감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이죠.”
 
-의사가 꿈인 학생들에게 조언을 부탁 드립니다.

“의사가 되고 싶다면 포기라는 단어부터 버려야 합니다. 특히 중증외상 환자는 살 가능성 보다 사망할 가능성이 높아요. (수술과정을 담은 사진을 보여주며) 실제로 수술 도중에 심장이 멈춘 적도 있어요. 그렇다고 포기하면 생명을 살릴 수 있을까요. 최악의 순간까지도 어떻게든 살려야 한다는 간절함이 필요해요. 그래서 공부를 많이 해야 하죠. 새로운 수술기법이나 첨단의료기기가 어떤 부분에 도움이 되는지 확인하고 사용방법을 꾸준히 익혀야만 생명을 살릴 수 있는 가능성도 커집니다. 지식도 중요하지만 활용할 수 있는 그릇도 중요해요. 이과생들은 문학적 소양이 부족한데 시간이 부족하다면 짬을 내 문학상 수상집이라도 읽어보는 것이 좋아요. 다양한 분야의 간접 경험이 사회에 진출했을 때 많은 도움이 될 겁니다.”

● 이국종 교수는 아주대 외과학교실 부교수이자 아주대병원 중증외상센터장. 2011년 1월 소말리아 해적에 피랍돼 총상을 입은 석해균 전 삼호주얼리호 선장의 생명을 구해 지난해 국민표창을 받았다. 아주대 의예과와, 동대학원 박사 과정에서 공부한 뒤 미국 UC San Diego Hillcrest Hospital Trauma Center와 영국 Honory Trauma Consultant Surgeon of Trauma Surgery 등에서 연수를 받았다.

<김만식 기자 nom77@joongang.co.kr 사진="김경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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