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카네기 청소년 행복 캠프 다녀왔더니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카네기스쿨을 통해 발표에 자신감이 생긴 고한음(왼쪽)군은 ‘말 잘하는 학생’이 됐고, 문선희양은 소통 방법을 배워 리더의 역할을 잘 수행하고 있다.

카네기스쿨이 ‘카네기 청소년 행복 캠프(카네기코스2)’를 내놓았다. 100년만에 새로 개발된 카네기코스의 두 번째 과정이다. 친구 관계와 행복 향상에 중점을 둔 행동 기반 훈련프로그램이다. 기존 카네기코스가 자신감·리더십 같은 자기 역량 강화에 초점을 뒀다면 행복 캠프는 다른 사람과의 관계 증진을 통해 행복해질 수 있도록 교육 코스가 설계됐다. ▷관계 지향적 사고 ▷자신감 증진 ▷부모·교사·친구 관계를 위한 의사소통 증진 ▷행복한 인간관계를 위한 사회성 개발 ▷행복한 인간관계를 위한 스트레스 극복 ▷주변을 이끄는 리더십 역량 개발을 배울 수 있다.

고한음(서울 세화고 2)군=고군은 학교 친구들 사이에서 발표왕·토론왕으로 통한다. 수행평가에서 모둠별로 자료를 모으고 발표할 일이 있을 때 발표는 항상 고군 몫이다. 토론할 때 상대편에 고군이 나오면 ‘고한음 나왔다. 우리가 졌다’는 우스갯소리를 할 정도다. 상대방 말의 허점을 찾아 반박을 잘하기 때문이다. “주장이 과장됐거나 증거가 명확하지 않은 주장에서 반박할 핵심을 찾아요.” 한번은 미술시간에 음악을 듣고 자신의 느낌을 그림으로 표현할 기회가 있었다. 그림은 못 그렸지만 발표를 잘해 전교에서 수행평가 점수를 제일 잘 받았다.

 고군이 어려서부터 말을 잘했던 것은 아니다. 초등학생 때는 내성적이라 남들 앞에 서는 것조차 두려워했다. “초등학교 때 이사를 자주 다녀서 인지 성격이 변해 남에게 이야기하는 것이 쑥스러웠어요.” 그는 발표해야 하는 자리를 줄곧 피했다.

 6학년 겨울방학에 자신감과 리더십을 키울 수 있다는 주위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은 엄마가 카네기스쿨을 권했다. ‘내성적인 성격이 바뀌지 않을까’하는 바람으로 고군도 참가를 결심했다. 카네기코스에서는 발표할 기회가 많다. 3일 과정 중 매일 3~4번의 발표를 해야한다. 발표에 자신 없던 고군도 어쩔 수 없이 처음 보는 사람들 앞에서 말문을 열어야 했다. 그런데 발표 후 돌아오는 반응이 이제까지와 달랐다. 그 동안의 청중은 무표정, 무반응이었지만 카네기스쿨에서는 잘하든 못하든 호응과 칭찬이 쏟아졌다. 수료식 때는 자신의 비전을 큰 소리로 외치는 시간이 있었다. 사람들 앞에서 처음으로 큰 소리로 말했다. 친구들이 환호와 박수를 치며 그의 다짐에 응원을 해줬다. 열광적인 반응에 자신감이 생겼다.

 고등학교에 입학한 고군은 임원 선거에 나갔다. 2학년 때는 학년 전체 회장에 뽑혔다. “예전 성격 같으면 학교 임원을 뽑는 자리에 아예 나갈 용기를 내지 못했을 거예요.” 고군은 이제 친구들과 함께 있을 때 먼저 이야기 소재를 꺼낸다. 친한 친구에게는 공부 얘기, 반 친구들에게는 전날 축구 경기에 대해 이야기한다. 친구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고군은 즐겁다.
 
문선희(서울 대원여고 2)양=문양은 고등학교에 진학해 전교 부회장과 반 회장을 맡았다. 하지만 두어 달 뒤 어려움에 부딛쳤다. 회의를 주재하는데 분위기가 딱딱했다. 친했던 친구들도 자신을 불편하게 대했다. “반의 대표로 친구들의 이야기를 누구보다 잘 들어줘야 하고, 학교의 입장도 친구들에게 제대로 전달해야 하는데 오해가 생기고 저의 의도와 다르게 상황이 흘렀어요.”

 1학년 1학기에 학교에서 체육대회가 열렸다. 연습 기간이 짧아 친구들을 채근했는데 그 때문에 마찰이 생겼다. 친구들과 화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저는 최선이라고 생각했는데 공감을 얻지 못했던 것 같아요.” 문양은 리더십을 키워야겠다, 의사소통능력을 키워야겠다고 결심하고 카네기스쿨을 찾았다. 카네기스쿨에서 인간관계를 배웠다. “전에는 서로 잘못이라고 생각했어요. 서로 이해를 못해 사이가 멀어졌다고 생각한 거죠.” 하지만 카네기에서 ‘비비불(비난·비판·불평하지 마라)’에 대한 강연을 들으며 자신이 왜 남 탓만 했는지 후회됐다. 문양은 카네기스쿨에서 배운 대로 연습을 시작했다.

 먼저 친구들의 이름을 외웠다. 처음에는 쉽지 않았다. 카네기에서 배운 ‘이미지 연상법’을 활용했다. 신체적인 특징을 기억하는 것이다. 전교 부회장이라 교사와 다른 반 임원들과 회의할 일이 잦았다. “‘각 반 반장님은 어떻게 생각하세요’라고 물으면 분위기가 딱딱하잖아요. 이름을 불러주니까 편한지 아이디어도 더 많이 나왔어요.” 어색할 때는 인중이나 코끝을 보라고 배운 대로 실천했다. 웃으며 인사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갑자기 다가가면 부담스러울까 싶어 친구들이 이야기할 때 살짝 다가가 ‘리액션’을 크게 보여줬다. ‘나는 너의 얘기를 듣고 있다’라는 것을 표현하기 위해서다. “리액션만 보여줬는데도 저를 말 잘하고 좋은 사람으로 기억했어요.”친구들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관찰했다. 어떤 교사를 좋아하는지, 취미가 뭔지 알아둬 관련된 얘기가 생기면 그 친구에게 달려갔다. “어제 2PM 뮤직비디오 새로 나왔더라. 멋있던데.”

 친구들의 마음이 열리기 시작하자 체육대회 일로 서먹해진 친구들에게 다가갔다. “너희들에게 미안한데 어떻게 해야 할 줄 몰랐다”로 말문을 열었다. 친구들의 이야기를 듣지 않았다고 솔직히 말했다. 상대방 관계 개선이 되자 떨어졌던 성적도 다시 올랐다.

<박정현 기자 lena@joongang.co.kr 사진="장진영">

ADVERTISEMENT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