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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무상보육 예산 심사 국회도 정부도 대충 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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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해 가을 정기국회에서 0~2세 무상보육을 확정할 때 국회의원이나 예산당국이 문제점을 거의 지적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본지가 8일 지난해 예산결산특별소위원회와 보건복지위원회 예산결산심사소위원회 속기록을 분석한 결과다. 2012년 예산을 심의하면서 무상보육으로 인한 지방자치단체의 예산 부족, 가정에서 키워도 되는 아이들을 어린이집으로 보내는 가수요 현상 등의 문제점을 짚지 못했다.

 지난해 12월 30일 예산결산소위원회 간사(새누리당 장윤석 의원, 민주통합당 강기정 의원)가 무상보육에 합의했다. 사흘 전 예결소위가 시일이 촉박하다는 이유로 두 당 간사에게 증액 심사를 위임한 데 따른 것이다. 본격 논의는 같은 달 31일 예결소위 7차회의에서 이뤄졌다. 합의부터 먼저하고 사후 논의한 격이다.

 31일 회의에서 예결소위 정갑윤(새누리당) 위원장은 인사말에서 “무상보육·학생급식 등 복지예산, 일자리 창출 등 필요한 분야에 예산 지원이 이뤄지도록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심사에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다. 이어 새누리당 구상찬 의원이 “보육교사 수당 5만원 인상 등 462억원을 계상하고 보육예산을 늘리는 등 국민의 기대치를 과감하게 받아들인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통합당 주승용 의원이 반대하고 나서면서 기획재정부 박재완 장관, 김동연 예산실장(현 2차관)과 설전이 오간다.

 “0~2세에 3697억원을 반영했는데 3, 4세가 제일 급합니다.”(주 의원)

 "보육 예산을 대폭 늘렸고 그 과정에서 수없이 많은 대안을 저희들이 검토하고 여야 간사들과 협의했습니다.”(박 장관)

 “0세, 1세, 2세를 해 주려면 그 돈을 3세, 4세에다 해 주라 그 말이지요, 제 말은….”(주 의원)

 “0세, 1세, 2세는 보육으로 해서 올라가면서 해 주는 것인데….”(김동연 실장)

 이걸로 끝이었다. 예결위 전체회의와 본회의를 통과했다. 최근 무상보육의 문제점을 공론화한 재정부 김동연 2차관은 0~2세 보육 확대에 동의했다. 주 의원이 “0~2세보다 3~4세 보육단가 인상이 먼저”라고 따지자 오히려 이를 반박했다. 특히 31일 저녁 예결위 전체회의에는 주무부처인 보건복지부 임채민 장관이 참석했으나 무상보육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았다.

 지난해 11, 12월 예결위에서 무상보육의 문제점을 지적한 국회의원은 새누리당 배영식 의원이 유일했다. 그는 지난해 11월 17일 예결위 8차 전체회의에서 “일부 무기·탄약 확보가 심각한 수준인데 무상급식·무상보육 등에 정치권이 너무 매몰되고 있다. 이래 가지고 국가안보가 제대로 되겠느냐”고 따졌다. 게다가 관련 상임위원회인 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무상보육이 안건으로 올라오지도 않았다. 여기에서는 보육교사 인건비 인상 등을 논의했을 뿐 보육 확대는 거론조차 안 했다. 소득 하위 70% 가정의 0~2세 아동까지만 보육료를 지원하자는 정부의 예산안이 복지위를 그대로 통과해 예결위로 넘어갔고, 예결위에서 무상보육으로 커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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