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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산균제제, 해외여행 ‘물갈이’ 증상이 싹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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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강일구]

다가오는 여름휴가 때 친구와 해외여행을 계획 중인 임정화(29·여)씨는 걱정이 앞선다. 몇 해 전 인도에서 설사병으로 고생했던 기억이 떠올라서다. 처음에는 낯선 음식 탓인가 싶어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다섯 번 이상 화장실을 들락날락할 정도로 설사는 계속됐다. 심한 날은 구토 증세도 나타났다. 임씨는 음식을 제대로 먹을 수 없어 거의 일주일 동안 따뜻한 차로 끼니를 대신했다. 임씨는 가져갔던 지사제를 한 알도 남김없이 다 먹고 돌아왔다.

여행지의 ‘물갈이 설사’ … 유해세균이 원인

여행지에서 예기치 않은 복통과 설사로 고생하는 사람이 많다. 일명 물갈이라고 부르는 ‘여행자 설사’다. 여행자 설사는 여행을 망치는 주범으로 해외여행객 10명 중 7명이 경험한다. 주로 동남아·중동·아프리카·중남미 지역에서 발생한다.

 하루 3~5회 설사가 계속되면 여행자 설사로 본다. 복통·구토를 동반하기도 하며, 심하면 발열·혈변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특히 2세 이하의 유아·노인·면역기능이 떨어져 있거나 만성질환을 앓고 있는 사람은 합병증으로 발전할 수 있다.

 여행자 설사의 대부분은 대장균과 같은 유해세균이 원인이다. 특히 습도·기온이 높은 지역에서는 세균의 활동이 활발해져 감염률이 높아진다. 세균은 주로 오염된 물이나 음식을 통해 몸에 들어온다.

 낯선 환경도 여행자 설사의 원인이 된다. 외국의 토양·공기·물 등에 존재하는 미생물균총(미생물 집단)이 우리나라와 다르기 때문이다. 이는 장 속 미생물의 균형을 깨뜨려 설사를 일으킨다. 우리나라보다 기온이 낮은 일부 유럽 국가에서도 종종 여행자 설사를 경험하는 이유다.

유산균으로 여행자 설사 예방

설사가 계속되면 대다수가 지사제를 복용한다. 하지만 설사는 바이러스·세균 감염으로 생긴 독소를 배출하기 위한 우리 몸의 방어활동이다. 지사제를 복용해 인위적으로 설사를 멎게 하면 오히려 병을 키울 수 있다. 분당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장 이동호(소화기내과) 교수는 “지사제로 설사를 억제할 경우 독소나 병원체가 장 안에 오래 머물면서 유병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설사가 5일 이상 지속되면 병원을 찾아 전문가와 상의해야 한다.

 여행자 설사를 예방하려면 일단 세균에 대한 노출을 최소화해야 한다. 수돗물이나 길거리 음식은 피하고 청결한 물과 음식만을 먹는다. 채소·과일 등을 씻을 때도 생수를 사용한다. 손도 자주 씻는다. 하지만 눈에 보이지 않는 유해균을 완벽히 차단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여행자 설사의 또 다른 예방법은 바로 유산균이다. 유산균은 장을 건강하게 하는 유익균이다. 설사를 일으키는 병원성 미생물·장내 유해균을 죽이거나 증식을 억제한다.

 유산균이 설사를 개선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유산균 전문기업인 쎌바이오텍(대표 정명준)과 중앙대병원이 설사형 과민성대장증후군 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한 결과 8주간 유산균제제를 복용한 그룹은 48%의 설사 개선효과가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미국 소화기내과분야 의학저널 ‘임상소화기병학저널’ 46호에 게재됐다.

 실제 유럽에서는 여행 전 정제·캡슐·스틱형 등의 유산균 제품을 섭취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정 대표는 “여행 전·중간·후로 나누어 유산균을 복용하면 효과적”이라고 말했다. 우선 여행 일주일 전에는 고함량·고기능성 유산균인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다. 장내 유익균 수를 충분히 늘려준다. 여행기간 동안에는 유해균을 즉각 억제하는 유산균 생성물질을 섭취해 설사를 예방한다. 세균이 잠복해 있으면 여행에서 돌아온 후 복통과 설사를 겪기도 한다. 이를 막기 위해 여행 후 다시 일주일 동안 프로바이오틱스를 섭취한다. 유해균 증식을 저해해 장내 유익균의 균형을 맞춘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까지 여행용 유산균에 대한 개념이 생소하다. 정 대표는 “이미 유럽에선 여행용 유산균 제품이 대중적”이라며 “유산균을 통해 물갈이를 예방해 안심하고 여행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오경아 기자

해외여행 시 물갈이 예방하는 위생 수칙

■ 용변 후, 식사 전 반드시 손을 씻는다.
■ 끓인 물, 생수 등 안전한 물을 마신다.
■ 음식물은 완전히 익혀 먹는다.
■ 길거리 음식과 포장되지 않은 음식 등 위생상태가 좋지 않은 음식은 피한다.

자료: 질병관리본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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