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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힐女,해변서 갑자기 굽없는 샌들 신었다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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끈으로 발을 지탱하는 높은 굽의 스트랩샌들, 딱딱한 일자 밑창의 플립플랍(조리), 높은 통굽의 웨지힐….

샌들의 화려한 귀환이 시작됐다. 햇살이 내리쬐는 아스팔트에는 맨발을 맵시 있게 감싸주는 여름 신발이 자태를 뽐낸다. 하지만 모양이 예쁜 만큼 건강 복병도 감수해야 한다. 땀과 비 때문에 미끄러지기 쉬운 데다 발을 안정적으로 보호해 주지 못해서다. 여름 신발, 잘못 신으면 발병뿐 아니라 전신에 병이 난다. 여름철 발 건강을 시원하게 지켜줄 ‘착한 신발’ 고르는 법을 알아보자.

이민영 기자

땀과 비 때문에 미끄러지기 쉬운 여름에는 신발이 발을 안정적으로 잡아줘야 한다. [게티이미지]

플립플랍(조리)

엄지발가락과 둘째 발가락을 고정한 끈에 끼워서 신는 신발이다. 밑창이 얇고 딱딱하며, 발뒤꿈치를 지지하지 못한다. 신을 때 발가락에만 끈을 끼우기 때문에 신발이 벗겨질까 봐 긴장한다. 한양대병원 관절재활의학과 박시복 교수는 “신발이 벗겨지지 않도록 힘을 주면 발가락이 발등 쪽으로 세게 젖혀지면서 종아리 앞쪽 근육이 뭉친다. 이때 발생하는 통증이 발등까지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렇게 신발 뒤축이 발뒤꿈치를 잡아주지 않고 바닥에 끌리면 뒤꿈치에 염증이 발생하는 족저근막염이 생긴다. 걸을 때 뒤꿈치가 위로 바짝 들리면서 족저근막이 팽팽하게 늘어나 긴장하기 때문이다. 족저근막은 발뒤꿈치 뼈에서 시작해 발가락뼈 뿌리 부분으로 이어진 질긴(섬유띠)막. 발바닥 아치를 지지하고 충격을 흡수하는 기능을 한다. 이때 무리하게 충격을 주면 근막이 찢어지면서 염증이 생긴다. 일산병원 재활의학과 김형섭 교수는 “뒤꿈치가 들릴 때 신발 뒤축이 이를 잡아줘야 족저근막이 당겨지는 걸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얇고 딱딱한 밑창은 걸을 때 발생한 충격을 흡수하지 못하고 발에 그대로 전달한다.

 충격이 지속되면 족저근막염뿐 아니라 퇴행성 관절염도 올 수 있다. 박시복 교수는 “발에 전해지는 충격이 강하면 무릎과 엉덩이 관절·허리·척추에까지 영향을 미쳐 퇴행성 관절염 같은 관절 노화 현상이 빨리 온다”고 설명했다.

스트랩샌들

발등이나 발목에 가는 끈이 달려 발과 신발을 이어준다. 통기성이 좋고 가볍지만 발을 안정감 있게 잡는 힘이 다른 신발에 비해 떨어진다.

 이경태 족부정형외과의원 원장은 “간단한 끈으로 발 전체를 지탱하므로 걸음걸이가 불안정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비가 내려 바닥이 미끄럽거나, 발바닥과 깔창 사이에 땀이 차 미끌거리는 상태에서 걸음마저 불안정하면 발목을 접질리기 쉽다. 발은 손 다음으로 땀샘이 많은 부위다.

 박시복 교수는 “불안정한 자세를 잡아주기 위해 온몸이 긴장하면 허리와 어깨, 목 근육이 뭉치면서 전신에 통증이 온다”고 말했다. 자세가 불안정하지 않게 지탱해 주기 위해서는 발등을 덮어주는 샌들이 좋다. 복숭아뼈 윗부분을 감싸는 샌들도 발목을 안정감 있게 잡아줘 접질릴 위험성을 낮춘다.

 샌들도 무지외반증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굽이 높은 건 피해야 한다. 발볼과 발가락을 조이는 끈이 문제를 부른다. 김형섭 교수는 “샌들의 양 옆이 트여 있더라도 굽이 높아 발 앞쪽에 압력이 가해지면 발이 붓는다”며 “이때 끈이 발볼을 조이면서 엄지발가락이 비틀어지는 무지외반증이 생긴다”고 말했다. 또 발 앞쪽을 감싸는 끈이 조여지면 발가락 끝에 정맥이 원활하지 못해 발끝에 피가 쏠리고, 그 결과 통증이 온다.

여름 신발 고를 때 확인하세요 1 플립플랍 아치형 밑창으로 발바닥을 받쳐줘야 한다. 신발 뒤축이 바닥에 끌리지 않도록 뒤꿈치를 지지하는지를 확인한다 2 스트랩샌들 끈이 발등과 발목을 잡아줘야 한다. 땀이 흡수되는 안감이 있는지를 확인한다 3, 4 장화 양말을 신었을 때 발 길이와 폭이 딱 맞는 사이즈로 고른다. 장화 속은 습하므로 양말을 신어 땀을 흡수하도록 한다 5 웨지힐 굽이 지나치게 딱딱하지 않아야 한다. 앞 굽이 높을수록 종종걸음을 걷는다

장화·웨지힐

장화를 신을 때는 땀 흡수가 잘 되는 양말을 신자. 습하고 공기가 잘 안 통하면 무좀의 원인인 곰팡이가 잘 자란다. 무좀이나 습진이 있는 사람은 삼가고, 신지 않을 때는 햇볕에 말려 헌 신문지 등을 넣어 건조시킨다.

 자신의 발 사이즈에 딱 맞게 신는 것도 중요하다. 박시복 교수는 “장화는 발 사이즈보다 크게 신는 경향이 있는데 오래 걷다 보면 신발이 헐렁거려 발끝에 힘이 들어가게 되고 쉽게 피곤해진다”고 말했다.

 밑창과 굽이 연결돼 안정감을 주는 것처럼 보이는 웨지힐은 어떨까. 웨지힐의 문제점은 다름 아닌 일체형 굽이다. 걸을 때 발바닥 전체가 아닌 엄지발가락 끝에만 힘이 들어간다. 박시복 교수는 “걸을 때 뒤꿈치와 발바닥아치, 발가락 순으로 지면에 닿으면서 그 반동으로 움직여야 한다. 하지만 웨지힐은 굽이 통째로 이어져 뒤꿈치와 아치 부분이 힘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웨지힐을 신으면 이처럼 엄지발가락에만 힘을 받기 때문에 관절이 굳는 엄지발가락강직증이 생기고 굳은살이 잘 박힌다. 웨지힐의 굽 소재가 지나치게 딱딱한 건 피해야 한다. 이경태 원장은 “걸을 때는 발이 구부러지는 선에 맞춰 신발도 유연하게 움직여줘야 한다. 웨지힐의 굽이 딱딱해 꺾여지지 않으면 종종걸음을 걷게 만들어 넘어질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남성샌들

남성 샌들은 굽이 낮고 넓은 밴드로 발을 지탱해 주므로 여성샌들에 비해 안정감이 있다. 그렇지만 편하다는 이유로 맨발에 샌들을 신은 채 무리하게 걸으면 피부변형이 온다. 장시간 걷거나 뛰고 등산을 하는 경우가 있는데 발 건강을 해치는 지름길이다.

 김형섭 교수는“맨발로 신는 샌들은 발에 마찰이 그대로 전달돼 물집이 잘 잡힌다”며 “압력을 계속 받으면 굳은살이 생기고 티눈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티눈은 발에 통증을 일으켜 걸음을 불안정하게 만든다. 샌들의 끈과 맨살이 닿는 부위에도 땀 흡수가 잘 안 돼 물집이 자주 생긴다. 이럴 때는 끈 안쪽에 땀을 흡수할 수 있는 안감을 덧댄 샌들이 도움이 된다.

 하이힐을 줄곧 신어온 여성이 갑자기 해변에서 굽 없는 샌들을 신었다가는 아킬레스건에 염증이 생기거나 심할 경우 끊어질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하이힐 때문에 종아리 뒤쪽 근육이 이미 짧아져 있기 때문이다. 종아리 근육이 짧아졌는지 알아보는 방법은 간단하다. 발을 벽에 일자로 댄 다음 뒤꿈치를 벽에 붙인 상태에서 발을 몸쪽으로 당겨보자. 1~2㎝ 이상 떨어지지 않고 통증이 느껴지면 근육이 이미 짧아진 상태다. 이럴 땐 충분히 스트레칭을 한 후 굽이 낮은 신발을 신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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