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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칼리수·해양심층수·산소수 … ‘날 물로 보지 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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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조인영(31·대기업 사원)씨는 요즘 물 먹는 재미가 한창이다. 조씨가 자주 들리는 곳은 워커힐호텔 클락식스틴. 와인·맥주 대신 워터 소믈리에가 권하는 20여 종의 물을 골라 마신다. 피곤할 때는 탄산수, 채소를 많이 먹지 못한 날은 미네랄수를 챙겨 먹는다. 조씨는 “와인이나 맥주는 알코올이 들어 있고, 음료는 칼로리가 있어 거부감이 든다. 미네랄을 보충하면서 몸에 부담을 주지 않는 기능성 물을 골라 마시는 재미가 쏠쏠하다”고 말했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호텔 클락식스틴에서 워터소믈리에 이제훈씨가 손님에게 맞는 물을 골라주고 있다. 물마다 미네랄 함량이 다르고 입자의 크기가 달라 각기 다른 맛을 느낄 수 있다. 물마다 특색 있는 건강학적 효과도 다르다. [김수정 기자]

김수인(32·홍보업)씨도 기능성 물 마니아다. 특히 탄산수를 즐겨 마신다. 김씨는 “퇴근 후 TV를 보며 맥주 한잔으로 피로를 풀었는데 요즘은 탄산수로 바꿨다. 몸도 풀리고 상쾌한 느낌이 좋다. 최근엔 아예 탄산수 제조기를 집에 들여와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3일 신세계백화점 명동점. 식품 코너 한쪽엔 세계 각국의 기능성 물 100여 종이 진열돼 있다. 가격은 한 병에 1200원에서 많게는 1만6000원. 맥주 값 보다 비싸지만 기능성 물 코너 앞에는 물을 고르는 사람이 꽤 많았다.

 신세계백화점 음료 담당 윤종대 바이어는 “건강을 생각하는 사람이 늘면서 기능수 매출이 크게 늘고 있다”며 “특히 아이들을 위한 베이비 워터나 일부 미네랄워터는 가격대가 일반 생수에 비해 최고 10배 이상 높지만 없어서 못 팔 정도”라고 말했다.

 기능성 물이 인기다. 대표적인 기능수는 미네랄수. 알칼리이온수·해양심층수와 같은 물은 흡수가 빨라 세포에 수분공급이 빠르다. 영양 전달 속도도 빠르다. 특히 해양심층수는 일반 물 보다 칼슘·칼륨 함량이 적게는 2~3배, 많게는 20배 이상 높다. 연세대 원주의대 환경의생물학교실 김동희 교수는 “해양 깊은 곳은 빛이 도달하지 않아 영양분 소실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최근 새롭게 떠오르는 물은 알칼리환원수. 최근 식약청으로부터 ‘장내이상발효억제’, ‘소화불량’, ‘만성설사’, ‘위산과다’에 효능이 있다는 인정을 받았다. 당뇨병 환자에 도움된다는 논문도 계속 나오고 있다.

 항산화에 좋다는 물도 있다. 탄산수는 피로회복에, 산소수는 뇌혈류에 산소를 공급해 수험생에 좋다. 다이어트를 하는 여성들은 칼슘 함량에 높은 기능수를 찾는다. 암을 막는다는 물도 나왔다. 암 세포 분열을 돕는 ‘중수’라는 성분을 줄인 물이다. 헝가리의 한 연구진이 대장암 세포에 중수 성분을 줄인 물을 주입했더니 암세포의 분열이 줄어드는 것을 발견, 중수 농도를 최대한 낮춘 ‘슈퍼라이트워터’를 개발했다.

미네랄 워터

꼭 기능수가 아니라도 물은 인간의 생명 유지에 필수다. 인간의 몸은 65%가 물이다. 서울성모병원 가정의학과 김경수 교수는 “인간의 노화과정은 수분을 잃는 과정과 같다. 신생아일 때 80%였던 물은 성인기 65%, 노년기엔 50%까지 떨어진다. 물이 있어야 근육도 움직이고, 신경전달물질도 분비된다. 물속 미네랄이 전해질 역할을 해 신체 각 부위를 움직이게 하고, 호르몬 분비도 조절한다”고 말했다. 몸의 수분이 줄어들며 세포의 활동도 떨어질 수 있다.

 일반적으로 알려진 물의 기능은 다음과 같다. 우선 체온 조절 기능이다. 서울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더워서 체온이 올라가면 몸 속 수분을 밖으로 배출시켜(땀) 기화열(氣化熱)로 온도를 낮춘다”고 말했다.

 노폐물 배설 기능도 있다. 혈액 내 활성산소·중금속 등 전신을 순환하는 노폐물을 중화시키고 걸러내는 역할을 한다. 강 교수는 “물이 신진대사를 원활히 하고 신장 결석도 막는다. 물이 부족하면 신장에 소변 농도가 높아져 결석이 생긴다”고 말했다.

 암 발생을 막는 역할도 한다. 음식 또는 대기를 통해 유입된 유해물질이 배뇨기관에 오래 머물면 세포와 접촉 시간이 길어져 암 발생을 촉진할 수 있다.

 심장병이나 뇌졸중을 막는 역할도 한다. 김경수 교수는 “사우나를 할 때 땀이 나면서 혈액이 끈적끈적해 질 수 있다. 밤 사이 호흡과 땀 배출로 수분을 잃어도 혈액 농도가 짙어진다. 적절한 수분 섭취는 혈전이 생성되는 것을 막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기능에 비해 값이 너무 비싸다는 지적도 있다. 연세대 원주의대 환경의생물학교실 이규재 교수는 “기능성 물이 좋은 건 확실하지만 효능에 비해 가격이 지나치게 높다”며 “가격을 낮춰 좋은 물을 더 많은 사람이 먹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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