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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희, 한국인 첫 세계 메이저 발레단 수석 무용수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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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연합뉴스]

발레리나 서희(26)가 한국인 최초로 미국 아메리칸발레시어터(American Ballet Theater·ABT) 수석 무용수에 등극했다.

 ABT는 7일 홈페이지를 통해 “솔로이스트(Soloist) 서희를 수석 무용수(Principal Dancer)로 승격시킨다”고 공식 발표했다. 지금껏 한국인 무용수가 해외 유명 발레단 수석에 오른 경우는 강수진(독일 슈투트가르트 발레단), 김지영(네덜란드 국립발레단) 등이 있었지만 세계 메이저 발레단 수석에 오르기는 서희가 처음이다.

 ◆강수진을 넘어서다=3년 전부터 세계 발레계는 서희를 주목했다. ABT 코르 드 발레(군무)임에도 불구하고 모든 발레리나의 로망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여주인공 줄리엣으로 일약 발탁된 게 화제였다. 2009년 7월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극장 공연은 서희의 상품성과 경쟁력을 각인시켜 준 무대였다. 미국 유일의 발레 전문지 ‘포인트(POINTE)’는 그해 10월호에 서희를 표지 모델로 실었다.

 국내에선 일찌감치 강수진(44)의 후계자로 불리며 자주 비교되곤 했다. 연기력·관록 등에선 강수진에게 못 미칠지 몰라도 타고난 신체 조건만큼은 강수진을 훨씬 능가한다는 평가였다.

한정호 무용 칼럼니스트는 “축구에 비유하자면 강수진이 1980년대 독일 분데스리가에 진출하며 유럽에 한국 축구를 처음 알린 ‘차범근’이라면, 서희는 세계 최고 클럽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박지성’이다. 이번 수석 등극은 박지성이 프리미어리그 MVP에 오른 셈”이라고 전했다.

 ◆스타의 산실=ABT는 영국 로열 발레단, 프랑스 파리 오페라 발레단, 러시아 키로프 발레단, 러시아 볼쇼이 발레단과 함께 세계 5대 발레단으로 분류된다. 장인주 무용 칼럼니스트는 “발레단의 역사·규모·기량은 기본이며, ‘백조의 호수’ 같은 대작부터 개성 있는 드라마 발레까지 다양한 레퍼토리를 소화할 수 있어야 메이저 발레단이라 할 수 있다. ABT는 특히 모던 발레가 강점”이라고 말했다.

 ABT는 1939년 뉴욕을 본거지로 탄생했다. 유럽 발레단이 막강한 안무가 1인 체제로 운영되는 것에 반해 ABT는 프로듀서라 할 수 있는 예술감독제로 운영됐다. ‘돈키호테’ 같은 고전의 재해석에서 ABT는 탁월했다. ABT의 부흥과 함께 발레의 주도권은 유럽에서 미국으로 조금씩 넘어가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스타의 산실이었다. 영화 ‘백야’로 유명한 미하일 바리시니코프, 러시아에서 망명한 나탈리야 마카로바, 현존 최고 발레리나 줄리 켄트 등이 모두 ABT 출신이다. 대중과의 접점을 중시한 덕이다. 그 계보를 이제 서희가 잇게 된 것이다.

 ◆빼어난 체형=장선희 세종대 교수는 “서희는 얼굴·팔·허리·골반·다리의 비율이 최적”이라고 말한다. ABT 캐빈 매킨지 예술감독 역시 “발레리나로서 완벽한 몸을 가졌다”고 단언했다. 서희의 팔·다리·목은 보통의 발레리나보다 긴 편에 속한다. 허리도 잘록하다. 무엇보다 발레리나들이 이상적인 다리 라인으로 꼽는, 들어간 무릎과 아치형 발목을 서희는 갖고 있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발레를 시작했다. 입문 1년 만에 각종 콩쿠르에서 입상하며 두각을 나타냈고, 12세 때 미국 유학을 떠나 지금껏 14년간 혼자 생활해 오고 있다. 지독한 연습벌레로도 유명하다. 유연성·파워·표현력 등 어느 하나 빠지는 게 없다. 타고난 신체조건에 흠 잡을 데 없는 기량까지. 배우 김태희가 연기까지 소름 끼치게 하는 셈이라고 할까.

 국내 팬들도 곧 서희의 모습을 볼 수 있다. ABT가 18~22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지젤’ 내한 공연을 한다. 서희는 19·21·22일 세 차례 무대에 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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