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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마트에선 ‘1+1’ 상품 코너만 북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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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 황학동 이마트 청계점에서 주부들이 한 개를 사면 하나를 덤으로 더 주는 ‘1+1 기획 상품’ 코너에서 장을 보고 있다. [박종근 기자]

6일 오후 4시 서울 불광동의 롯데슈퍼. 주부 이양순(55)씨가 화장지 가격을 꼼꼼히 살피더니 한 개를 사면 덤으로 한 개를 더 주는 기획상품으로 나온 24롤짜리 화장지를 집어 들었다. 이씨는 “요즘은 품질보다 가격을 먼저 보게 된다”며 “싼 가격을 찾아 공산품은 마트에서, 채소는 재래시장에서 산다”고 말했다. 그는 “남편 소득은 뻔한데 물가는 자꾸 오르고 또 경기도 자꾸 안 좋다고 하니 뭐 하나 사려면 손이 떨린다”고 덧붙였다. 주부 신미경(40)씨는 장바구니를 감추며 “먹는 걸 무조건 줄일 수는 없어 모두 1+1 행사상품만 샀다 ”고 말했다. 그는 “기획상품을 사가면 가끔 아들이 맛없다고 타박하더라”며 “그럴 땐 맘이 짠하지만 어쩔 수 없다”며 쓴웃음을 지었다. 롯데슈퍼 최현주 과장은 “매주 수요일 채소나 농축수산물을 10% 할인하는데, 그때만 좀 북적인다. 행사를 안 하면 또 손님이 없어 매장이 한산할 정도”라고 했다.

 롯데슈퍼에서 100여m 떨어진 전통시장인 연서시장. 이곳에서 7년째 과일장사를 한다는 우상희(38)씨는 “요즘은 바나나나 방울토마토·참외처럼 조금 저렴한 것만 팔린다”며 “그것도 몇 번을 재는 주부들 때문에 짜증이 날 지경이지만 나도 주부니 이해한다”고 토로했다. 전통시장에서도 상대적으로 값이 비싼 품목들은 판매량이 줄고 있다. 관악구 인헌시장에서 한우를 판매하는 김재기(33)씨는 “얼마 전까지 ‘농협안심한우’ 전문점을 내걸고 장사했는데 주부들이 아예 들르질 않아 간판을 다 떼버렸다”며 “요즘엔 주부들이 주로 값이 싼 돼지고기나 닭고기를 찾는다”고 전했다.

 서민들 역시 꼭꼭 닫은 지갑을 좀체 열지 못하고 있다. 가계소득은 늘지 않고 물가는 꾸준히 오르는 데다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커져서다. 소비 침체는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의 매출에서도 그대로 나타난다.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는 5월 스포츠용품을 제외한 모든 품목의 매출이 줄었다. 특히 식품 매출은 1년 전보다 6.5% 줄었다. 이 같은 감소 폭은 미국발 금융위기가 터진 2008년 9월(-8.2%) 이후 44개월 만에 가장 큰 것이다. 서민들이 급기야 먹거리조차 줄이고 있는 것이다. 대형마트에서 장을 본 고객 1인당 구매액도 올 1월(5만733원)에 비해 5월에는 4만3256원으로 줄었다.

 불황일수록 매출이 느는 홈쇼핑이나 인터넷쇼핑몰은 그나마 선전하고 있다. 하지만 홈쇼핑이나 인터넷에서도 팔리는 상품만 팔린다. 주로 가격 파괴를 내걸고 반값에 내놓거나 가격을 대폭 깎은 상품 위주로 팔려 나간다. 패션이나 잡화 같은 품목이 잘 팔리던 인터넷쇼핑몰에서 최근엔 쌀이나 우유·라면 같은 생필품 판매가 급증했다. GS샵의 경우 최근 최고의 인기 품목은 쌀과 우유·라면·소주다. 올해 상반기에 전년 동기 대비 판매량이 각각 15%, 44%, 57%, 51% 늘었다. GS샵 관계자는 “대형마트나 수퍼에서 구입하던 생필품을 한 푼이라도 더 싼 인터넷쇼핑몰로 구입처를 바꾸고 있는 것 같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인터넷쇼핑몰 간에는 생필품 가격 전쟁이 한창이다. 한 쇼핑몰 관계자는 “다른 쇼핑몰 사이트를 항상 주시하며 그때그때 가격 정책을 변경한다”며 “조금이라도 다른 곳보다 비싸면 눈에 띌 정도로 고객들의 클릭 수가 확 준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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