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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년 전과 성격 다르다” 대선자금과 선 그은 검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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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금 진행 중인 저축은행 수사는 2003~2004년 진행된 여야 대선자금 수사와는 성격이 다르다.”

 이상득(77) 전 새누리당 의원과 정두언(55) 새누리당 의원에 대해 동시에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하고 이틀 뒤인 8일 검찰의 한 수사 관계자가 이같이 말했다.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 온 ‘대선자금 수사로의 확대’설에 일정 부분 선을 긋고 나선 것이다. 이번 저축은행 로비 수사는 당시 송광수 검찰총장과 안대희 대검 중수부장 라인이 9개월간 했던 9년 전 대선자금 수사와는 그 성격과 규모, 수사 진행 방향 면에서 차이가 있다는 얘기다.

 대검 중수부 산하 저축은행비리 합동수사단(단장 최운식)은 8일 현재 이 전 의원과 정 의원이 저축은행으로부터 받은 돈의 사용처를 파악 중이다. 검찰은 임석(50·구속기소) 솔로몬저축은행 회장이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 전 의원에게 3억원을 건넸고, 이 자리에 동석한 정 의원이 자신의 승용차 트렁크에 돈을 실어간 것으로 보고 있다. 두 사람을 이 3억원에 대한 정치자금법 위반의 공범으로 보는 이유다. 또 이 전 의원이 김찬경(56·구속기소) 미래저축은행그룹 회장에게서 3억원을, 정 의원이 임 회장으로부터 추가로 1억원가량을 더 받았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합수단 관계자는 “두 사람이 돈을 받은 것으로 드러난 만큼 그 돈을 어디에 썼는지도 밝혀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

 돈을 받은 시기가 대선 직전이고 돈을 받은 사람들이 당시 이명박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 캠프 내 핵심 인물이었던 점 등으로 볼 때 문제의 돈이 ‘MB캠프’에서 대선자금 명목으로 쓰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진위를 확인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현재 수사 진행 상황 등으로 볼 때 2003년 한나라당과 민주당의 불법 대선자금 조성 범죄에 대한 수사와 같이 대대적인 수사로 이어지기는 힘들 것이란 전망이 많다. 당시 대선자금 수사에 참여했던 한 수사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선자금 수사라고 하면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이 여야 정치권에 건넨 불법 대선자금 전모를 밝히기 위한 수사를 의미한다”며 “그러려면 대기업 압수수색, 선관위 자료와 각 정당의 지출내역 확보 등으로 이어져야 하는데 이번 수사는 그렇게까지 확대되기 힘들다”고 말했다.

 과거 대선자금 수사 상황과 현재의 저축은행 수사 상황은 뭐가 다른 걸까. 먼저 시점과 공소시효다. 이전 대선자금 수사는 17대 대선이 끝난 지 1년이 채 안 된 2003년 8월 시작됐다. 그래서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5년)가 충분히 남아 있었고 자금 흐름 파악도 어렵지 않았다. 반면 지금은 18대 대선을 불과 5개월여 앞두고 있다. 2007년 당시의 대선자금 수사 전반으로 수사를 확대하기엔 부담이 너무 크다는 것이다. 또 대선이 끝난 지 4년7개월이나 흘러 불법 대선자금 규모를 파악하기 쉽지 않을뿐더러, 지난 대선자금 공소시효도 불과 4개월여 남았다. 검찰 수사 도중 공소시효가 만료될 가능성이 높다.(※2007년 12월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정치자금 부정수수죄의 공소시효는 현재 7년) 또 당시엔 이른바 ‘살아 있는 5대 기업’ 측의 불법 대선자금 제공 진술과 정황이 확보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영업정지 된 저축은행 두세 곳의 진술 등만 있을 뿐이다. 한편 서울중앙지법은 7일 검찰에 정 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요구서를 보낸 것으로 이날 확인됐다. 이에 따라 체포동의요구서는 9일 중 법무부-대통령 재가를 거쳐 국회에 보내질 것으로 보인다.

이동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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