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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 안국포럼 명함 '코드명 AF-000'의 몰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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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명박 대통령은 2006년 6월 말 서울시장 퇴임(6월 30일)을 며칠 앞두고 청와대가 바라보이는 서울 종로구 견지동 서흥빌딩 11층에 캠프를 열었다. 그곳이 이듬해 12월 대선 전초기지 역할을 했던 안국포럼(Anguk Forum)이다. 안국포럼 멤버들은 당시 영문 이니셜을 딴 AF에다 001에서부터 차례로 번호를 매겨 나갔다. ‘AF-030’까지 고유 코드번호가 적힌 명함을 나눠 가졌다. AF 다음의 일련번호는 ‘실세’를 뜻하는 숫자였다. 001은 이명박 후보였다. AF002(이춘식 전 의원)에서 AF010(권택기 전 의원)까지의 9명 중 7명이 2008년 4월 18대 총선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그러나 지금은 당시의 코드번호가 정반대를 의미하는 숫자가 됐다. 안국포럼을 사실상 지휘했던 AF-003 정두언 의원은 저축은행 금품수수 혐의에 대한 검찰의 사전구속영장 청구로 법원의 영장심사를 앞두고 있다. 앞서 AF-006이었던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은 파이시티 인허가 로비로 구속기소됐다. AF-004번 김백준 전 청와대 총무기획관은 청와대 살림을 책임지다 이 대통령의 내곡동 사저 논란으로 지난해 12월 불명예 사퇴했다. 내곡동 사저 문제에 대해선 조만간 특검이 실시된다. 안국포럼에 중간에 합류해 번호를 받진 않았던 신재민 전 문화부 차관도 최근 이국철 SLS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로 1심에서 징역 3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이춘식(002), 백성운(005), 강승규(008), 권택기(010) 전 의원 등 ‘MB직계’ 출신 의원은 19대 총선 공천에서 대부분 낙천했다. 서울시 부시장 출신으로 정두언 의원과 친분이 깊은 정태근(007) 전 의원은 새누리당을 탈당한 뒤 무소속으로 출마했다가 낙선했고, AF-009번이던 조해진 의원만이 19대 총선에서 재선에 성공하면서 살아남았다.

 이명박 대통령의 원로회의 역할을 했던 6인회의 멤버(이 대통령, 이상득 전 의원,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 박희태 전 국회의장, 김덕룡 전 민화협 의장, 이재오 의원)들 중 상당수가 사법처리 대상이 된 데 이어 실세 그룹이던 안국포럼 멤버들이 비슷한 운명을 맞고 있다. 이 대통령 측근 그룹의 두 축이 모두 허물어지고 있는 셈이다. 당시 한 멤버는 “안국포럼은 경선 때는 정무·기획을 총괄하며 대선 플랜을 짰던 정두언 의원이 주도했지만 이 대통령이 당선된 뒤엔 박영준 전 차관을 중심으로 가신·비서그룹이 장악하면서 내부가 분열했다”며 “그게 결국 포럼이 추락하게 된 원인이 된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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