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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클립] Special Knowledge <463> 동성결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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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13면

구희령 기자

동성결혼 합법화 문제는 올해 미국 대선의 핫이슈 중 하나입니다.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처음으로 동성결혼 지지 의사를 밝힌데 반해 밋 롬니 공화당 대선 후보는 “동성결혼뿐 아니라 ‘동성결합(civil union)’도 반대한다”며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입니다.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도 동성결혼 합법화를 공약해 논란을 일으키는 등 동성결혼은 세계 곳곳에서 정치 이슈화하고 있습니다.

구희령 기자

‘미국 일부 주에서는 이미 동성결혼이 합법화하지 않았나요? 왜 동성결혼 합법화가 미 대선의 이슈가 되는 거지요?’ 이런 질문을 하실 분들이 분명히 계실 겁니다. 동성결혼 문제가 대선에서 이슈화한 것은 연방국가인 미국에서 각 주의 주법보다 상위법인 연방법으로 동성결혼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1996년 빌 클린턴 대통령 집권 당시 미국 연방의회는 “결혼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결합”이라고 정의하는 결혼보호법(The Defense of Marriage Act, DOMA)을 통과시켰습니다. 동성 사이 ‘결혼’이 불가능하도록 만든 것이지요. 단 이 법만으로는 각 주에서 법으로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것까지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연방법이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동성결혼을 허용한 주에서 동성끼리 결혼한 다음, 허용하지 않는 주로 이주하게 되면 결혼이 효력을 잃게 되는 것이죠. 또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주에서 결혼해 살고 있다 하더라도 연방공무원에 대한 배우자 혜택 등 연방법에 따른 권리는 인정받지 못합니다. 하지만 지난달 연방항소법원이 이를 위헌이라고 판단해 연방 대법원의 판단이 주목됩니다.

 미국은 2004년 동성결혼을 처음 도입한 매사추세츠주를 비롯해 코네티컷·아이오와·버몬트·뉴햄프셔·뉴욕주와 워싱턴DC 등 7개 지역에서 동성결혼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캘리포니아·워싱턴주 등 12개 주에서는 동성결합 제도를 시행하고 있고요. 어쩌면 동성결혼과 동성결합의 차이는 단지 ‘결혼’이라는 단어를 쓰느냐 쓰지 않느냐의 차이에 불과할지도 모릅니다. 동성결합 또는 동성파트너(domestic partner)라는 제도 아래에서 동성커플은 상속·이혼 등 배우자로서의 법적 권리를 혼인 관계와 유사하게 보호받습니다. 지역에 따라 동성결합 커플에게는 입양 등 일부 권리를 제한하기도 합니다. 미국은 2000년 버몬트주에서 동성결합을 처음으로 도입했습니다.

 기존의 대선 주자들은 민주당과 공화당 모두 ‘동성결혼은 아직 이르지만(혹은 적절하지 않지만) 동성결합에는 찬성한다’는 입장을 표명했었습니다. 동성애자와 보수층 모두에게 미운 털이 박히지 않도록 중간 정도의 입장을 고수했던 것인데요. 오바마 대통령이 동성결혼을 공개적으로 지지하고 롬니가 동성결합까지 반대한다고 입장을 표명하면서 뚜렷한 색깔 차이를 나타내게 됐습니다. 현재 미국은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주 ▶결혼 수준의 동성결합을 허용하는 주 ▶동성결합 커플에게 제한된 권리만 인정하는 주 ▶다른 지역에서 한 동성결혼만 인정하는 주 ▶금지나 허용 규정이 없는 주 ▶주 법률로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주 ▶주 헌법으로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주 ▶주 헌법으로 동성결합까지 금지하는 주 등 지역마다 입장이 제각각입니다.

합법-불법 수차례 오간 캘리포니아주

현재는 동성결합만 허용하고 있는 캘리포니아주만큼 동성결혼 합법화를 둘러싼 진통을 겪고 있는 예도 드물 것입니다. 캘리포니아주는 2000년 동성결합을 허용합니다. 그리고 2005년에는 동성결합 커플에 대해서도 결혼한 이성 커플과 거의 같은 수준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법안을 통과시킵니다. 마침내 2008년 5월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이 동성결혼을 금지하는 주 법률에 대해 찬성 4대 반대 3으로 위헌결정을 내리면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됩니다. 그러나 그해 11월 종교계 등을 중심으로 동성결혼 합법화 결정을 취소해 달라는 ‘주민발의안 8(Proposition 8)’이 주민 52%의 찬성으로 통과되면서 다시 동성결혼이 금지됩니다. 단 금지되기 전 약 5개월 사이에 결혼에 성공한 1만8000여 쌍은 결혼을 법적으로 계속 인정 받았습니다. 이 주민발의안에 대해 또다시 소송이 제기됐지만 이듬해인 2009년 5월 캘리포니아주 대법원은 주민발의안이 정당하다고 찬성 6, 반대1로 결정했습니다. 1년 만에 스스로의 결정을 뒤집은 셈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끝은 아니었습니다. 공은 이제 연방법원으로 넘어갔습니다. 2010년 8월 연방 1심법원은 주민발의 8호가 동성애자의 권리를 침해한다고 판결했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난달 연방 제9항소법원이 1심 판결이 옳았다고 판단했습니다. 이제 연방 대법원의 결정만이 남아있는데요. 항소심 판결이 유지된다면 다시 캘리포니아는 동성결혼을 허용하는 주로 돌아가게 됩니다.

 캘리포니아만큼은 아니지만 대부분의 주에서 치열한 법적 투쟁을 통해 동성결혼이나 동성결합의 합법화가 이뤄졌습니다. 주로 동성커플들이 소송을 내고 주 대법원의 최종 판결이 난 뒤에야 동성결혼 또는 동성결합이 인정되는 수순을 밟았는데요, 코네티컷주는 법원의 판결 때문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동성결합법을 통과시킨 첫 번째 주입니다. 코네티컷주는 2010년에는 결혼은 성별과 무관하다고 법으로 정의하면서 동성결혼까지 허용했습니다.

네덜란드, 2001년 세계 첫 합법화

스타의 동성결혼은 더 이상 드문 일이 아니다. 위는 지난 5월 결혼한 여배우 신시아 닉슨(왼쪽) 부부. 아래는 2005년 동성결혼식을 올린 가수 엘튼 존(오른쪽) 커플. [중앙포토]

세계적으로는 유럽이 동성결혼 합법화를 시작했습니다. 2001년 네덜란드가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습니다. 벨기에가 2003년, 스페인이 2005년에 뒤를 이었습니다. 북미에서는 캐나다가 2005년 동성결혼을 합법화했고요, 2010년에는 아르헨티나가 남미 최초로 동성결혼을 합법화했습니다. 현재 전 세계 10개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적으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성에 대해 보수적인 아시아와 아랍 지역에선 동성결혼은 물론 동성결합도 허용하지 않고 있습니다.

 일부 지역에서만 동성결혼을 합법화한 나라도 있습니다. 멕시코는 2009년 멕시코시티에서만 동성결혼을 허용했습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도 멕시코시티에서 한 결혼을 모두 인정했습니다. 사실상 합법화한 것이죠. 브라질의 경우 알라고아스 지역에서 올해 동성결혼을 인정했습니다. 지난 3일 프랑스의 장마르크에로 총리가 "내년 상반기에 동성결혼을 허용하겠다”고 밝히는 등 최소한 세계 10개국에서 동성결혼 합법화를 추진 중입니다. 이스라엘의 경우 국내에선 동성결혼을 인정하지 않지만 다른 나라에서 동성결혼을 한 경우는 이스라엘 내에서도 법적으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덴마크가 세계 최초로 동성결혼을 허용한 나라로 알고 있는 경우가 꽤 많은데요. 덴마크는 동성결합을 처음 인정한 나라입니다. 1989년 동성 간의 법적 결합을 허용하는 파트너 등록제(registered partnership)를 시행했습니다. 영국·프랑스·독일·오스트리아·스위스·룩셈부르크 등 대부분의 유럽 국가는 이런 동성결합 제도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대개 ‘결혼’이라는 말만 빼고 배우자로서의 상속·연금·세금·입양 등 이성 간 결혼을 한 부부와 같은 권리가 보장됩니다.

 성 소수자 인권단체들은 동성결합에 대해 동성결혼이 합법화되기 전의 과도기적 제도로는 찬성하지만 동성결혼 대신 동성결합이라는 제도를 두는 것에는 반대합니다. 동성커플을 ‘결혼’이라는 제도에서 소외시켜 이성 커플과 차별화한다는 것이지요.

여배우 신시아 닉슨, 피겨스타 조니 위어 …

미국에서 정치인의 동성애는 아직 낯섭니다. 2004년 제임스 맥그리비 뉴저지주 주지사가 “나는 동성애자”라는 고백과 함께 사임했을 정도니까요. 딕 체니 전 부통령도 동성애자라고 커밍아웃한 둘째 딸 메리 때문에 곤란을 겪기도 했습니다. 체니의 딸은 지난달 23일 워싱턴DC에서 동성결혼식을 올렸습니다. 동성결혼에 다소 관대해진 분위기를 반영하듯 첫 여성 뉴욕시장감으로 꼽히는 크리스틴 퀸 뉴욕시의회 의장도 지난 5월 뉴욕에서 여성 파트너와 결혼했습니다.

 유럽에서는 유력 정치인이 동성과 결혼식을 올리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요한나 시귀르다르도티르 총리는 2010년 동성결혼 합법화 법안에 직접 서명하고 곧 여성 파트너와 결혼했습니다. 아이슬란드의 ‘동성결혼 1호’이자 재임 중에 동성결혼을 한 세계 첫 국가 지도자가 된 것이지요. 독일의 경우 자민당 당수인 기도 베스터벨레 외무장관이 2010년 파트너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하객 중에는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있었다고 합니다. 단 독일에서는 동성결합만 허용하고 있어 식은 올렸지만 법적으로 ‘결혼’을 한 건 아니랍니다.

 연예·스포츠 스타들의 동성결혼은 드물지 않습니다. 인기 TV와 영화 시리즈 ‘섹스 앤드 더 시티’의 변호사 미란다 역으로 유명한 여배우 신시아 닉슨은 지난 5월 동성 파트너와 결혼식을 올렸습니다. 지난 1월에는 남성 피겨스타 조니 위어가 남성 파트너와 결혼을 했고요. 토크쇼의 스타MC 엘런 드제너러스도 2008년 여성 파트너와 결혼했습니다. 동성결혼식을 올린 가장 유명한 스타는 영국 가수 엘튼 존일 겁니다. 2005년 남성 파트너와 결혼식을 올릴 때 유명 디자이너 도나텔라 베르사체의 웨딩드레스(사진)를 입은 모습이 인터넷에 공개돼 화제가 됐습니다. 엘튼 존은 아이도 입양해 가정을 꾸리고 있지만 영국법은 동성결합만 인정하기 때문에 정식 ‘결혼’을 한 건 아닙니다.

중국 명나라 때 ‘특별한 관계’ 기록

동성결혼에 대한 기록은 중국의 경우 적어도 명나라 때로 거슬러 올라갑니다. 남부 푸젠성에서 남성과 남성끼리 또는 여성과 여성끼리 서로 예식을 통해 특별한 관계로 묶였다는 기록이 남아 있습니다. 고대 아테네에서도 이와 유사한 관계가 있었다고 합니다. 주나라 때에는 평등한 관계에 있었던 남성 커플이 이성 간의 결혼과 비교됐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로마 제국 때 네로 황제가 자신의 남성 노예와 결혼식을 올렸다는 기록이 있습니다. 엘라가발루스 황제도 카리아인 노예 히에로클레스와 결혼을 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로마법은 결혼을 할 수 있는 범위(conubium)는 로마 시민인 남성과 로마 시민인 여성 사이에만 가능하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동성결혼이 법으로 인정받지는 못했던 것이지요. 심지어 기원전 342년에는 기독교인 황제 콘스탄티누스 2세가 테오도시우스 법전을 통해 ‘동성결혼을 금지하고 이를 어길 경우에는 사형에 처한다’고 명시했습니다. 스페인에서는 1061년 4월16일 라이리스 데 베이가 지역에서 페드로 디아즈와 무뇨 반딜라스라는 두 남성이 작은 교회에서 사제의 인도 아래 결혼했다는 기록이 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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