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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드매니저 간 경쟁보다 팀워크 강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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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IBK자산운용이 올 상반기 3.57% 수익률로 중앙일보 펀드평가 사상 처음으로 1위(공모 국내 주식형 펀드 1000억원 이상)에 올랐다. 투자자 눈높이에는 못 미치는 성과일 수 있다. 하지만 -0.64%에 그친 전체 운용사 평균에 비하면 좋은 결과다. 4일 서울 여의도 IBK운용 사무실에서 일등공신 신동걸(45·사진) 주식운용본부장을 만났다. 그는 올해 IBK운용으로 옮긴 후 운용팀을 재정비하고 포트폴리오를 다시 짰다.

 -상반기 성과가 좋다. 비결은.

 “경쟁보다 화합을 강조한 결과다. 운용은 사람이 하는 거다. 좋은 인력이 팀워크를 이뤄 시너지를 내는 게 중요하다. 대형 운용사는 내부 경쟁을 시킨다. 경쟁하면 성과가 좋아진다고들 한다. 하지만 실제로는 안 그런 경우가 많다. 오히려 분위기만 해친다. 신뢰 차원에서도 문제가 있다. 같은 운용사 펀드인데도 매니저에 따라 성과가 다르다면 고객이 납득하기 어렵다. 경쟁은 내부 펀드 매니저끼리가 아니라 시장과 하는 거다. 우리는 서로 다른 스타일의 매니저가 협업해 단점은 보완하고 장점은 강화했다.”

 -운용 전략은.

 “‘GARP(Growth At Reasonable Price)’다. 성장성 좋은 합리적 가격의 주식에 투자한다는 의미다. 성장성은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성장성이 좋아도 가격이 비싸다면 투자해선 안 된다.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돈을 잃지 않는 것이다. 극단적으로 싼 주식은 하락할 위험이 덜하다. 성장성과 가격, 이 둘을 적절하게 배합해야 한다.”

 -예를 들자면.

 “지난해 연말부터 유럽 위기가 이슈였다. 기업의 이익 추정치가 급감했다. 대부분의 경기민감주가 타격을 받았다. 일부 종목은 역사적 저점 수준까지 주가가 빠졌다. 주가가 더 떨어질 위험이 적다고 봤다. 이런 경기민감주에 대한 투자 비중을 늘렸다. 이들 종목이 1분기에 상승하면서 성과에 큰 보탬이 됐다. 이후 직접 탐방을 나가 기업 관계자 얘기를 들어보니 해당 업황에 대한 우려가 심했다. 코스피지수가 2000선에 올랐을 때 곧바로 경기민감주 비중을 줄였다.”

 -경기민감주를 팔고 어떤 종목을 샀나.

 “예전에는 업황이 좋으면 2, 3위 업체도 돈을 벌었다. 주가 측면에서는 1위보다 2, 3위 업체가 더 뛰기도 했다. 그런데 요즘은 1등만 돈을 버는 구조다. 글로벌 경쟁력이 있는 회사만 살아남는다. 성장성이 있는 회사, 곧 시장점유율을 늘릴 수 있는 회사에 주목했다. 그래서 삼성전자와 현대차·기아차를 많이 샀다. 2분기 시장이 하락할 때 이들은 상대적으로 덜 빠져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었다.”

 -하반기 시장은 어떻게 보나.

 “하락 위험은 예전보다 덜한 것 같다. 그렇다고 위로 강하게 상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2분기가 바닥인지 확신할 수 없다. 좋아지려면 유럽 공조 강화라든가 금리 인하 등 추가 정책이 나와야 한다. 다행히 지금 그런 조짐이 있다. 더 떨어질 위험이 없는 종목이나 업종에 대한 투자를 고민하고 있다.”

 -상반기 국내 주식형 펀드에서 1조7000억원이 빠져나갈 정도로 투자자가 펀드를 외면하고 있다. 여전히 펀드가 중요한 투자 수단인가.

 “그렇다. 개인이 주식에 직접 투자하면 대부분 실패한다. 예전에 한 증권사 직원이 종목을 찍어달라기에 삼성전자를 추천했다. 6개월 뒤 주가가 올라 한턱 내라고 했더니 손해봤다고 죽는 소리더라. 삼성전자가 아닌 지금은 상장 폐지된 코스닥 종목을 샀다는 거다. 개인은 합리적으로 판단하기보다 변동성이 큰 종목을 선호한다. 가격 등락이 심하다는 건 투자할 때 피해야 할 요소인데, 개인은 오히려 ‘크게 먹을 수 있다’는 생각에 주가 등락폭이 큰 주식을 산다. 투자는 막연한 기대감만으로 성공할 수 없다. 펀드는 대표적인 분산투자 상품이다. 종목 선택의 위험을 줄일 수 있다. 또 전문가인 매니저가 철저한 분석을 통해 종목을 고르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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