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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저하게 실적 … 현금 쌓이는 기업에 투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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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올 상반기 증시는 삼성전자가 쥐락펴락했다.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인 삼성전자의 독주가 이어지다 보니 삼성전자를 얼마나 편입했느냐에 따라 주식형 펀드의 수익률이 갈릴 정도였다. 수익률 상위 10위(상장지수펀드 포함) 순위만 봐도 쉽게 알 수 있다. 삼성자산운용과 IBK자산운용·한국투신운용 등 운용사는 제각각이지만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펀드 중 딱 1개만 빼고는 모두 삼성그룹 관련주 펀드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런 와중에 정작 올 상반기 수익률 1위를 차지한 펀드는 삼성전자를 단 한 주도 담지 않은 중소형주 펀드였다. 바로 KB자산운용의 ‘KB중소형주포커스자[주식]A’다. 이 펀드 수익률은 19.46%로, 같은 기간 코스피 지수 상승률(0.88%)은 물론 2, 3위를 차지한 ‘삼성KODEX 삼성그룹주 상장지수(ETF)[주식]’(10.56%)과 ‘IBK삼성그룹[주식]A’(9.65%)에 비해서도 성과가 월등하다. 이 펀드를 비롯해 모두 1조 7000억원을 운용하는 최웅필 KB운용 주식운용본부 이사를 만나 1등 비결을 물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성과가 좋다.

 “펀드가 설정된 지 이제 겨우 6개월이다. 아직 운용자산 1500억원 정도로 규모가 작다 보니 (원할 때 원하는 종목을 쉽게 사고파는 등) 운용을 탄력적으로 할 수 있어 수익률에 큰 도움이 됐다. 물론 좋은 종목을 많이 편입했기 때문이지만….”

 -종목을 고르는 기준은.

 “철저하게 실적만 본다. 지난해를 한번 돌아보자. 중소형주 펀드는 상반기엔 좋았지만 하반기에 완전히 망가졌다. 많은 중소형주 펀드가 기업의 펀더멘털에 비해 가격이 싼 종목을 담기보다 테마를 타는 종목을 선호했다. 이런 종목들은 좋을 때는 20~30%도 쉽게 오르지만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올랐던 속도만큼 빨리 빠진다. 기대감으로 주식을 사지만 막상 뚜껑을 열었을 때 예상했던 실적이 안 나오면 거품이 빠질 수밖에 없다. 난 이런 다운사이드(하방) 리스크가 있는 종목은 아예 쳐다도 안 봤다. 장이 안 좋아도 쉽게 수익률이 안 빠질 기업만 골랐다.”

 - 그런 기업의 특징은.

 “기업 내부에 유보(현금)가 쌓이는지를 먼저 본다. 또 기업의 구조적 성장성이다. 엔터테인먼트주인 SM이 대표적이다. 예컨대 어느 정도 투자해서 음원을 깔아놓으면 계속 현금이 들어온다. 들어오는 것 이상 투자할 일이 없다. 드라마 유통회사인 SBS컨텐츠허브도 마찬가지다. 투자에 비해 돈 벌기가 쉬운 비즈니스다. 시장은 기업 규모가 크다고 인정하지 않는다. 실적만 인정한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시간이 걸리더라도 결국 거품은 빠진다. 한국전력은 주가순자산비율(PBR)이 0.3배다. 돈을 못 벌면 아무리 공룡기업이라도 주가가 빠진다.”

 -좋은 기업을 골라내는 더 쉬운 방법이 없을까.

 “단기간에 급등한 종목보다 5년, 아니 10년 걸려서 완만하게 오르는 종목을 찾아봐라. 이런 종목 대부분이 유보가 쌓이면서 기업가치는 점점 커지고, 여간해선 단기충격에 빠지지 않는다. 글로벌 경기와 같은 거시경제 변수도 잘 타지 않는다. 그런데 많은 투자자가 인내심이 없어서 이런 좋은 주식을 못 산다. ”

 -국내에서 몇 안 되는 가치투자가로 꼽힌다. 지금까지 가치투자 원칙을 얼마나 지켜왔나.

 “100% 지켰다고 자신한다. 국내 대표적인 가치투자가인 이채원 한국밸류운용 대표 밑에서 소위 ‘연습생’ 기간을 오래 가졌다. 이때 나만의 운용철학을 확고히 다질 수 있었다. KB운용으로 옮긴 후에도 다행히 펀드 성과가 좋아 원칙을 지키기 수월했다.”

 -왜 가치주 펀드를 고집하나.

 “가치주 펀드는 약세장에서도 수익률을 방어할 수 있다. 펀드에 투자해 수익을 올리려면 일단 투자기간 동안 원금 손실을 보지 않아야 한다. 15%를 까먹었다고 하면 30%는 올라야 겨우 원금을 회복한다. 이보다는 차라리 처음부터 안 깨지고 15% 버는 게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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