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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나미 피해 어떻게 막을까 건축가들의 고민 담겼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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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이가라시 다로

지난해 3월 11일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일본 건축가들은 분주했다. 지진과 쓰나미라는 자연 재해 앞에 속수무책인 건축의 한계에 절망할 겨를도 없이, 폐허가 된 땅에 새로운 삶의 보금자리를 만들어내야 했기 때문이다.

대지진 후 일본 건축가들의 다양한 활동을 보여주는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의 건축전’이 22일까지 서울역사박물관 기획전시실에서 열린다. 이 전시를 기획한 이가라시 다로(五十嵐太郞·45) 일본 도호쿠(東北)대 대학원 공학연구과 교수를 지난 3일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지진과 쓰나미가 아니더라도 자연재해는 세계 어느 나라에나 있습니다. 재해와 맞서 건축가들이 무엇을 할 것인가, 일본이 쌓은 노하우를 세계와 나누고 싶었죠. 거창하게 말하면 ‘인류 공통의 지혜’를 쌓아간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올해 초 피해지역인 센다이(仙台)에서 시작된 이번 전시는 파리, 서울, 여수(8월 6∼12일, 여수진남문예회관)를 거쳐 2년간 25개국을 돌면서 열린다.

 전시에는 총 51개 사례가 소개된다. 지진 직후 대피소 내 사생활 보호를 위해 ‘골판지 셸터’를 만든 대학생의 작은 아이디어에서, 세계적인 건축가 이토 도요(伊東豊雄), 구마 겐고 등이 참여한 공동주택 건설까지 규모도 다양하다. “일본 건축은 내진설계 등 지진에 대응하는 기술은 상당히 발전해 있습니다. 하지만 쓰나미에 어떻게 맞설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직도 고민이 많죠.” 전시에 소개된 고지대 보육원 건립계획, 쓰나미 피해를 막기 위한 해양방조림 조성 등은 이같은 고민을 반영한 프로젝트다.

  이가라시씨는 건축가인 동시에 베니스비엔날레 일본 건축관 커미셔너, 아이치 트리엔날레 예술감독 등으로도 활약하고 있다. 건축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이번 재해를 통해 느낀 것은 ‘공간’과 ‘기억’의 문제다. “사람들은 재난을 기억하지만, 건축물 자체엔 기억이란 게 없죠. 파괴된 건물을 남겨두거나, 재해를 당했다는 표식을 해 공간이 재난을 기억하게 하는 것. 그것이 비극의 반복을 막는 하나의 방법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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