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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퍼펙트 스톰’ 못 피해 2008년 위기보다 더 심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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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1년 전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가 ‘2013년 퍼펙트 스톰’을 경고했다. 한 해가 지난 뒤 그가 재차 최악의 상황을 예언했다. 미국 더블딥 등의 가능성이 큰데 뾰족한 대응 수단이 없다는 이유다. [중앙포토]

지난해 이맘때였다. ‘닥터둠’ 누리엘 루비니(53) 미 뉴욕대 경제학과 교수가 ‘2013년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을 경고했다. 한꺼번에 악재가 겹치는 최악의 상황이 올 수 있다는 얘기였다. 그로부터 1년을 맞아 미 경제전문통신 블룸버그가 7일(현지시간) 프랑스의 엑상프로방스에서 그를 인터뷰했다. 블룸버그 동영상을 바탕으로 핵심 내용을 문답 형식으로 정리했다.

 -지난달 29일 유럽 정상들이 스페인 사태 등을 진정시키기 위해 단기 대책을 마련했다. 이 처방이 유로존(유로화 사용권) 붕괴를 막기에 충분할까.

 “이번 정상회의는 실패다. 정상회의 이후 상황을 보면 알 수 있다. 유럽중앙은행(ECB)이 기준금리를 내렸지만 6일 스페인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시장금리)은 다시 7% 수준으로 올랐다. 이 나라 주가는 3% 정도 떨어졌다. 시장은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어떤 대책을 요구하고 있는 것일까.

 “시장은 유로존 회원국이 통합채권을 발행하고 ECB가 회원국 국채를 직접 사들이는 것(국가채무의 통화화)을 요구하고 있다. 이게 불가능하면 ‘머니 바주카포(구제금융펀드)’를 2배, 3배, 4배 강화하길 원한다. 이도저도 아니면 스페인과 이탈리아 국채 금리는 나날이 치솟을 수밖에 없다. 최악의 상황이 6개월 뒤가 아니라 2주 안에 일어날 수 있다.”

 -ECB가 지금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없을까.

 “ECB가 회원국 정부 국채를 시장에서가 아니라 직접 사들여야 할 듯하다. 현재 ECB는 법적으로 그럴 수 없다. 유로존 정치 지도자들이 회원국 국가 채무의 통화화(Monetization)를 솔직하게 이야기해야 한다.”

 -지난해에 ‘2013년 퍼펙트 스톰’을 경고했다. 무엇이 피할 곳 없는 폭풍을 일으킬까.

 “현재 유로존은 슬로 모션으로 탈선하는 열차 같다. 최근 데이터를 종합해 보면 미국 경제는 서서히 힘을 잃고 있다. 곧 정지 상태에 이를 듯하다. 중국 경제는 연착륙 수준보다 빠르게 위축하고 있다. 인도·브라질·러시아·멕시코·터키 경제도 활력을 잃고 있다.”

 -또 다른 요인은 무엇인가.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사이에 시한폭탄이 놓여 있다. 전쟁 가능성이다. 나는 양쪽 대화가 실패할 것으로 본다. 미국 등의 제재도 효과가 없다.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은 11월 대선 전에 전쟁을 벌이고 싶어하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누가 되든 대선 이후 전쟁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 그러면 유가가 2배 이상 뛴다. 이는 유로존 경제 붕괴, 미국의 더블딥(경기회복 뒤 재침체), 중국의 경착륙, 다른 신흥극 침체 등과 맞물려 글로벌 퍼펙트 스톰이 된다.”

 -내년 퍼펙트 스톰이 2008년만큼 위험할까.

 “2008년엔 주요국 중앙은행들이 기준금리를 5~6%포인트씩 내렸다. 1, 2차 양적 완화(QE)도 실시했다. 재무부는 국내총생산(GDP)의 10%에 해당하는 예산을 추가로 편성해 경기를 부양했다.”

 -앞으로는 어떨까.

 “중앙은행의 추가 양적 완화 효과가 나날이 줄어들고 있다. 엄청난 돈이 이미 풀려 있어서다. 재정적자는 엄청난 수준이다. 모든 나라가 부채 줄이기에 바쁘다. 정부가 은행을 구제하는데 국민의 반대도 거세다. 더욱이 정부 자체가 구제받아야 할 판이다. 시장이 자유낙하하더라도 막을 수단이 거의 없다는 얘기다. 세계 각국이 정책 실탄(수단) 95%를 이미 소진했다.”

 -내년에 유로존이 해체될 것 같은가.

 “그리스가 유로존을 탈퇴하는 사건이 벌어지더라도 유로존이 내년에 붕괴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3~5년 사이에 붕괴 확률은 40~50% 정도는 된다고 말할 수 있다. 붕괴에 앞서 그리스가 (경제난을 견디지 못해) 유로존 탈퇴를 결정할 수 있다. 핀란드도 구제금융 부담 등을 이유로 유로존을 탈퇴할 수도 있다(이날 핀란드 재무장관이 같은 이유로 유로존 탈퇴 가능성을 언급했다). 이탈리아도 비슷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그럴 경우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와 북부동맹이 탈퇴를 주도할 것이다.”

퍼펙트 스톰(Perfect Storm)

태풍 등이 2개 이상 동시에 발생해 상상을 초월하는 파괴력을 지닌 경우. 2007년 미국 서브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 이후 두 가지 이상의 악재가 동시에 발생하는 금융·경제 위기 현상을 일컫는 용어로 자리 잡았다.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 교수는 지난해 6월 “유로존 위기, 미국 더블딥, 중국 경제 경착륙이 겹쳐 2013년께 퍼펙트 스톰이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올 5월 루비니는 “퍼펙트 스톰을 유발할 리스크가 늘어났다”며 지난해 제시한 세 가지 요인에다 중동 전쟁, 중국 외 신흥국 경기침체를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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