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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호 “포수는 촉이 좋아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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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평소 쾌활한 성격의 강민호가 진지한 표정으로 자세를 취하고 있다. [부산=김민규 기자]

2012 프로야구 올스타전 팬투표에서 역대 최다득표로 전체 1위에 오른 롯데의 강민호(27). 그는 포수다. 야구에서 포수는 가장 힘든 포지션이다. 마스크와 프로텍터, 가드 등 4㎏에 육박하는 장비로 무장하고 3시간 동안 200회 이상 쪼그려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한다. 1, 3루 백업을 위해 전력질주하기도 하고, 홈으로 쇄도하는 주자와 온몸을 부딪쳐 가며 득점을 저지한다. 끊임없이 도루를 시도하는 주자를 잡아내는 것도 포수의 몫이다. 시속 150㎞에 달하는 공이 방망이에 스친 뒤 마스크에 맞으면 불이 ‘번쩍’ 하는 느낌이 든다. 공이 보호장비가 없는 쇄골이나 허벅지를 때릴 때면 그라운드에 뒹굴며 고통을 참아 낸다.

 또한 포수는 볼 배합을 놓고 타자와 머리 싸움을 하는 전략가이자 흔들리는 투수를 다독이는 심리치료사다. 상대 주자와 야수들의 움직임까지 일일이 신경 쓰는 야전사령관이기도 하다. 상상을 뛰어넘는 체력과 정신력을 요구하는 자리다. 그래서 포수는 한 경기가 끝나면 몸무게 2∼3㎏이 사라진다.

 “가장 힘들고 상처도 많이 받고 준비도 제일 많이 해야 하는 자리죠. 투수가 부진하면 같이 욕을 먹는 게 포수죠. 그래도 이길 땐 야수들이 모르는 포수만의 희열이 있어요. 포수는 8명의 야수를 모두 바라보고 경기를 치르잖아요. 내 사인 하나에 모든 선수가 움직여 승리할 때는 연장 12회를 풀로 뛰어도 전혀 힘들지 않죠. 하지만 지면 피로도는 2∼3배나 됩니다.”

 강민호는 야구 시작 때부터 포수를 꿈꿨다. 제주신광초 6학년 때 3루수를 봤지만 포철중에 스카우트된 뒤부터 줄곧 포수로 활약했다. 포철공고 1학년 때부터 주전포수로 뛰었고, 3학년 때 청소년대표에 뽑혔다. 2004년 롯데 유니폼을 입었다.

 하지만 프로의 벽은 높았다. 자신 있던 수비도 기본기부터 다시 배웠다. 어깨만큼은 강하다고 믿었는데 송구가 부정확하다며 혼나기 일쑤였다. 강민호는 실망하지 않았다. 넉살 좋은 웃음을 지으며 코치와 선배 포수에게 일일이 묻고 배웠다. 수백, 수천 번 그라운드를 구르며 블로킹·송구 등을 몸에 새겼다. 타격 향상을 위해 경기 중에도 한쪽 구석에서 방망이를 휘둘렀다. 2004년 3경기 출장에 그친 강민호는 2005년 주전포수 최기문의 부상으로 온 기회를 놓치지 않고 104경기에 나서며 주전 포수로 발돋움했다.

 “신인 때는 어떻게 경기를 치렀는지 모를 정도로 아무 생각이 안 났어요. 경험이 쌓이면서 자신감이 생겼죠. 그러다 보니 타격도 잘되고, 볼 배합도 주도적으로 하게 됐죠.”

 포수는 승리할 때 주목받지 못하나 패배하면 비난의 중심이 되곤 한다. 팬들은 포수가 요구한 볼 때문에 안타나 홈런을 맞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볼 배합은 결과론으로 추궁할 수 없는, 누구도 건드릴 수 없는 영역이다.

 “볼 배합은 기본적으로 타자의 강점과 약점을 분석한 데이터, 타자의 최근 5경기 성적, 그날 투수의 좋은 공과 나쁜 공, 이닝과 점수차 등 경기 상황, 공에 반응하는 타자의 움직임 등을 고려해 선택합니다. 정답은 없어요. 정석으로 해서 질 때도 있고, 느낌에 맞춰 해서 이길 때도 있고요. 그래서 포수는 ‘촉(센스)’이 좋아야 한다고 생각해요.”

 강민호의 스승은 현재 마스크를 쓰고 있는 모든 포수다. 특히 국제대회에서 박경완(40·SK), 진갑용(38·삼성), 조인성(37·SK) 등 선배 포수들의 플레이는 강민호에게 큰 공부가 됐다. 2008 베이징 올림픽, 2009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국가대표로 뛴 강민호가 한국 최고의 포수라는 소리에 손사래 치는 이유다.

 “경기를 하면 할수록 ‘난 아직 멀었다. 배울 게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제대회에서 선배들이 위기상황이 와도 편안하게 리드하고 역으로 볼 배합을 하는 걸 보고 느낀 게 많았어요. 경기를 읽고 주도할 수 있는 포수가 되고 싶어요. 흐름이 안 읽히는 때가 꽤 있는데 들쑥날쑥하는 경기 운영을 좀 더 안정적으로 만들고 싶어요. 앞으로 다른 수식어 없이 ‘포수 강민호’라고 불리고 싶습니다.”

부산=허진우·정종훈 기자
사진=김민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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