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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통합당엔 친노-비노-한노 ‘3노’가 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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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호 06면

조용철 기자

‘한국노총을 잡아라.’
민주통합당 대선 경선이 뜨거워지며 각 후보 진영마다 한국노총의 마음 잡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한노총은 민주노총과 함께 국내 노동조합을 양분하고 있는 거대 단체. 조합원 수 90만여 명으로 지난해 말 민주통합당에 합류했다. 이들이 똘똘 뭉쳐 특정 후보를 밀 경우 경선은 끝난 거나 다름없다. 민주당 대선 주자들이 한노총에 열심히 러브 콜을 보내는 이유다. 물론 한노총 조합원 전원이 민주당 당원은 아니다. 현재 20여만 명이 입당한 상태라고 한노총은 주장한다. “경선 전까지 60만 명 가입은 무난하다”고 한노총 관계자들은 장담한다.

민주당 대선 경선 캐스팅보트 쥔 한노총 이용득 위원장

역대 대선 가운데 김대중-이회창 39만 표, 노무현-이회창 57만 표 차이로 승부가 갈렸음을 감안할 때 한노총 측의 주장대로 60만 표가 결집된다면 그 위력은 가공할 수준이다. 한노총은 전통적으로 정부·여당에 협력적이었다. 2007년 대선 땐 한나라당 이명박(MB) 후보를 지원했다. 그런 한노총이 이번엔 야당 쪽으로 돌아선 것이다. 그것도 원거리 측면 지원이 아니라 아예 당내 세력으로 합류해 보병부대로 최전선에서 뛰고 있다. 민주당 합류에 앞장섰던 이용득 위원장을 만나 대선에 임하는 입장을 들어봤다.
먼저 한노총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갈아탄 이유를 물었다. 이 위원장은 “우리는 노동자들의 어려움을 대변하고 노동자들을 존중하는 정치세력과 손을 잡은 것일 뿐”이라고 답변했다. 지난번 MB를 도왔지만 MB정권은 오히려 노동자를 탄압하고 노동자 배제 정책으로 일관해 친(親)노동자 정책을 펼치는 정당을 찾게 됐다는 설명이다.

-민주통합당 일원이 된 지 7개월쯤 됐다. 목적은 이뤘는가.
“아직은 미흡한 점이 많다. 그러나 지난 4·11총선에서 지역구 2명, 비례 2명 등 4명의 한국노총 출신들이 원내에 진출했다. 또 총선 과정에서 노동 관련 정책들은 모두 한국노총이 만들어 그게 당 정책으로 그대로 이어졌다. 성과라면 성과다. 이제 19대 국회 안에서 현장 노동자, 일반 중산층이나 서민, 소상공인, 자영업자들을 위한 정책을 펴는 것이 과제다. 민주통합당과 남남이던 시절과는 좀 다르지 않겠나.”

-이 위원장은 비례대표 후보로 거론됐는데 본인이 사양했다고 들었다.
“지금 한국노총이 정치세력화를 시도하는 단계다. 한노총 차원에서 긴 방향성을 가지고 하는 일인데 일신만을 위해서 그렇게 할 순 없었다.”

-지난해 민주당에 합류해 바로 최고위원으로 지명돼 5개월여 일했다. 현장에서 겪은 정치가 어떻던가.
“국민 입장에서 정치를 해야 하는데 너무 계파 위주로 흐르는 느낌이다. 나는 어느 계파에 휩쓸리지 않고 정말 노동자를 위한 정치를 하려 했고 노동자를 위한 정당을 추구했다. 아무래도 기존 정치인들과 그런 부분에서 차이가 있었고 약간의 마찰도 있었다. (웃으면서) 민주당에는 친노-비노, 그리고 한노총의 한노 등 ‘3노’ 계파가 있다.”

-‘한노’는 민주당 내 최대 계파다. 대선 주자들의 러브콜이 잇따른다는데 누굴 지원할 텐가.
“특정 후보를 거명하긴 어렵다. 한노총의 주인은 내가 아닌 조합원들이니까 조합원들이 지지 후보를 결정하는 절차를 밟을 것이다. 문재인, 김두관, 손학규, 정세균, 그 외에도 여러 분이 있다. 이분들이 국민에게 자신만의 장점을 최대한 알려서, 국민에게 감동을 줘서, 민주당 후보가 되고 나아가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진짜 서민정당이 집권할 것으로 믿는다.”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이 가장 시급하게 고쳐야 할 대목은.
“호남 정당이란 이미지를 버려야 한다. 한노총과 통합한 이후에는 많이 바뀌었다. 지도부 구성이라든가 여러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개선이 이뤄졌다. 이제 지역주의를 타파하고 정말로 노동자세력, 계급적으로 봤을 때 서민·중산층·소상공인·자영업자 이런 분들을 위한 정당임을 천명해야 한다.”

-민주당 사람들은 ‘박근혜는 확장성이 없고 한계가 분명하다’며 대체로 승리를 낙관하는 분위기다.
“전략상 그렇게 말하는지 모르겠다. 최고의 지지도를 가진 분인데 어떻게 만만하게 보겠는가. 우리는 박근혜와 선명하게 차별화를 이뤄내야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민주당이 모두를 안고 가겠다고 하면 안 된다. 누구를 위한 정당이라고 분명히 못 박아야 한다.”
이 위원장은 새누리당에서 벌어지고 있는 ‘경제민주화’ 논쟁으로 화제가 바뀌자 기다렸다는 듯 말이 길어졌다. “그동안 출자총액제 폐지 등 재벌을 위한 정책을 펼치며 경제 민주화와는 정반대의 길을 걸어온 게 이명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정권이다. 대선을 앞두고 국민 비난이 고조되자 물타기식으로 꺼낸 게 새누리당의 경제민주화”라고 주장했다. “진정성 없는 정치 쇼”라는 것이다.

-박근혜 캠프 공동 선대위원장인 김종인 전 의원은 경제민주화 조항을 헌법에 명문화하는 데 앞장선 장본인이다. 진정성을 의심하는 건 지나치지 않나.
“김종인씨는 진심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그걸 받을 자세가 전혀 안 돼 있다. 김종인씨를 비판하는 이한구 원내대표 입장이 새누리당의 정확한 입장이라고 본다. 경제민주화를 규정한 헌법 119조 2항은 민주주의 제도를 보다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 부의 편중과 가진 자들의 횡포를 막고, 균형적인 경제 발전을 이루자는 취지다. 그런데 전경련은 그걸 폐지하자는 입장이고 새누리당은 그걸 뒷받침하고 있지 않은가.”

이 위원장은 민주통합당과 한국노총이 추진하는 경제민주화 정책을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 첫째가 순환출자 제한이다. 순환출자를 통해 재벌들이 1%도 안 되는 지분으로 대기업을 소유하는 데서 오는 병폐가 크다고 지적했다. 재벌의 지배구조를 개혁하기 위해선 금산분리 강화, 출총제 부활, 지주회사 규제 강화 등이 이뤄져야 하는데, 전경련이나 새누리당은 이를 반대하면서 ‘경제민주화’를 말하니 앞뒤가 안 맞는다는 것이다.

-한국 경제에서 대기업의 역할과 기여도를 무시할 수 없지 않은가. 대기업들이 위축되면 결국 서민 경제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
“MB정부가 말하는 낙수 효과를 말하는 모양인데 지금 낙수 효과가 전혀 없지 않은가. 재벌들의 사내 유보가 20~30%쯤 늘었음에도 신규 투자는 부진하다. 낙수는커녕 저수지 형태다. 그래서 노동계와 서민들은 강제로 물을 뿜게 하는 ‘분수 효과’를 말하는 것이다. 강제로라도 경제순환이 이뤄지게 하자는 거다.”

-그러면 재벌 해체가 궁극적 해법인가. 그래서 사회주의로 가자는 것인가.
이 대목에서 이 위원장은 언성을 높였다. “누가 그런 이야길 하나. 그건 절대 아니다. 국민들이 동의하겠나. 그런 극단적 억지논리로 가면 안 된다. 다만 시장경제에 사회주의적 요소를 약간 도입하자는 정도다. 이데올로기가 중요한 게 아니라 상생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대기업도 중소기업도 서민들도 다 함께 잘되는 윈-윈 체제를 추구하자는 것이다.”

이 위원장은 MB정부의 노조 탄압 사례를 묻자 “전임자 임금 지급 금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등 노조법을 개악해 헌법상 보장된 노동권을 제한했다”고 비판했다. “민주당과 손을 잡은 이유는 바로 개악된 노조법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한 것”이라고도 말했다.

-통합진보당 사태를 어떻게 보나.
“국민의 동의와 지지를 얻고자 노력하는 게 정치 아닌가. 국민들이 우려하고 등을 돌리고 있다면 잘못된 거다. 내부 사정이야 어떻든 빨리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습이 이뤄져야 한다.”

-한노총과 민주노총의 차이점은 무엇인가.
“큰 차이는 없다. 다만 민주노총은 이념 부분이 강한데, 현장으로 내려가면 차이가 없다. 이념 차이도 간격이 좁혀지고 있어 언젠가 통합될 것이다. 그래야 힘을 가질 수 있고 그 힘으로 사회에 기여하고 조합원을 위할 수 있다.”

-한노총 산하 금융노련이 지금 들썩인다는 소문인데 상황이 어떤가.
“MB정부 4년간 실질임금이 계속 떨어졌다. 2008년(-8%)부터 작년까지 연속적으로 실질임금이 내렸는데도 쟁의 건수는 오히려 줄었다. 노동자들이 많이 참았다는 얘기다. 특히 금융계를 봐라. 인사 전반이 몽땅 측근 인사들로 이뤄져 있고 원칙과 기준이 없다. 그래서 금융권이 매우 어지럽다. 우리금융지주와 KB금융지주 합병 문제를 봐라. 시너지 효과가 없어 절대 안 하겠다던 분들- 김석동 금융위원장, 이팔성 우리금융회장, 어윤대 KB 금융회장 이들이 하루아침에 동시에 통합해야 한다니 어이가 없는 거다. 어떤 힘이 작용하지 않고서야 이럴 수 있나. 산업은행 문제도 기업공개 등에 대해 조합원들이 불만을 말하면 “너희들 다시 ‘기타 공공기관’에 넣겠어”라며 노골적으로 협박하고 있다. 과거 독재 시절에나 통하던 짓을 하고 있다.”

금융노련에서 시작하여 30여 년간 노동운동에 몸담아 온 이 위원장은 두둑한 배짱으로 정평이 나있다. 어용 시비에도 굴하지 않고 노사정위원회에 적극 참여했고 노무현 정부 땐 정부 및 대한상의와 함께 외자 유치를 위해 해외순방도 했다.

“노조만 일방적으로 이익이어선 안 된다. 노사 공동의 발전과 이익을 추구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노사 당사자는 없고 정부·노동부만 있다. 강제적으로라도 중앙 차원의 노사관계를 만들어야 한다. 노무현 정부 때 노사정위원회에서 노사발전재단을 만들었는데 이걸 노동부 산하기구로 전락시켰다. 말이 안 된다.”



이용득 위원장 1953년 경북 안동의 가난한 농가에서 10남매 중 셋째로 태어났다. 초등학교 졸업 뒤 의류공장 공원인 형과 서울시내버스 안내양인 누나를 따라 상경했다. 중학교 졸업 뒤 2년간 벽돌공장을 다니다가 덕수상고 야간부에 입학, 낮엔 사환과 교내매점 점원으로 일하며 공부했다. 고교 졸업 직전에 상업은행에 취직해 성균관대 경제학과 야간부를 다녔다. 상업은행 노조위원장, 금융노련 위원장을 거쳐 2004년 한국노총 위원장에 선출됐다. 2008년 위원장직을 떠나 3년간 우리은행 임원으로 근무했다. “행복이란 돈이 아닌 신념에 따라 사는 데서 찾을 수 있다”는 그는 억대 연봉을 받던 은행 임원보다 한노총 위원장 자리가 자신에게 훨씬 어울리고 좋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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