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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원 때 잃어버린 강아지,다시 찾는 심정으로 모았죠”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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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78호 23면

'성북동 앰배서더'이계영(Kay Lee·57)씨의 집은 완전 ‘개판’이다. 마당에 곱게 깔린 잔디에는 진돗개 두 마리가 뒹굴고 실내에는 개 그림, 개 사진, 쿠션, 베개, 잠옷, 헝겊인형, 접시, 컵, 냅킨까지 개 천지다.
‘I’m a Dog person’이라 외치는 이씨는 대사관저가 많은 성북동 주택가에서 민간 외교인으로 통한다.

나의 애장품 <5> ‘민간 외교관’ 이계영씨의 강아지 피규어린

장애인 아동을 돕는 자선단체 ‘사랑심기’ 위원으로 각국 대사 부인, 외국 기업 간부 부인들과 합심해 각종 봉사활동을 천직으로 삼고 있다. 방글라데시 명예총영사인 남편(쌍용C&B·모나리자제지 김광호 회장)의 조력으로 각종 자선행사를 열어 외국인들의 참여를 유도하고 있다.

유기견 돕기 활동에도 앞장서고 있는 그는 ‘애완용’이 아닌 ‘동반자’로서 개와의 관계를 중시한다. 남편의 개 사랑은 한술 더 떠 마당에 풀어놓고 사이좋게 치킨을 나눠 먹을 정도란다. 그래서일까, 취미로 모은 수천 점의 도자기 중 개와 함께 있는 사람 인형이 유독 많다. 개를 안고 있는 여인, 주인을 끌어당기는 개, 개와 함께 공놀이하는 소년, 개의 털을 빗겨주는 소녀 등에서 개를 보는 이씨의 마음이 읽힌다.

이씨의 강아지 피규어린(장식용 미니 조각) 컬렉션은 어린 시절 기르던 개가 가출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며칠을 울고불고하다가 장충동성당 근화유치원 등굣길에 우리 개와 똑같이 생긴 손가락만 한 청동인형을 주운 거예요. 우리 개가 돌아온 것 같아 지금까지 보물 1호로 간직하고 있죠. 그때부터 개 인형은 그냥 못 지나쳐요.”

개를 사랑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나갔다 오면 온몸으로 반기는 건 개밖에 없죠. 누가 그렇게 반겨주겠어요?” 그러면서 줄쳐 가며 읽었다는 『Anne of Green Gables(빨강머리앤)』8권을 펼쳐보인다.

“앤의 아들들이 군대에 가자 개 먼데이는 매일 기차역에 나가 형제를 기다려요. 동생 월터의 전사를 먼데이가 먼저 느끼고 슬피 울었답니다. 형 젬이 실종돼 생사를 몰랐지만 먼데이가 울지 않아 안심했대요. 나중에 젬이 절름발이로 돌아오자 먼데이도 절뚝거리며 달려가는 장면, 감사 예배를 드릴 때 먼데이가 아무리 날뛰어도 목사님이 탓하지 못했다는 대목이 너무 와닿아 몇 번을 읽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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