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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화 이끈 6080 그들의 대한민국은 노인이 가난한 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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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경북 포항에 사는 신모(69)씨는 청송에서 농사를 짓다 1970년대 중반 포항으로 나왔다. 포항제철(현 포스코)이 생기면서 협력회사에 일자리를 잡았다. 10년 넘게 용접·철구조물 제작 일을 하다 근로자 몇 명을 두고 자그마한 철공·용접 공장을 운영했다. 포스코 협력회사에 납품하는 일이었다. 93년에야 자식의 권유로 국민연금에 가입했다. 전에는 국민연금이 있는 줄도 몰랐다. 60세에 은퇴한 후 지금은 국민연금 40만원과 기초노령연금을 합해 월 50여만원으로 산다. 자식들이 주는 용돈을 생활비에 보태 쓴다.

 한국은 지난해 세계 9번째로 교역 규모 1조 달러를 넘었다. 산업현장에서 앞만 보고 달려온 6080 세대 덕분에 세계 10위 안에 드는 경제대국이 됐다. 하지만 이런 나라를 일군 노인들이 힘겨운 삶을 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일 국민연금연구원에 따르면 우리나라 65세 이상 노인가구의 연평균 소득은 전체 가구의 66.7%(1만4238달러, 1619만원)에 불과했다. 일반 가정의 한 달 수입이 100만원이면 노인은 66만7000원이라는 뜻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0개국 중 29위다. 노인가구의 상대적 빈곤이 가장 심각한 나라로 꼽힌 것이다. 노인들의 연평균 소득(1만4238달러)도 미국의 절반, 일본의 3분의 2 수준에 그쳤다. 각국의 물가수준을 반영한 PPP(구매력 평가) 소득액 기준으로 OECD 하위권(23위)이었다.

 한국 노인들이 어렵게 사는 이유는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 수혜자가 적기 때문이다. 65세 이상 노인의 31.8%(180만 명)만 국민연금·공무원연금·사학연금 등을 받는다. 월평균 연금액도 28만원 정도다. 이마저도 못 받 는 노인이 370만 명이다.

 평균수명(80세)까지 가족을 부양하거나 생계를 위해 일자리를 찾기도 한다. 보건복지부 노인실태조사(2011년)에 따르면 노인의 34%가 일을 한다. 이유는 ‘생계비를 벌기 위해서’(79.4%)가 압도적이었다. 젊음을 바쳐 일했고 쉴 나이인 데도 먹고 살려고 다시 일터로 나간다. 곤궁한 삶을 견디지 못하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OECD 회원국 중 노인 자살률이 10만 명당 81.9명으로 1위다. 일본(17.9명), 미국(14.5명)보다 높다.

 노인 문제는 더 심각해질 수 있다. 2017년에는 인구의 14% 이상이 노인인 고령사회에 접어든다. 국민연금 역사가 짧아 현재 50, 60대도 노후 대비가 허술하다. 국민연금연구원 이용하 연금제도연구실장은 “연금 없이 노후를 맞는 사각지대를 줄이고 퇴직·개인연금을 확대해 노년을 다양한 방법으로 준비해야 한다”며 “직업훈련을 강화하고 양질의 노인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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