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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만 한 운동장 … 100m 뛰려면 교문 밖서 출발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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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서울 신월동 신남중의 육상부 선수인 김민재(1학년)군은 5월 전국소년체전에서 동메달(800m)을 딴 ‘유망주’다. 그는 학교에서 달리기 연습을 할 때면 교문 밖으로 나온다. 다른 선수들과 교문 밖 20m 지점에 선 그는 코치의 신호에 따라 교문을 향해 뛴다. 김군은 언덕을 올라 운동장 가장자리를 따라 돈 다음 학교 건물 옆에 도착한다. 정확히 200m 되는 지점이다. 이종현 코치(33)는 “운동장이 좁아 어쩔 수 없다. 외부 경기장을 빌리지 못하는 날은 이런 식으로 훈련한다”며 안타까워했다.

 남녀 1000여 명이 재학 중인 이 학교의 운동장 넓이는 4700㎡, 축구장 면적의 3분의 2 정도다. 최대 거리는 90m로 ㅅ자로 배치된 건물을 따라 만들다 보니 삼각형 모양이다. 1984년 개교 당시 모습 그대로다.

 체육관·수영장 등 실내 시설이 없어 32개 학급이 운동장에서만 체육을 한다. 8일 오후 기자가 찾은 운동장엔 네 반 학생 130명이 뒤엉켜 핸드볼·피구·축구 등을 했다. 넓은 공간이 필요한 팀 대항 경기 대신 패스 연습만 했다. 다른 반끼리 공이 섞이는 일이 잦았다. 급기야 피구를 하던 여학생이 축구공에 맞았다. 2학년 박현진양은 “공에 맞는 일이 잦아 마음 놓고 운동할 수가 없다”고 했다. 이만대 교장은 “축구공 한번 힘껏 차지 못하고 졸업하는 애들에게 미안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전국 1만1492개 초·중·고교 중 4605곳(40%)이 신남중처럼 체육관이나 강당이 없다. 학교 열 곳 중 네 곳이 눈·비가 오면 교실 수업이나 동영상을 본다. 그나마 고학년은 입시를 이유로 체육수업을 잘 하지 않는다.

 운동장도 비좁다. 서울은 초등학교 212곳(35.8%), 중학교 75곳(19.9%), 고교 66곳(21%)의 운동장이 축구장 크기의 반도 안 된다. 김용환 체육교육학회장(청주교대 교수)은 “입시 위주의 교육과 함께 열악한 체육 시설로 성장기 청소년의 체력이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별취재팀=성시윤·천인성·윤석만·이한길·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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