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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위기, 탈락 위기 … 그러나 다시 선 그리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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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아빠, 좋아요? 그리스 선수들이 유로 2012 조별예선 A조 3차전에서 러시아를 꺾고 8강 진출을 확정한 뒤 승리를 자축하고 있다. 어깨동무를 한 선수들 사이로 어린 자녀들도 보인다. [바르샤바 AP=연합뉴스]

“축구로 경제위기에 신음하는 국민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겠다.”

 유로 2012에 출전하고 있는 그리스 선수들은 대회 참가 전 기자회견에서 입을 모아 다짐했다. 그리스 선수들이 어렵사리 이 약속을 지켰다. 조별예선 탈락 위기에 빠져 있던 그리스가 극적으로 유로 2012 8강행 티켓을 따냈다. 그리스의 1차 목표는 8강 진출이었다. 그리스는 17일(한국시간) 폴란드 바르샤바의 내셔널스타디움에서 열린 유로 2012 A조 3차전에서 전반 47분에 터진 주장 요르고스 카라구니스(35)의 결승골에 힘입어 러시아를 1-0으로 눌렀다. 그리스는 이날 승리로 러시아와 함께 1승1무1패(승점4)를 기록했지만 승자승 원칙에 따라 러시아를 따돌리고 조 2위로 8강에 진출했다. 조 1위는 개최국 폴란드를 1-0으로 누른 체코(2승1패·승점 6)가 차지했다. 폴란드는 개최국이면서도 2무1패로 조 최하위에 머물러 8강 진출에 실패했다.

 조별리그 2차전이 끝난 시점까지만 해도 그리스는 1무1패로 탈락이 유력해 보였다. 1차전에서 폴란드와 1-1로 무승부를 기록했고 2차전에서는 체코에 1-2로 무릎을 꿇었다. 외신들은 “그리스의 위기 상황이 축구에도 고스란히 반영됐다”는 어두운 기사를 쏟아냈다.

 그러나 그리스는 2004년 모두가 예상치 못한 우승을 일궈낸 저력이 있었다. 그리스에는 세계적인 스타 선수는 없다. 대신 탄탄한 조직력을 바탕으로 한 강력한 수비와 효율적인 역습으로 강적을 무너뜨리곤 한다. 그들은 이 방법으로 유로 2004에서 포르투갈·프랑스·체코 등 강호들을 줄줄이 탈락시키고 깜짝 우승을 이뤄냈다.

 2004년 우승의 주역은 카라구니스. 그는 여전히 대표팀의 주장으로 건재했다. 어느덧 서른다섯의 노장으로 활동량은 눈에 띄게 줄었지만 감각만은 여전히 살아 있었다. 그는 전반 47분 토로시디스가 연결한 스로인을 받아 오른쪽 페널티박스 안까지 돌파한 뒤 강력한 오른발 슈팅으로 러시아의 골망을 흔들었다. 폴란드와의 1차전에서 페널티킥을 실축한 아픔을 씻는 멋진 골이었다. 카라구니스는 경기 후 “유로 2004 우승 때와 같은 승리였다. 우리의 능력을 증명해 보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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