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캘빈클라인 CEO "한국서 속옷 잘 팔리는 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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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캘빈클라인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인 톰 머리가 서울 동자동 서울역사에서 열린 ‘2012 월드 오브 캘빈클라인’ 행사장에서 남대문로5가 서울스퀘어 빌딩을 등지고 앉았다. [권혁재 사진전문기자]

“유럽이 경제 위기를 맞고 있지만 우리는 광고 등 마케팅을 오히려 강화하고 있다. 이것이 불황 속에서도 성장하는 비결이다.”

 ‘캘빈클라인’의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 톰 머리(61)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강조했다. 캘빈클라인은 지난해 전 세계에서 76억 달러(약 8조7400억원)어치의 제품을 팔았다. 그는 “유럽 경제 위기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곳곳에서 캘빈클라인이란 이름 아래 특성이 각자 다른 브랜드가 골고루 선전하고 있다”면서 “강력한 브랜드 정체성이 이런 결과를 낳았다”고 자평했다. 캘빈클라인이라는 이름이 붙은 브랜드는 최상위 라인인 ‘캘빈클라인 컬렉션’을 비롯해 청바지·속옷·향수·화장품·시계 등 여러 분야를 망라하고 있다. 캘빈클라인은 2007년부터 모든 브랜드를 모아 1년에 한 번 ‘월드 오브 캘빈클라인(WCK)’이라는 대규모 행사를 열고 있다. ‘2012 WCK’는 최근 서울 동자동 서울역사에서 열렸다. 행사 참석차 방한한 그를 만나 패션 산업의 현황에 대해 물었다.

●WCK 같은 대규모 행사를 여는 이유는.

캘빈클라인의 모든 브랜드를 보여 주는 ‘2012 WCK’에서 서울 남대문로5가 서울스퀘어 빌딩 서쪽면 전체를 캔버스로 활용해 미디어아트를 선보였다. [사진 캘빈클라인]

 “캘빈클라인이라는 이름이 들어간 브랜드를 크게 나누면 총 9가지다. 고급 의류인 ‘캘빈클라인 컬렉션’, 그보다 약간 캐주얼한 ‘ck 캘빈클라인’, 그 다음으론 그냥 ‘캘빈클라인’, 청바지를 주력으로 하는 ‘진’ 라인, 시계와 보석류, 속옷과 가구, 향수와 화장품이 있다. 단순한 패션 브랜드라기보다 현대인의 라이프스타일 전체를 아우르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캘빈클라인이라는 이름이 소비자들에게 뚜렷이 각인돼 있는 게 매우 중요하다. 특정 상품 분야에 국한하지 않고 소비자가 이 이름을 떠올렸을 때 매력적으로 받아들여야만 다양한 가격·종류의 제품이 고루 팔릴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WCK 같은 대규모 행사를 열어 브랜드 이미지를 더욱 강력하게 구축하려 하고 있다. 특히 WCK는 캘빈클라인이 아우르는 전체 상품의 이미지를 집중적으로 한곳에서 소개하기 때문에 파급력이 크고 효과적이다.”

●WCK의 장소로 왜 서울을 택했나.

 “사업차 서울을 드나든 지 30여 년째다. 서울은 너무 많이 빠르게 변했다. 지금 서울은 얼마나 세련됐는지 모른다. 전 세계 관광객에게 매력적인 장소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전자의 감각적인 전자 제품, K팝 가수들의 신선한 문화적 파워 등은 이제 전 세계인이 다 알고 있다. 서울에 온 세계 각국의 기자들, 특히 최근에 가장 중요한 시장이 된 아시아 매체에 WCK와 서울의 이미지가 겹쳐지기를 원했다. 우리가 바라는 것은 서울의 젊고 세련되면서 신선한 이미지다.”

②008년 미국 금융위기에 이어 최근 유럽발 경제 위기 등으로 캘빈클라인 같은 의류 업체가 어렵지 않나.

 “그런 가운데서도 우린 지난해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했다. 라이선스로 생산되는 제품을 포함하면 9억 달러(약 1조원)가 넘게 매출이 늘었다. 남유럽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는 전 세계적으로 골고루 판매가 좋았다. 전년 대비 아시아는 22%, 유럽·중동 지역은 13%, 북미는 11% 성장했다. 스페인이나 이탈리아 등이 정체 혹은 위기 상황이라면 이 부분을 아시아처럼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시장이 채워주고 있는 것이다.”

●불황에도 꾸준히 성장할 수 있는 경영 전략은 무엇인가.

 “대규모 자본을 투입해 강력한 마케팅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집행한 광고 비용만 4억 달러(약 4600억원)에 이른다. 소비자에게 계속해서 브랜드를 알리는 노력을 해야만 소비가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존재 가치를 잃지 않는다. 영향력이 점점 커지는 소셜 미디어에 대한 광고도 대폭 늘리고 있다. 2009년 전체 광고예산에서 1%에 불과했던 것을 지난해엔 20%까지 끌어 올렸다. 올해는 23%를 배정했다.”

●소셜 미디어 광고 예산을 늘리려면 다른 곳은 줄여야 할 텐데.

 “그렇지 않다. 소셜 미디어가 중요해지고 있으니 비중을 늘리는 것뿐이다. 디지털 세상이 됐다고 해서 인쇄 광고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매년 전체 광고 예산을 늘려서 마케팅하고 있다. 광고는 브랜드가 성공하는 데 매우 큰 역할을 한다.”

●한국 소비자에겐 캘빈클라인 속옷·청바지가 가장 익숙한 제품군이다. 다른 나라는 어떤가.

 “지역별로 매우 다르다. 다양한 상품 분야에 걸쳐 가격도 천차만별이라 어떤 지역에서 어느 제품이 잘 팔리고 못 팔리는지를 민감하게 신경 쓰지 않는다. 우리 회사는 균형적으로 성장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어느 하나가 잘 된다고 해서 그것만 팔려고 하지 않는다.”

●만약 한국 시장에서 속옷만 엄청나게 잘 팔리고 다른 분야는 존재 자체가 미미해도 괜찮은가.

 “현실적으로 우린 한국 시장에서 골고루 잘 되고 있다(웃음). 질문과 같은 상황이 벌어지면 반갑지 않을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우린 캘빈클라인이라는 이름 아래 라이프스타일을 파는 회사다.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소비자를 모두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캘빈클라인에 한국 시장은 어떤가.

 “지난해 기준으로 일본 시장을 제쳤다. 일본은 한국보다 인구도 훨씬 많다. 우리가 진출한 것도 (한국보다 이른) 25년 전이다. 그런데 이제 상황이 바뀌었다. 한국 소비자들의 세련된 감각이나 안목, 풍부한 소비력이 뒷받침돼 이렇게 된 것 같다.”

●캘빈클라인이라는 이름을 남긴 패션 디자이너는 현재 직접 디자인을 하지 않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의류 라인별로 수석 디자이너가 각각 다르다. 브랜드 정체성을 통일성 있게 유지하기 힘들지 않은가.

 “전혀 그렇지 않다. 나는 ‘캘빈클라인=명품’으로 인식되길 원하지 않는다. 컬렉션 라인은 소위 ‘럭셔리’로 부를 수 있겠지만 그 이외의 캘빈클라인 브랜드까지 모두 그렇게 부를 수는 없다. 우리 같은 ‘멀티 브랜드’에는 다양한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킬 수 있는 여러 명의 수석 디자이너가 있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예전엔 단 한 명이 모든 걸 진두 지휘한 적도 있었지만 그런 방식으로는 여러 제품군을 제대로 운영하기 힘들다는 걸 알았다. 디자이너가 한 사람일 필요는 없고 캘빈클라인의 브랜드 정체성을 제대로 인식시키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

●1996년 캘빈클라인에 합류한 이래 2003년 최고운영책임자(COO)가 됐고 2008년 9월엔 CEO가 됐다. 장수 비결은 뭔가.

 “팀워크다. 내가 함께 일할 사람이 누구여야 하는지, 그들을 어떻게 하나의 팀으로 꾸릴 것인지를 잘해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회사의 최고경영자가 ‘훌륭한 팀워크’나 ‘우수한 기업 문화’를 성공 비결로 꼽는다.

 “정말 모든 회사에 팀워크가 있다고 생각하나?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팀워크가 있다고 믿을 뿐 진짜 팀워크가 있는 회사는 몇 개 안 된다. 기업 문화도 마찬가지다. 기업경영자는 ‘우수한 기업 문화가 있다’고 착각할 뿐 그것을 어떻게 만들고 유지할지에 대해 고민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Calvin Klein =1968년 미국의 패션 디자이너 캘빈 클라인이 창립했다. 클라인은 간결한 실루엣의 옷으로 호평을 받으면서 랠프 로렌과 함께 70~80년대 미국을 대표하는 패션 디자이너로 평가받는다. 의류 외에도 로고를 크게 부각한 남성·여성 속옷과 청바지·향수 등으로 국내에 알려져 있다. 2003년 아이조드(Izod), 반호이젠(van Heusen) 등을 소유한 미국 의류회사 필립반호이젠(PVH)이 인수했다. 창업자인 캘빈 클라인은 PVH에 회사를 매각한 후 사업과 관련한 공식 직책을 맡고 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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