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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주 온 日여고생들 희귀 동영상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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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국민에게 수학여행하면 떠오르는 경주 불국사. 중·고등학교 시절 손꼽히던 여행지로 우리에게 친숙하듯 일제 강점기 당시 일본인 중·고등학생들에게도 경주는 인기 수학여행 코스였다. 일본 본토에서 멀지 않은데다 일본 정부가 공들여 관리한 유적지였기 때문이다.

1931년 교토제일고등여학교 수학여행단이 찍은 동영상 속 경주는 꽤 깔끔한 모습이다. 석굴암 속 인자한 부처의 표정도, 두 팔을 뻗듯 하늘을 올려다보는 첨성대의 모습도 요즘과 비슷하다. 안압지는 그때나 지금이나 주요 촬영지 가운데 하나이다.

일본인 관광객들을 주요 타깃으로 하는데다 한글을 쓰지 못하게 하던 시대 상황상 모든 표지판은 일본어로 쓰였다.

이원복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이미 석굴암은 손을 대 고쳐진 상태고요. 일본인들이 근 20여년에 걸쳐 한국 문화유산을 속속 조사했고 이미 콘텐트화 했죠"라고 말했다.

여행을 가면 주로 낯선 모습들을 사진에 많이 담아오듯 1930년대 일본인들이 렌즈로 바라본 한국인의 생활상도 재밌다. 냇가에서 빨래를 하는 아낙들의 모습,

교복도 양장 스타일이던 일본인들과는 달리 한복 차림을 하던 우리나라 사람들. 과거 얼음 보관소였을 것으로 추측만 됐던 석빙고에선 실제로 어린 아이가 얼음을 꺼내는 모습도 포착됐다.

일제 치하에 마냥 힘들어했을 것이란 예상과는 달리 동영상 속 사람들은 밝은 표정이다. 여행의 설렘이 한껏 묻어나는 이 희귀 동영상은 현재 일본 오타니대 박물관이 위탁받아 소장하고 있다. JTBC는 14일 이 동영상을 단독 입수해 보도했다.

유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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